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어번 더 인상” 강조 속 “물가 둔화” 발언에 주목
▶ 경제 연착륙 자신감 드러내…하반기 인하 기대도 나와
1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파월 회견 의미와 전망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예상대로‘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발표, 작년 12월‘빅스텝’(0.5%p 인상)에 이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날 FOMC 성명이 나온 뒤 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일단 금리 인상 중단을 원하는 시장의 기대에 선을 그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지 않은 만큼‘두어 차례(a couple more)’ 추가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은 향후 연준이 비둘기로 태세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환호했다. 인플레이션 둔화(=디스인플레이션)가 시작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낙관적인 전망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지속적 인상’ 문구 유지
이날 FOMC를 앞두고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그동안 성명서에 나온 ‘지속적 인상’(ongoing increases) 문구의 변화였다. 해당 내용은 다음 FOMC에서 연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힌트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문구는 성명서에 유지됐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나타날 수 있는 기대 물가 상승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연준 발표문이 공개된 직후 해당 내용이 유지된 것을 반영해 증시가 일부 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 파월 의장은 “우리는 두어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고 강조해 3월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보는 시장의 전망에 선을 긋고 나섰다.
■파월 ‘디플레’ 언급에 반전
그러나 파월 의장의 회견은 갈수록 반전됐다. 이날 FOMC는 지난해 12월 회의와 달리 연준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파월 의장 인터뷰의 중요성이 매우 높았다.
그는 회견에서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하락)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의장은 그러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도 둔화)의 초기단계에 있으며 이 추세는 계속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아직 노동시장 약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이날 물가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는 발언도 나왔지만 지난해 세계 경제를 혼란스럽게 한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연준 수장이 처음으로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뉴욕증시도 이 부분에 반응해 반전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파월 의장의 이날 회견에 대해 비둘기 시그널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RBC캐피털은 “파월 의장이 인터뷰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총 13회 언급했다”며 “3월 한 번 더 베이비 스텝을 밟고 하반기 중에는 금리 인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인플레가 잡히는 가운데 고금리가 고용 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않으면 경제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좋은 상태인 골디락스로 접어들 수도 있다.
■영향과 전망
이날 연준의 비둘기 시그널은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줬지만, 일단 기준금리 0.25%p 추가 인상으로 당장 대출금리와 크레딧 카드 이자율, 자동차 융자 등의 금리는 다시 올라가 소비자들의 금융 부담은 더 늘게 됐다.
이날 FOMC 발표 후 증시에서 주인공은 나스닥이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2%(231.77포인트) 상승한 1만 1,816.32에 마감했다. 이는 0.02%(6.92포인트) 오르는데 그친 다우존스지수를 압도하는 것이었다. S&P500 지수는 1.05%(42.61포인트) 오른 4,119.21에 장을 마쳤다.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이 금리에 민감한 빅테크 기업들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다만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 실적이 함께 올라가줘야 한다. 금융 환경이 완화되더라도 회사들의 순익이 나쁘면 경기 침체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빅테크 기업들의 선두주자인 애플이 2일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CNBC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는 지난해 4분기 애플의 매출 예상치가 1,210억달러로 201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감소에도 순이익 측면에서 얼마나 선방할지 중요한 관전 포인트 인 것이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모두 감원을 발표한 가운데 애플도 인력 감축에 나설지도 시장의 관심을 끄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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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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