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곳 베이 지역을 비롯한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서 이민 120주년 기념 행사들을 많이 계획하고 있다. 광복회 미서북부지회(윤행자 회장)에서는 미주 한인 120주년 기념 샌프란시스코 한인 독립운동사를 펴내기로 하였다. 이를 위한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날 미국 서부의 대표적 관광지인 샌프란시스코는 해마다 세계 각처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지만, 한국인들에게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적인 관광지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는 1883년 최초의 외교사절단인 보빙사 일행이 미국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이기도 하지만, 1903년 미주 최최의 한인단체인 친목회가 조직된 이래 1905년 공립협회, 1907년 대동보국회, 1910년 대한인국민회, 1913년 흥사단이 설립되는 등, 여러 한인 독립단체가 태동한 곳으로 미주 한인 독립운동사의 산실이었다.
당시 미주 한인독립운동을 한 주역들은 대부분 기독교인들이었으며, 상항한인감리교회와 오클랜드 연합감리교회를 비롯한 교회와 목회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대표적으로 고종황제의 미국인 외교 고문으로 친일파였던 스티븐스를 페리항에서 저격한 장인환은 독실한 상항한인감리교회 교인이었다. 도산 안창호와 함께 친목회와 공립협회, 그리고 대한인국민회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였던 상항한인감리교회의 이대위 목사는 국제법상 한국 국적의 여권이 없던 한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돕는 임시정부 역할을 하였으며, 한글식자기를 발명하여 신한민보를 한글로 발행함으로써 한글보급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미국에 살면서도 일제 강점기 하에 있던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하였던 기독교인들을 보면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 예수 믿어야 죽어서 천당 간다”는 식의 기복적이거나 내세지향적, 현실도피적 신앙 보다는 적극적인 현실참여와 민족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들은 나라와 민족의 구원이 기독교인들에게 달려 있음을 믿고 기독교인들이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바르게 살면서 동포와 이방민족에게 복음을 전해야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의 독립과 해방의 은총을 주실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1909년 한국의 진남포 교회에서 사역하던 손정도 전도사는 상항한인감리교회에서 발행한 ‘대도’에 기고한 “한국교회 세력을 낙론(樂論)함”이란 글에서 “기독교와 부흥운동이 국권회복과 부강한 국가 건설의 기초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손정도 전도사는 목사 안수를 받고 정동교회에서 사역한 후 중국으로 건너가 1919년 현순 목사와 함께 상해에 도착하여 독립운동가들을 만난 후 도산 안창호와 함께 상해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하게 된다. 기독교인으로서 나라와 민족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다양한 독립운동 세력들을 하나로 뭉쳐 독립운동의 구심점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손정도 목사는 상해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장이 되어 도산 안창호와 불편한 관계에 있던 이승만에게 “상해에 와서 대통령에 취임하라”는 호소를 하여 상해임시정부에 합류하도록 하였다. 당시의 임시의정원과 임시 정부 요원들의 환영 메시지는 한결같이 “하나가 되자,” “힘을 합치자,” “단합하자”는 내용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 단체들의 ‘일치단결’을 호소하였다.
하나님 사랑과 나라 사랑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듯, 국권회복을 위한 독립운동도 하나이다. 상해임시정부의 군무총장으로 1920년 백미대왕 김종림과 함께 윌로우스 한인 비행학교를 설립하였던 노백린 장군은 군자금 모금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상해에 도착했을 때 환영식장을 가득 메운 3백 여명의 참석자들에게 3백년 전의 임진왜란을 예로 들면서 독립군 양성과 ‘일치단결’을 호소하였다.
더러워진 마루나 방바닥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걸레’에 자신의 사역을 비유하였던 손정도 목사처럼 기독교인들의 사명은 교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함으로써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하나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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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대 목사(에벤에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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