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토정비결 보듯 한 번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 신년 경제전망이다. 특히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한 해의 경제적인 길흉지사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작고한 LA 경제개발사(LAEDC)의 경제학자 잭 카이저 박사나 채프만 대학 총장을 지낸 제임스 도티 교수 같은 전문가들이 한 때 신년에 내놓던 LA와 오렌지카운티 지역 경제전망은 적중율이 높아 인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가지가 뒤죽박죽 헝클어 지면서 이전의 경제 토정비결 같던 신년 지역경제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비교 기준이 달라졌고, 뉴 노멀이 출현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상이 전과 달라진 것이다. 팬데믹이 세계를 휩쓸고 있어 극심한 인플레는 지구촌 공통 문제가 됐다.
공급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 때 화장지가 떨어지더니, 지금은 원하는 유아용 포뮬러를 선반에서 찾기 힘든 때가 있다. 월그린은 포뮬러 구매를 한 번에 3개이내로 제한하기도 했다. 늘 쌓여 있던 코스트코 계란이 떨어지기도 한다. 언제, 어떤 품목에, 어떤 문제가 또 생길 지 점치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올해 가장 확실하게 미국 경제에 변화가 감지될 부분은 공급선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제판 토정비결들은 전망한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시아, 더 구체적으로는 중국이 꼽힌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거세게 몰아치면서 ‘세계의 공장’은 엉망이 됐다. 생산 라인이 멈춰 서고 제품과 부품 출고가 중단됐다. 뜨거운 경험을 한 외국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공급처의 해외 의존은 위험 요소가 너무 크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공급 네트웍을 자국내로 끌어 들이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성이 절실 해졌다. 아시아, 그 대부분은 중국에 공급을 의존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제조사 60% 이상이 앞으로 3년내 공급처 일부를 타지역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공급문제 전문가인 노스 웨스턴 대학의 한 경제학 교수는 전한다.
불확실하고, 통제 불가능한 해외 네트웍 보다 공급선의 국내 복귀를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업체는 최대 유통체인의 하나인 월마트. 앞으로 10년간 미국에서 생산되는 메이드 인 USA 제품 구매를 3,500억 달러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750개 스몰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5개 업체 중 2개 꼴로 공급선을 영국으로 돌리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기존 공급체인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같은 아시아 국가중에서는 인도와 베트남이 대체지로 주목받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제품의 98%를 중국에서 만들어 오던 애플은 최근 아이폰14를 인도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최대 부품 공급업체인 팍스콘도 베트남내 생산물량을 늘리는데 동의했다. 대신 지난 해 8월 이후 중국 주문량은 20%이상 줄었다.
자동차 메이커 볼보는 생산처를 60년만에 처음 같은 유럽 국가로 돌렸다.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북중미 3개국 비즈니스 리더들은 지난해 중국사태 후 공급처를 역내로 옮겨오기 위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공급선을 옮길 처지가 아니라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개발해 해외 공급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보다 면밀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는 기업이 많다. 전처럼 전적으로 맡겨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지 업체의 현황과 전망, 원자재 조달과 유통과정 등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더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이들 기업들은 제품 구매 방법도 수요가 발생할 때 하던 주문(just in time order)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주문(just in case order)으로 바꿔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도모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가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생산처를 미국으로 옮기면 인건비가 오르고, 새로운 테크놀로지 개발과 운용에는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미리 주문해 놓으면 보관 비용도 있다. 부담은 소비자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지난 2년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가격상승을 피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다. 토정비결은 길흉을 미리 알아 피해가자는 것인데, 글쎄, 피할 방법이 있는 흉사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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