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행정부도 장악… 1인체제 강화
재경에 금융·과기까지 당이 통제
▶ 수출둔화· 금융 리스크 커지지만 보복소비 늘면 성장 목표 5%가능
재정적자율 소폭 올려 ‘경제살리기’, 청년 일자리 창출도 핵심 과제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매년 3월 열리는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다. 당과 정부 조직 개편, 국무원(행정부) 인사, 올해 경제 운용 방향 등이 결정된다. 올해는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시작되는 첫해여서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가장 큰 특징은 시 주석이 국정의 전권을 쥐는 1인 체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최고 지도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측근들로 채운 데 이어 이번에 리창 정치국 상무위원을 국무원 총리로 임명해 당과 행정부를 완전 장악했다.
공산당 조직 개편을 보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 대비해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이라는 전략 목표를 실현할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산당의 ‘집중 통일 영도’를 강화한 것으로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앙금융공작위원회를 부활시키고 내무공작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금융과 국내 치안 분야에서 당이 직접 통제의 끈을 더욱 죄겠다는 신호다. 이로써 재경·경제체제에 이어 금융·과학기술로 이어지는 모든 경제 분야에서 공산당의 집중 통일 영도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원에 시자쥔(시 주석 측근 그룹)을 전면 배치해 시 주석의 경제사상과 발전 전략을 강력히 추진할 기반도 확보했다. 리창 총리는 시 주석이 저장성 성장과 당서기를 할 때 비서장이었다. 상무 부총리에는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이, 경제와 금융 담당 부총리인 경제 시저(economic czar) 자리에는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임명됐다. 새로운 경제 사령탑이 시 주석의 신뢰를 받는 친시장적·친기업적·친개혁적 성향의 인물로 채워져 개혁·개방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모두가 시자쥔이어서 경제 운용에서 시 주석과 당의 영향력이 커지고 행정부 역할은 약해지는 당강정약(黨强政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무원 조직 개편은 금융 안전, 기술 안전, 고령화와 식량 안전 등 시 주석 3기 체제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 강화와 중앙정부의 철밥통 타파에 중점을 뒀다. 국무원 직속 기구로 설치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금융지주회사·증권 이외의 모든 금융 분야에 대한 관리 감독, 소비자와 투자자 보호 업무를 총괄한다. 이는 거시 금융 리스크 관리(거시 건전성)와 금융 기구 관리(미시 건전성)의 이원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무원 직속 기구로 승격한 증권관리감독위원회에 주식과 채권 발행 심의 권한을 몰아준 것은 직접 금융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방정부 융자 플랫폼 등 지방 금융시장에 대한 중앙 통제를 강화하고 상업성 국가 금융 기구를 정부에서 분리해 국유 금융자본 수탁관리기구로 이관한 것은 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개혁을 예고한 것이다.
기술 안전 분야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 국가데이터국을 신설하고 지식재산권 강국 건설을 책임질 국가지식산권국을 국무원 직속 기구로 만들었다. 식량 안전 분야에서는 농업농촌부를 중심으로 농업 강국 건설에 나서도록 했다. 주목할 점은 국무원 판공실이 관리해온 국가신방국을 국무원 직속 기구로 올린 대목이다. 앞으로 이념과 사상의 통제, 언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운용은 중국 경제가 수요, 공급, 시장 심리 등 3대 불안에서 벗어나 회복 단계에 진입했다는 판단 아래 안정적 성장과 리스크 예방에 방점을 뒀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로 5%를 제시했다. 목표치를 발표한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수출 둔화와 투자에 의한 성장의 위험성(부채 및 금융 리스크)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비만으로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2035년까지 중진국 소득 수준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발전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최저한의 성장률(연평균 4.7% 이상)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구조가 고용 회피형으로 전환되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은 중국에서도 핵심 과제가 됐다. 중국은 올해 도시 지역의 신규 고용 목표를 사상 최대치인 1200만 명으로 잡았다. 올해에는 1158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앞으로 5년에 걸쳐 중앙정부 공무원의 5%를 일괄적으로 감축하는 데 따른 재취업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금융정책에서는 재정적자율을 지난해(2.8%)에 비해 소폭 상향 조정한 3%로 설정했다. 이는 코로나 과잉 대응으로 가라앉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방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특수채권 발행액은 3조 8000억 위안으로 지난해(3조 6500억 위안)에 비해 소폭 증액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실제 발행액(4조 500억 위안)에 비해서는 오히려 축소된 규모다. 통화정책은 안정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총통화(M2)와 사회 융자 총액 증가 속도를 명목 경제성장률과 일치하도록 조절하고 거시 레버리지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는 데 역점을 뒀다.
산업, 과학기술, 대외 통상 정책을 포괄하는 종합 대책을 강화한 것은 미중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 주석은 이번 양회에서 이례적으로 “서방국가들이 우리에 대해 전면적인 봉쇄·포위·탄압을 시행하고 우리 경제에 전례 없이 심각한 도전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에서 안전과 발전을 동시에 고려한 산업 정책, 자립자강에 초점을 과학기술 정책, 외국인 투자 확대에 방점을 둔 통상 정책을 제시했다.
중국은 그동안 억눌려왔던 소비가 분출되면서 올해 성장률과 고용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유커의 해외 관광 붐도 기대된다. 한중 경제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 그러나 세계 경기와 무역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용 중간재 중심인 한중 무역이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등의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 시 주석 3기는 경제보다는 국제 관계와 안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대외 통상 정책이 한중 경제 관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전인대 외교 관련 기자회견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고 한국과 한반도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과거 30년간의 한중 경제 관계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시 주석 시대에 들어서면서 중국 경제는 어느덧 중저속 성장 시대로 향하고 있다. 한국의 탈중국화 추세도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고속 성장하는 중국에 편승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던 시절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했던 한중 경제협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의 탈중국화 압박이 커지고 중국의 강압적인 통상 압력도 강해지고 있다.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한중 경제 관계는 넛크래커 상황에 빠졌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분명 우리에게는 큰 위험 요소다. 그럼에도 한중 경제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 경제 이익과 경제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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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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