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상승 둔화’ 발표에도 뉴욕증시 1%대 하락…일부 은행주 30%대 폭락
▶ 아시아·유럽 증시도 ‘뚝’…美 국채는 금융위기 후 최대폭 금리 하락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로이터=사진제공]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돈을 몰고 왔다.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피어나면서 투자자들은 채권과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는 분위기다.
위험자산인 주식은 투매세가 이어졌다. '제2의 SVB'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일부 은행주들이 동반 폭락한 여파도 컸다.
◇ 뉴욕증시, 임금상승세 둔화 신호에도 SVB 파산에 '털썩'
10일 뉴욕증시는 초미의 관심사였던 2월 미 고용 지표에 웃었다가 곧바로 SVB 사태에 고개를 떨구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장 전 시간외 거래에서 소폭 하락하던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월 비농업 일자리가 31만1천 개 늘어 시장 전망치(22만5천 개)를 크게 상회했다는 노동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함께 공개된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의 둔화에 힘입어 상승 내지 약보합으로 전환했다.
인플레이션에 직결되는 임금 상승률은 전월보다 0.2%, 전년 동월보다 4.6% 각각 상승해 시장 전망치(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4.8%)를 모두 하회했다.
지난 1월 54년 만의 최저치(3.4%)를 찍었던 실업률이 2월 3.6%로 소폭 올랐다는 소식도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주 시장을 짓눌렀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3월 빅스텝' 경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낮춘 것으로 해석돼서다.
그러나 전날 60% 이상 폭락한 SVB의 22억5천만달러 증자 계획이 무산되고 예금 인출 사태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다시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나스닥은 장전 최대 68% 추가 폭락하던 SVB 거래를 중지했고, 이후 미 금융당국이 SVB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파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위기감은 절정에 달했다.
다른 은행으로 위기가 번질지 모른다는 경계감 속에 퍼시픽웨스턴 은행의 지주회사인 팩웨스턴 뱅코프는 35.5%, 웨스턴얼라이언스 은행은 23.8%,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14.8% 각각 폭락했다.
그 여파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45.22포인트(1.07%) 떨어진 31,909.64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12월19일 이후 최장인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6.73포인트(1.45%) 하락한 3,861.5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9.47포인트(1.76%) 하락한 11,138.89에 각각 장을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는 다우 지수가 4.4%, S&P 500 지수가 4.6%, 나스닥 지수가 4.7% 각각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다우 지수는 작년 6월 이후, S&P 500 지수는 작년 9월 이후 각각 최대폭 주간 하락이다.
◇ 해외증시로도 공포감 전염…항셍 3%↓·유로스톡스 1.4%↓
SVB 사태의 여파는 미국 밖으로도 급속히 전염됐다. 만약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CNBC 방송에 따르면 홍콩 항셍지수는 3.04%,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6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 각각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는 SVB 파산 조치에 앞서 일찍 장을 마쳤으나, 이 은행에서 예금 인출 사태가 가속화하고 미국 4대 은행의 시가총액이 전날 520억달러 증발했다는 소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파산 소식까지 전해 들은 유럽 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STOXX) 600지수는 1.35%, 영국 FTSE 지수는 1.67%, 독일 DAX 지수는 1.31%, 프랑스 CAC 40 지수는 1.30% 각각 떨어졌다.
특히 도이체방크,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스위스 등 유럽의 대형 은행주들은 최소 4% 이상 급락했다.
가상화폐도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이 한때 2만달러 선이 무너지는 등 불과 24시간 만에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에서 700억달러가 증발했다고 CNBC가 전했다.
◇ '안전자산 대피'에 미 국채금리 금융위기 후 최대 하락
미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SVB 사태가 대형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낮다며 과도한 위기 심리를 경계했으나, 화들짝 놀란 투자자들은 미 국채와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대피 중이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SVB 문제가 부각된 이틀 동안 총 0.478%포인트 급락해 2일 기준으로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9월 이후 최대폭 하락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이날 하루에만 0.2%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즉,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집중 매입한 결과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대표적 안전자산 중 하나인 금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8%(32.60달러) 오른 1,867.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도 수요 회복 기대 속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1.3%, 브렌트유가 1.5% 각각 상승 마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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