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하원 14명·상원 6명 은퇴 등 현역 33명 불출마…정계 개편 불가피
▶ 선거구 재조정이 가장 결정적 이유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새슬로·하웰·벨 주 상원의원,플럼·머피·필러-콘 주하원의원.
지난달 버지니아 주 의회의 정기회기를 마치며 작별을 고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주 하원의원 14명, 상원의원 6명은 올해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상원의 경우 수십년 이상 의회를 지켜왔던 베테랑 중진의원들이 떠나게 되면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은퇴하는 의원들 뿐만아니라 주 하원 12명, 주 상원 1명 등 다른 선출직에 도전하는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140명(상원 40명, 하원 100명) 가운데 무려 33명의 현역 의원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혀 내년 주 의회는 4명 가운데 1명이 초선의원이 될 전망이다.
보통 선거를 앞둔 정치인이 자발적으로 은퇴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지만 올해 버지니아에서 대거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선거구 재조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 하원의 경우 선거구가 겹치는 지역구가 22개로 같은 당 현역 의원들끼리 경쟁이 불가피하고 주 상원도 8개 지역구가 겹치면서 당내 여론은 경쟁보다는 양보를 통해 내부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방대법원에서 선거구를 재조정하면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 판단이 쉽지 않은 가운데 비교적 냉정하게 버지니아 주 의회의 정계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의원은 은퇴를 앞당기게 됐고 또 다른 의원들은 다른 도전의 기회를 잡게 됐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VCU) 밥 홀스워스 전 학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권력은 사라지지 않고 옮겨간다”며 “중진의원들의 권력은 후임자가 아닌 노련한 의회 직원들과 로비스트들에게 넘어갈 것이고 결국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주지사가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페어팩스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문일룡 변호사도 최고참 의원들의 은퇴를 지켜보면서 “80대 노장들의 은퇴는 자연스럽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들을 대신해 과연 초선의원들이 그 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오는 11월 선출될 후임자들의 건투를 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불출마를 발표한 북버지니아 지역의 주 상·하원의원들이다.
▲민주당 딕 새슬로(Dick Saslaw) 상원 원내대표
올해 83세인 새슬로 의원은 1976년 주 하원(19지구)의원을 시작으로 1980년 주 상원(35지구)에 당선돼 무려 48년간 의원직을 지켜왔다. 선거구 재조정으로 민주당 데이브 마스덴 의원(37지구)과 선거구가 겹치게 됐지만 새슬로 의원의 은퇴로 민주당 동료끼리의 경쟁은 피하게 됐다.
▲민주당 자넷 하웰(Janet Howell) 상원의원
상원 재정위원회 공동의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하웰 의원도 30년이 넘는 의정활동을 마무리한다. 선거구 재조정으로 민주당 제니퍼 보이스코 의원(33지구)과 지역구가 겹치면서 은퇴가 앞당겨 졌다는 반응도 있다.
▲민주당 존 벨(John Bell) 상원의원
주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2020년 상원에 입성한 벨 의원은 올해 재선에 도전할 예정이었으나 전립선 암 진단을 받고 불출마를 발표했다. 벨 의원을 대신해 새로 조정된 주 상원 32지구(라우든)에는 민주당 수하스 수브라마니암(Suhas Subramanyam) 주 하원의원이 출마한다.
▲민주당 아일린 필러-콘(Eileen Filler-corn) 전 하원의장
지난 2019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되면서 필러-콘 의원은 버지니아 최초의 여성하원 의장이 됐다. 그러나 새로 조정된 선거구(주하원 18지구)가 민주당 캐시 트랜(Kathy Tran) 의원의 지역구와 겹치게 되면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오는 2025년 주지사 선거를 고려하고 있다.
▲ 민주당 켄 플럼(Ken Plum) 하원의원
22선의 플럼 의원은 44년간 주 하원을 지켜온 최장수 의원이다. 그는 “버지니아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꿈을 키워온 곳으로 그들의 꿈을 위해, 그리고 보다 나은 버지니아를 위해 정계에 입문해 평생을 헌신하고 이제 은퇴한다”며 “그동안 우리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이번 회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캐슬린 머피(Kathleen Murphy) 하원의원
선거구 재조정으로 머피 의원(34지구)의 지역구와 립 설리반 의원(48지구)의 지역구가 겹치게 되면서 당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는 분석이다. 의회를 떠나는 머피 의원은 총기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으로서 강력한 총기규제를 당부하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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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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