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드론-러 전투기’ 충돌에 “러, 국제공역서 위험한 행동” 비판
▶ 합참의장 “드론 회수 어려울 수도…추락 전에 민감한 정보 삭제”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로이터=사진제공]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5일 흑해 상공에서 미 무인기(드론)와 러시아 전투기가 충돌한 사건과 관련해 "실수하지 말라"며 러시아에 강하게 경고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50여 개국 국방 당국자 간 임시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러시아에 군용기를 안전하게 운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 위험한 사건은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조종사들에 의한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동 패턴의 일부"라며 "러시아는 군용기를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운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은 어디든 비행하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다.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는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고립됐다"면서 "러시아는 2차 대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무기를 사용해야 하며, 북한과 이란과 같은 나라들에 기대야 하는 지경"이라며 북한을 거론하기도 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회견에서 "러시아군이 한층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물리적 충돌의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은 고의적이었다"고 지목했다.
밀리 의장은 "우리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러시아와 군사적 갈등을 원하지 않으며, 현시점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국제 영공에서 우리의 권리 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 드론을 사실상 격추한 러시아의 조치를 "무모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현재 이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러시아의 행위에 대한 동기나 의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MSNBC 인터뷰에서 "현재 최상의 평가는 그것이 고의가 아니었을 가능성"이라며 드론 추락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이 러시아의 의도되지 않은 행위일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전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지인 크림반도 서쪽 흑해 상공에서 정보감시정찰(ISR)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 공군의 MQ-9 '리퍼' 드론의 프로펠러를 러시아 수호이-27(SU-27)이 들이받아 드론이 추락했다.
미국은 국제공역에서의 비행에 대한 러시아의 무모한 근접위협비행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러시아는 미 드론이 출입금지 구역을 침범해 식별을 위해 전투기를 출격했을 뿐 충돌은 없었고 드론이 조종력을 상실해 추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자국 상공 인근에서 비행하는 상대국 군용기를 차단하는 행위는 종종 있지만, 물리적 충돌로 미군기가 추락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미군 당국은 추락한 드론의 완전한 회수에는 회의적 입장이다.
밀리 의장은 "드론이 흑해 4천~5천피트(약 120~150m) 수심으로 가라앉았을 수 있으며, 어느 측으로부터의 회수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은 흑해에 어떤 함정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우방을 통해 회수 작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미국의 자산이다. 드론은 아마도 부서졌을 것이고 회수할 것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감한 정보의 경우 삭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무엇이 남아있든 가치있는 것은 없다고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CNN에 출연, 추락한 드론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고 회수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그것을 회수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그것은 흑해의 아주 아주 깊은 물 속으로 떨어졌다"며 "우린 여전히 회수 시도가 실시될 수 있을지를 평가하고 있지만,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미 정부 소식통은 CNN에 드론이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 이후 흑해로 떨어지기 전에 러시아가 이를 회수해 기밀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원격으로 민감한 소프트웨어를 삭제했다고 전했다.
미 해군 당국자는 흑해에는 미군 함정이 없으며, 이 때문에 잔해 회수 노력이 극도로 어렵고 시도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번 사건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직접 관여했다는 점이 또다시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드론 잔해를 수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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