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7,8년 전에 북가주 한글학교 연합 사은의 밤에서 우리의 정체성에 대하여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모 한글학교 교장 선생님의 부탁으로 우리 이민 2세들의 정체성에 대하여, 당시 언론에 자주 이슈화되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 언급한 기억이 있다. 나도 2세들인 두 자녀를 키워 이제는 다 성년이 되어 자기 길을 찾아가고 있지만 그들이 청소년기에 겪었던 정체성의 혼란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미주 한인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2세들에게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 전통 문화와 이 땅에서 살아가며 가져야할 korean American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라고 하면 일제 강점기 식민 사관에서 말하는 한민족의 특성을 우선 떠올리게 된다. 일본은 우리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서 한반도의 역사는 타율성, 정체성, 당파성을 가진 역사이기 때문에 일본이 합병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사회는 발전해야 되는데 한국인들의 성향은 진취성이 부족하고 타율적이어서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는 지도층의 사대주의와 당파싸움으로 역사 발전을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에 일제가 병합하여 식민지화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찬란했던 한민족의 역사를 초라하고 주체성이 없는 모습으로 규정했다. 20세기의 우리민족은 역경과 고난의 시기였다. 20세기 초 나라를 잃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그 후에는 남북이 갈라져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을 겪었다. 또 폐허 위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는 동안 수많은 세대 간 계급간의 갈등을 겪었다. 그런 험난한 과정을 통과하여 이제 21세기에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도 오래 외세에 의해 또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 억눌리는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최근에는 오히려 외국인들의 입을 통해서 우리의 자화상을 보게 된다. 지금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사회학자에 의해서 한국은 세계를 리드하는 나라로 소개되고 있으며 많은 학생들에게 한국사, 한국 문화, 한국어, 한국 음식은 인기를 얻고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대세는 한국이야.”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회학자 샘 리처드 교수는 보통 7-800명의 학생들이 찾는 최고의 인기 강사인데 한국에 관한 강의에서 “한국은 세계가 장차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려주는 포지션에 있다.”라고 극찬하였다. 또 한명의 한국에 관한 저명한 강사는 USC 사학과 데이비드 강 교수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한국의 역사를 고대사부터 근대까지 죽 설명하면서 최근의 선진화된 대한민국의 뿌리가 오랜 높은 문명을 구축했던 역사에서 찾고 있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해 왔지만 지금처럼 실감나던 때는 없었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교민 사회에서 “1세는 심고 2세는 뿌리내려야 한다.”는 말을 해왔었다. 그런데 이제 말을 바꾸어야 하겠다. “1세는 심고 2세는 뿌리 내리고 3세는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라고. 조국이 잘 살면 이민 와 사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한국이 잘 살게 되니까 이곳에 사는 2세들에게 조차 한국 역사와 문화, 심지어는 최근 정치적 상황을 물어보는 미국인이 많아졌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통해 그런 소리를 들을 때 “그러니까 너희들이 열심히 우리 언어, 우리 풍습, 우리역사를 알아야 제대로 그들에게 답변할 것 아니야?” 라고 말해준다. 우리의 젊은 2세, 3세들이여,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뿌리를 가진 미국인으로 이 땅에 뿌리내릴 뿐 아니라 주인의식을 가지고 나아가기 바란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다. 너희들에게 미국과 세계의 장래가 달려있다. 오랜 서구 문명의 막바지에 미국인들은 그 해결책을 한국에서 찾고 있다. 한국을 배워라. 한국말을 유창하게 연마하라. 한국의 역사에 정통하여 그들에게 자신 있게 미래의 방향에 대해 말해 주어라. Korean American으로 이 땅의 주역이 되어라.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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