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혹은 적합도라 할까? 극단적 예로 죽음에 가장 적합도가 좋은 사람은? 제일 낮은 사람은? 첫번 경우는 사제(司祭), 두번째 경우는 사형수(死刑囚)가 아닐까한다.
누가 죽음을 선뜻 받아들일까 하겠나마는 사제 길에 입문할 때부터 이분들은 죽음을 초개같이 여기며 신과 인간의 가교 역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맹세한 것으로 안다. 하기에 때론 이분들께 서운했던 경험들이 분명 있었던 때를 기억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다. 예로, 부모님이나 친지 어느 분의 사망소식을 전할 때 이분들은 차분히, 덤덤히 반응하신다. 죽음이란 인생의 과정 중 한 단면일 뿐이기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한편 사형수 경우는 어떠할까?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자신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아니 정반대로 생을 강제로 마감하게 되는 이런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은 사형 피집행 당사자로 사형 적합도가 가장 낮을 것이라고 확신할 것이다.
비유가 극단적이고 또한 본래 이 글의 목적의 적합도에 적절하지 못했다고 독자들께서 생각한다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근래 한국에선 고교 졸업생들이 수능시험을 치루고 성적발표에 학생 본인은 물론 부모님들의 희비가 상당한 것 같다. 학생들의 장래에 크나큰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이기에. 교육은 백년대계로 국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한편 그만큼 어려운 국가 대사일 것이다. 교육문제, 특히 입시에 관한 정책은 정권에 관계없이 연속성과 전문성이 절대로 필요한 이유이다.
경기할 때 룰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중 자신의 진로결정시 본인, 부모, 선생님, 심리, 적성 전문가들이 다 함께 참여하여 가장 적절한 결과를 도출해도 훗날 후회할 경우가 분명 생길 수도 있을 텐데 그렇치 않을 경우 그 피해는 온통 학생의 몫이 되어 버릴 것이기에 심각한 문제,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손실이 될 것이다.
적성 결과로 이과, 문과계통으로 큰 윤곽을 잡은 후, 두 그룹에 적절한 교육과정을 설정하고 얼마간의 유예, 시험기간을 주어 그 학생에 적절한 과정인지를 판단해서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성, 적성을 잘 파악, 발굴하고 살려 후회없는 단 한번의 생을 살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예술재능이 있는 학생에게 여타 과목은 흥미도 없을 뿐더러 따라가기도 힘들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부모님은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듯이 정작 모르고 자식을 다그치기만 하고 있을 때 주위 친지분의 충고로 미술 방향으로 변경하여 만화가로 성공했다는 이야기이며, 현존하는 인도 출신 세계적 대 지휘자 주빈 메타(Zubin Mehta) 스토리도 있다. 그는 1936년 영국령 인도 제국 뭄바이에서 붐베이 교향악단 창설자이며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음악적 영감을 이어받았으나 어머니의 압력으로 St. Xavier 의대에 진학했다.
그러다 중도 포기, 비엔나 음악학교에서 한스 스바로프스키로부터 지휘학을 사사,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1, 2등을 다툰 같은 문하생이었다. 얼마나 멋진가!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의사생활보다 현명한 판단으로 이룩한 멋진 삶이 아닌가.
영국 작가 서머셋 몸은 파리 출생, 영국에서 의대졸업, 의사가 되었지만 작가로서 267편의 소설, 3600편의 시와 단편소설, 그중 ‘달과 6펜스’로 유명하다. 처칠과 아인슈타인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예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과계열 학생들이 대학 이름만 보고 적성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 문과에 지원, 합격하여 정작 들어가야 할 문과계열의 80%를 점유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입시 전문가의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국가 장래가 암울하다.
꽤 오래 전엔 공학박사 취득자가 돌연 사법시험 준비자가 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자세한 연유는 모르겠으나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한다.
현재 위치에 불만족, 아니면 좀 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선택을 뒤늦게 한 것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사회관습, 권력, 명예, 부 추구의 극단적 모범생(?)의 평을 듣고자 함인가? 하여튼 듣기 불편한 이야기였다.
결론으로 돌아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잘못된 사고방식의 개선이 절대로 필요한 연유가 여기에 있다. 입시, 진학 철에 입시생은 물론 그들 부모님들께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드리고자 한다. 용기를 불어 넣어주세요, 자녀들에게!
<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