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새해 미국경제 전망
▶ 작년 달러화 가치 9% 올라…“주춤 vs 추가 상승” 엇갈려
상반기 기준금리 5%초반 예상, 연말 금리인하 전환에 베팅도
새해에는 강달러가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지난해 미 달러화 가치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16개 주요 통화 대비 약 9% 상승했지만, 연말로 오면서 고점 기준 상승분의 약 절반을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새해에는 강달러가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월스트릿저널(WSJ)이 진단했다.
16개 주요 통화와 비교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WSJ 달러지수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올해 8.9% 상승했다. 이는 2014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고점을 찍은 지난 9월27일에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상승폭의 절반 가까이 반납한 상태다. 당초 작년에 달러 가치가 이처럼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미 지난 2021년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반영해 달러 가치가 오른 상태여서 대다수는 올해 추가 상승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일부 투자자는 달러 가치가 이미 과대평가된 상태라면서 가치 하락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 등의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고 길게 이어지고, 연준도 이에 대응해 불과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4%포인트나 끌어올리면서 달러도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 초강세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통화의 가치는 급락했다. 유로화는 2002년 전면 도입 후 사실상 처음으로 ‘1유로=1달러’ 선이 지난해 7월 무너졌다. 영국 파운드화도 지난 9월 달러 대비 가치가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일본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도 1990년 이후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무역·금융 기축통화인 달러의 초강세는 밀 같은 원자재와 미국산 제품의 가격을 비싸게 만드는 역할을 해 다른 나라의 인플레이션을 가중시켰다. 그 결과 스리랑카 같은 빈국은 연료·식량 구매에 보유 외환을 소진하면서 위기에 빠져들었다. 또한 최근 가나가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하는 등 달러 표시 외채가 여러 신흥국의 외환위기를 불러왔다.
이런 가운데 많은 투자자는 내년에는 강달러가 더욱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헤지펀드 ‘유라이즌 SLJ 캐피털’의 스티븐 젠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시장이 미국 경제의 심각한 구조적 결함에 다시 집중하면서 내년에는 달러의 주요 통화 대비 가치가 10∼1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주요 10개국(G10) 환율 연구 책임자인 스티브 잉글랜더도 중국 일상 회복의 영향 등으로 다른 나라의 성장 전망이 개선되면서 내년에는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JP모건체이스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는 한 달러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면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가 내년에도 5%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게 새해 미국 경제의 최대 관심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언제까지, 얼마나 더 올리느냐에 쏠려 있다. 금리가 증시와 부동산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자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면이어서다. 내년 연준의 통화정책을 좌우할 최우선 요인은 인플레이션의 경로지만,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월가의 10개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내년 3∼5월까지 연준의 금리인상이 계속되고, 최종금리 수준은 5.0∼5.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 한 곳만 내년 2월 4.75% 수준에서 금리인상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계속 추세적으로 하락해 정책금리가 더 높아지게 되는 시점에서 금리인상이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인사들은 내년 중 금리인하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과반인 6개 IB는 연준이 피봇(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내년 4분기 금리인하 전환을 예측했고, 3분기에 금리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한 기관(노무라)도 있었다.
그러나 변수는 적지 않다. 월가 예상대로 근원 PCE 가격지수가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연준 목표치(2%)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인데다 높은 임금상승률로 인해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도 있어서다.
노동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은 과열 상태가 지속되면 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연준이 5%대 중반까지 금리를 올리고 이를 2024년 전까지는 낮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끈질기게 내년 하반기 중 금리인하 예상을 거둬들이지 않는 것은 결국 높은 금리가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블룸버그통신이 47개 IB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년 이내 경기침체 발생 확률은 60%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더라도 그 정도는 완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또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불균형,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신흥국 경제 성장과 인구 고령화 등 팬데믹 직전의 저물가 시대와는 달라진 거시경제 환경이 연준의 피봇 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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