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독자 핵무장,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1일과 1일 각각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600㎜)에 대해 “남조선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 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밝혔다.
“한국도 이젠 자체 핵 무장을 해야 한다.” “아니다, 한미동맹을 해치고 동아시아의 핵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된다.” 점증하는 북한 핵 위협과 중국의 잠재적 위협에 따라 한국의 독자 핵 무장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더군다나 북 핵이 미 본토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추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이 자국민 보호 때문에 북의 대남 핵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가 점증하며 얼마 전 한국 국민들의 70%는 독자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전술 핵 재배치와 독자 핵 무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핵 무장은 실현 가능한 현실인가, 아니면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인가.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한국의 권위 있는 두 전문가로부터 찬반 의견을 각각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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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성장 박사는 프랑스 파리 낭떼르대학교에서 1996년에 『김일성주의 연구: 김일성에서 김정일에로』 제목의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과 동아시아협력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 박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한미연합군사령부, 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 통일부의 정책자문위원직과 외교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직도 역임했다. 그리고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위원, KBS 객원해설위원, 매일경제 객원논설위원직을 역임했다.
과거에 북한은 그들의 핵개발 목적이 미국의 핵전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동족인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2022년부터는 대남 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특히 작년 4월에는 북한이 전술 핵탄두를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탑재해 전방 부대에 실전배치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리고 작년 9월 8일에는 핵 무력 정책 법령을 새로 채택해 남한에 대한 핵 선제 사용까지도 정당화했다. 이어서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보름 동안에 걸쳐 북한은 ‘전술핵무기 운용부대들’을 동원해 남한의 주요 군사지휘시설, 비행장들과 항구들에 대한 타격을 모의한 초대형 방사포와 전술탄도미사일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처럼 북한의 대남 핵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도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약 80~90여 발 정도의 우라늄 및 플루토늄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2030년에는 최대 166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2018년 5월에 폭파했던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들을 복구해 가까운 미래에 제7차 핵실험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이 북핵 문제 직접 관리 필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급속도로 고도화될수록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확장억제와 전술핵무기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모두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 대통령이 뉴욕과 워싱턴DC에 대한 북한의 핵 보복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북 핵 사용을 결심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불가피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한국 국민들은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보다 자체 핵무장을 선호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2년 11월과 12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 조사를 실시해 지난 1월 30일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한국 국민의 3/4 이상인 76.6%가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핵 문제는 미국이 대외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수십 가지 골치 아픈 과제 중 하나라면 한국에게는 국가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핵심적인 안보 문제이다. 그러므로 북핵 문제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 독자적 핵 보유를 통해 북핵 문제를 직접 관리하고 해결하는 것이 한미 모두의 국가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한다.
■한국 핵무장 해도 한미동맹 지속
한국이 독자적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필요 없게 되어 해체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같은 초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만약 한미동맹이 해체된다면 북한뿐만 아니라 이들 초강대국들을 대상으로 안보전략을 새로 수립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동북아에서 지구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없는 조건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의 유지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게도 핵을 가진 한국이 그렇지 못한 한국보다 동북아에서 더욱 믿음직하고 강력한 동맹이 될 것이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에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22년 9월 22일 공개한 「2022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어느 나라를 가장 가깝게 느끼느냐’는 질문에 80.6%가 미국을 꼽았고, 이어 북한 9.7%, 일본 5.1%, 중국 3.9%, 러시아 0.5% 순이었다.
미국을 가장 가까운 나라로 느낀다는 응답자가 무려 한국 국민 전체의 80%가 넘고, 중국을 가장 가까운 나라로 느낀다는 응답자는 한국 국민 전체의 4%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소수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한국 국민들은 한미동맹의 지속을 원할 것이며 한국이 중국에 경사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미, 북한과 핵전쟁 피할 수 있어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어 현재 한미 양국은 ‘북한과의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 보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는 것을 꺼린다면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북한의 핵 공격에 한국이 자체 핵무기로 대응하면 되므로 미국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므로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을 피할 수 있고,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북한과 핵전쟁을 치르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에 의해 미 본토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한미동맹은 영구히 지속가능한 동맹으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북한은 멀리 있는 미국의 핵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한국의 핵을 더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미국은 더욱 안전해지게 된다. 그리고 북한은 핵무기 사용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으므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 문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또한 북한은 더는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한국군을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우발적 핵사용을 막기 위해 남북 군비통제와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독자적 핵 보유는 미국과 한미동맹에 ‘최상의 옵션’임에 틀림없다.
■한국 제재주장 현실성 없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러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작년부터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가 채택되지 않았고, 앞으로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대북 제재가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핵보유국들의 비확산 공조체제에는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의 대북 추가 제재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핵무장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채택을 추진하거나 독자 제재를 추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중국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기지를 두고 있어 미·중 전략경쟁이 첨예해질수록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대만, 일본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면 미국이 제재로 한국경제를 파탄 낼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현실성이 전혀 없고, 그런 주장은 한미동맹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과거 미국은 인도가 1998년 5회에 걸쳐 지하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후 인도에 대해 경제제재를 실시했으나 제재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더 나아가 2005년 3월에는 부시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핵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당시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인도의 핵개발을 용인했다.
■한국 핵보유 동북아 대립구도서 중요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의 군사분계선 가까이에 있지만, 미국의 핵무기는 멀리에 있고, 북·중·러 3국은 모두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한·미·일 3국 중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뿐이다. 게다가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도 2035년에는 지금보다 4배 더 많은 1,500개 정도가 될 전망이다. 물론 이는 미국이나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북아의 운동장은 한·미·일보다 북·중·러에 유리하게 기울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북한의 핵무기를 확실하게 견제할 수 있게 되고,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이 중국의 핵무기를 견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이 자체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더라도 일본의 경우에는 국민들의 반핵 정서가 워낙 커서 곧바로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 계속되면 일본도 핵무장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까지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만 한국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북·중·러 대 한·미·일의 동북아 대립 구도에서 북·중·러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독자적 핵 보유를 추구하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한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위협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을 계속 용인하면 미국도 한국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옹호할 때 한국 국민들은 미국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며 한미동맹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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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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