학교 폭력에 있어서는 실화가 드라마보다 잔혹하다. ‘고데기의 온도 체크’ 범죄를 당한 학폭 피해자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드라마이기에 통쾌한 복수라도 했다. 하지만 현실 속 피해자들은 여전히 학교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중·고 12년 동안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실화 탐사대’에 출연했다. 과거 자신이 당했던 폭력과 고통을 전 국민에게 폭로한다며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현재 28세의 피해자는 “30~40대의 내가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 머리채를 잡고 화장실 변기통에 머리를 집어넣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자기 기분 나쁘다고 책상과 의자가 뒤로 밀려날 정도로 발로 찼다, 목 베개로 된 쿠션 안에 있는 알갱이를 터뜨려서 머리 위에 갑자기 뿌리며 더 달라붙으라고 물까지 뿌렸다는 끔찍한 묘사도 있었다. 학교 폭력을 당했던 시절에는 “여기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누가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그냥 빨리 이 시간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컸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 8년 동안 숨어지내다가 이제서야 방송의 힘을 빌려서라도 그녀가 얻고 싶었던 답은 한 가지였다. “대체 왜 날 괴롭혔어?” 그러나 돌아온 답은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네 탓이다” “요즘 나오는 (학폭) 드라마 보고 그러느냐?” “니가 뭐 표혜교야?”라는 문자뿐이었다.
실화탐사대에 나온 박지훈 변호사는 “학교폭력은 공소시효가 폭행죄 5년, 상해죄 7년, 물건을 사용한 특수상해죄 10년이라고 했다. 그러나, 학폭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가 있다면 완전히 달라진다.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이 죽음과 직접 연관이 있다고 밝혀질 경우 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고 형법 252조 ‘위력에 의한 살인’은 다른 살인죄와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없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1216호에 갇힌 진실’ 편에서 의문의 추락사로 보도한 정다금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는 이유다. 2009년 12월 18일 새벽 전라남도 화순의 한 리조트에서 한 여학생이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2층에서 떨어진 학생은 온몸에 골절과 장기 손상을 입고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부검 결과에 옆방 동급생들의 목격담이 더해져, 추락사고 전 폭행 정황이 의심됐다. 하지만 가해 학생 1명이 소년보호처분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고 나머지 3명의 학생들은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됐다. 또, 교사들은 교육청으로부터 경고와 주의만 받은 채 사건은 종결되었다.
‘더 글로리’에서 학창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와 그의 친구들은 피해자의 팔과 다리에 고데기로 화상을 입힌다. 상상도 못했던 고수위의 학교 폭력 장면을 보면서 저건 좀 비현실적이지 않나 여겼다. 그러나 이 장면은 17년 전 청주 여자 중학교 학교폭력 사건이 모티브다. 가해 학생이 동급생 한 명을 약 20일간 폭행하고 고데기를 이용해 수일 간격으로 팔에 화상을 입힌 사건이다. 가해자는 피해 학생의 가장 친한 친구로 보였던 학생으로 ‘고데기의 온도 체크’를 하겠다며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수일 간격으로 화상을 입히는가 하면 피딱지를 손톱으로 떼어버리는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실제 사건의 배경은 교실 안, 체육관 안으로 묘사되는 드라마 속 학교폭력 장소보다 더욱 개방적이고, 익숙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범행도구는 옷핀, 야구방망이, 고데기 등으로 사건 보도 당시에도 큰 파문을 일으키며 가해자가 소년범임에도 구속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주도자였던 가해자 A양이 당시 소년법에 근거해 ‘보호관찰 조치’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타임지는 지난 10일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가 어떻게 한국의 학교 폭력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학폭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특징으로 하는 반복적이고 유해한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K-드라마에서 이러한 힘의 균형은 일반적으로 사회 계층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연구에 따르면 학폭은 모든 사회·경제적 집단 내에서 발생하지만 피해자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낮을 가능성이 약간 더 높다. 사회적 환경이 불평등할수록 출세를 위한 어떤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승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김은숙 작가가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말을 인용했다. “나한테는 가해자들을 지옥 끝까지 끌고 갈 돈이 있다. 그러나 ‘더 글로리’의 문동은은 그렇지 못하다. 이 세상의 동은이들은 돈 있는 부모를 만나지 못했을 거고 그런 가정환경이 없을 거다.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현실은 너무 반대니까 동은이의 복수가 성공하는 쪽으로 많이 가려고 했다.” 아마도 드라마 작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이었을 것이다.
학교 폭력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일본은 ‘이지매’가 사회적 병폐로 대두되었고, 미국은 ‘불링’(bullying)으로 인한 총기 난사, 트라우마와 전쟁 중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현실의 악순환은 ‘공생’과 ‘각자도생’ 그 어느 것도 정답에서 멀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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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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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만도 못한 인간들 트 같은 너무 많은 지구촌 하늘은 무얼하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