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13~17일) 뉴욕증시는 미국 실리콘밸리 뱅크(SVB)의 파산 후폭풍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SVB의 갑작스러운 파산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이자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 소식은 주식시장에도 큰 충격을 줬다.
지난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무려 1,5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며 32,000선 아래로 내려섰다. 다우지수는 한 주간 4.44% 하락하며 지난해 6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한 주 동안 4.55% 급락하며 주요 지지선인 4,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주 나스닥 지수는 4.71% 떨어졌다.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었던 SVB는 약 이틀 만에 초고속 파산하게 됐다.
SVB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한 핀테크 은행으로 주로 벤처 캐피털 펀드나 신생기업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둔 은행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금리가 높아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둔화하자 SVB의 주 고객층은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게 됐고, 은행에 예치한 자금을 인출했다. 문제는 고객들의 자금 인출로 SVB의 유동성이 부족하게 됐다는 것이다.
SVB의 모기업인 SVB파이낸셜 그룹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AFS)을 모두 매각해 18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SVB파이낸셜은 보통주와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한 증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소식이 전해지자 SVB파이낸셜의 주가는 60%가량 폭락했고, 증자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SVB파이낸셜은 매각과 인수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금융당국은 즉시 개입해 SVB를 폐쇄하고 예금자 보호 조치를 단행했다.
SVB 파산 직후 지역, 중소형 은행의 주가가 동반 폭락했고, 대형 은행주도 타격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 S&P500 지수 금융 섹터는 8.5%가량 조정받았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SVB 사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으며 미국 은행 시스템은 견조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은행권과 금융권 전체에 시스템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VB 파산 사태 속 증시와 같은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는 극심하게 위축된 상태다.
금융시장에서는 극도의 안전 자산 선호 분위기가 연출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주식, 암호화폐 등과 같은 위험 자산을 매도하고 채권, 금과 같은 안전 자산 매수에 나섰다.
이처럼 위축된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률 둔화 등 강한 반등 촉매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4일에는 미국의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2월 CPI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발표되는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다.
이어 미국의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소매 판매, 기대 인플레이션 등 굵직한 경제 지표가 연이어 공개된다.
투자자들은 물가를 비롯한 주요 경제 지표에 주목하면서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3월 FOMC에서의 연준의 행보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월 CPI가 전년동기대비 6.1%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월의 상승률 6.4%에 비해 소폭 둔화한 수준이다. WSJ은 2월 CPI가 전월 대비로는 0.5% 오르며 전월과 동일한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동기대비 5.5%, 전월대비 0.4%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일부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갑작스러운 은행 파산 사태에 따라 연준이 3월 FOMC에서 50bp(bp=0.01%포인트) '빅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SVB 은행 파산 직후에는 약 60%에 달하는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이 3월 25bp 인상을 예상했다. 다만, 주말 동안 연준의 50bp 인상 전망은 다시 7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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