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MH370’ 여객기 실종사건
▶ 2014년 3월 베이징행 이륙 40분후 갑자기 사라져…‘정신 불안’ 기장 의도 가능성·하이재킹 등 추측 난무
2014년 3월 25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한 해변에 설치된 말레이시아 여객기(MH370)와 탑승객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모래 작품 근처에서 학생들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로이터]
“의문의 사건으로 피해를 본 시민들의 상실과 고통에 공감한다. 우리는 수색을 포기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여객기(MH370) 실종 사건’ 발생 8주년을 맞은 지난해 3월 위 카 숑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은 화상 연설을 통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그는 “MH370의 위치를 특정하는 정보가 확인되는 대로 수색팀을 재구성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신뢰를 보내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너무 오래된 데다, 실종 비행기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나올 가능성도 희박했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8일 발생한 MH370 실종 사건은 역대 항공 사고 중 최대 미스터리로 꼽힌다. 무려 239명이 탄 여객기가 인도양 상공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런데 여태껏 사고기와 탑승객들의 행방은 물론 그 원인조차 알지를 못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사건 발생 약 3년 만인 2017년 1월 공식적인 수색 중단을 선언하며, 진상 파악을 사실상 포기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2018년 7월에 발표한 495쪽에 달하는 MH370 사건 최종보고서를 보면 여객기는 2014년 3월 8일 오전 0시 41분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이상한 징후가 발생한 건 그로부터 40분 정도가 흐른 오전 1시 22분이었다. 갑자기 말레이시아 관제탑의 레이더망에서 MH370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관제탑 레이더망은 항공기 조종석에 설치된 무선 응답기(트랜스폰더)에서 오는 신호로 위치를 추적한다. 그런데 무선 응답기가 무슨 이유에선지 갑자기 꺼진 것이다. 더구나 MH370 조종석에선 관제탑에서 보내는 통신 요청도 받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공군이 뒤늦게 MH370 추적에 나섰다. MH370은 군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한계 거리까지 비행했고 결국 오전 2시 22분에 레이더망에서 벗어나며 종적을 감췄다. 여객기엔 △중국 △말레이시아 △호주 △대만 △인도네시아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이탈리아 등 14개 국적의 승객 239명이 탑승해 있었다.
전문가들은 MH370이 공중에서 폭발한 흔적은 없었기에 인도양으로 추락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비행기 실종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과 호주, 일본 등 전 세계 26개 국가들이 수색 작업에 뛰어들었다. 자국민의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지만, 인도양이라는 광범위한 지역을 수색하려면 말레이시아 당국 혼자만의 힘으론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MH370의 추락 지점을 예상하는 작업이 가장 먼저 진행됐다. 이륙하기 전 MH370에 주유된 연료량은 약 7시간 30분 정도를 비행할 정도였다. 이를 근거로 쿠알라룸푸르에서 인도양 쪽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를 반지름으로 원호를 그려 탐색 구역을 설정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런 분석들을 취합해 MH370이 호주 서쪽 지역인 인도양 남부에 추락했을 거라고 결론 내렸다.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4월 6일에는 마침내 MH370 블랙박스의 전파 신호가 포착됐다. 하지만 문제는 드넓은 인도양 바닷속을 뒤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색 선박들이 블랙박스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고 8일간 헤매는 사이, 결국 블랙박스 배터리는 방전되며 신호마저 끊겨버렸다. 사실상 마지막 사건의 실마리가 사라진 셈이다. 이 비행기에 가장 많은 자국민이 탔던 중국과 호주, 말레이시아 정부는 2017년 1월 18일 공동성명을 통해 “3년 가까이 이어진 수중 수색 작업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블랙박스는 고사하고 비행기 잔해도 제대로 수거하지 못하자, MH370 실종 사고를 놓고 지금까지 각종 의혹과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사고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비행기 항적을 근거로 기장의 ‘자살 비행’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MH370의 항로를 살펴보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다가 서쪽인 인도양으로 180도 꺾인다.
‘자동순항모드’에선 구현할 수 없는 움직임이어서 당시 기장이 인위적으로 방향을 바꾼 거라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긴급사태가 발생해 회피 운항을 한 것이라면, 상공을 원형으로 돌면서 관제탑과 교신해 비상착륙을 시도하거나 회항을 결정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MH370은 망망대해인 인도양으로 곧장 날아갔다.
전문가들은 MH370의 비행경로가 각 국가들의 레이더망을 피하려는 모습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호주 방송 채널9의 탐사프로그램 ‘60분’은 항공 전문가를 인용해 “대형 여객기는 레이더와 인공위성 등을 통해 웬만하면 추적이 가능하다”며 “MH370은 말레이시아와 태국 간 경계를 따라 인도양으로 날아가면서 이들 국가의 탐지를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MH370의 기체 잔해가 발견되지 않는 점도 미스터리다. 항공기가 바다 표면으로 급전 직하하면 최소 200만 조각 이상으로 파괴된다고 한다. 그런데 MH370과 관련해선 지금껏 해당 기체의 잔해로 추정되는 보조날개 조각 등 몇 점만 발견됐다. 기체가 추락할 때 기장이 어떤 식으로든 조작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장의 ‘자살 비행’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 증거도 속속 발견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MH370 비행을 책임졌던 기장인 자하리 아흐마드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그의 컴퓨터에 설치된 모의 비행장치에선 인도양에 위치한 인도와 스리랑카, 몰디브 등 공항에 모의 비상 착륙 연습을 한 흔적이 나왔다.
아흐마드가 아내와 별거 중으로 정신이 불안한 상태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말레이시아항공의 한 동료 조종사는 뉴질랜드헤럴드와 인터뷰에 “자하리가 아내와 결별하고 만나는 다른 여성과 관계에도 문제가 생기며 심각한 정신적 불안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아흐마드와 말레이시아 국제공항 관제탑 간 마지막 교신 내용에 주목한다. 말레이시아 교통부에 따르면 아흐마드가 보낸 마지막 교신은 “굿 나잇(good night)”이 아닌 “굿 나잇, 말레이시안 370”이었다. 관제탑에 보내는 “좋은 밤(굿 나잇)”이라는 인사라기보다는, 자신이 타고 있는 MH370에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정황 증거일 뿐이다. 이를 반박하는 내용들도 많다. 경찰 조사 결과 아흐마드는 항공사의 비행 계획 변경에 따라 이륙 직전에야 MH370 비행을 맡았다. 그가 어떤 부정적 의도를 갖고 일부러 MH370을 탄 게 아니라는 말이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보니 테러리스트의 ‘하이재킹(공중납치)’이나 갑작스러운 고도 차에 따른 조종사들의 실신, 미 공군의 격추 가능성 등까지 각종 의혹들이 제기된다.
MH370과 관련된 가장 최근 소식은 지난달 12일 인도양 서부에 위치한 마다가스카르의 한 해변에서 MH370의 랜딩기어(착륙을 위한 지지대 바퀴)를 내리는 문이 발견됐다는 영국 더타임스의 보도다. 해당 파편을 발견한 영국 엔지니어인 리처드 가드프리는 더타임스에 “랜딩기어가 내려진 상태로 바다로 추락하면 기체는 더욱 큰 충격을 받고 더 빨리 침수된다”며 “랜딩기어 문만 따로 발견된 건 조종사가 바다로 추락 직전 고의로 랜딩기어를 내린 증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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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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