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갱년기 원인은 폐경… 폐경 3~4년 전, 40대 중후반부터 시작
▶ 여성호르몬 치료 효과적…적절한 치료 폐경 후 삶의 질 높여
4계절이 있듯이 우리 몸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보통 태어나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기를 봄에, 20~40대 청ㆍ장년기를 여름에, 50~60대 중년기를 가을에, 70대 이후 노년기를 겨울에 각각 비유한다. 사추기(思秋期)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사춘기(思春期)에 빗댄 말로, 50세 전후 찾아오는 갱년기를 이르는 말이다. 실제 이때는 사춘기처럼 신체ㆍ정신ㆍ환경적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특히 여성은 이 시기 성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생리가 멈추고 생식 기능을 상실한다. 최세경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갱년기는 특히 여성에게 신체와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동반한다”며“지난해 국내 여성의 기대 수명은 86.6세다.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사추기의 건강 관리에 앞으로의 따스한 30여 년이 결정될 수 있다”고 했다.
◇ ‘폐경’이 주원인… 대개 폐경 3~4년 전부터 시작
갱년기의 가장 큰 원인은 폐경이다. 폐경은 임상적으로 생리를 규칙적으로 한 여성이 1년간 생리를 하지 않았을 때 진단한다. 폐경 이행기, 즉 갱년기는 보통 폐경 3~4년 전부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폐경이 나타난 후 1년 정도 기간을 말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까지 지속한다.
국내 여성의 폐경 연령이 2020년 기준 평균 49.9세인 점을 감안하면 보통 40대 중ㆍ후반부터 갱년기가 찾아오는 셈이다.
최세경 교수는 “갱년기가 되면 질병 발생도 도미노처럼 이어지는데, 폐경 초기 여성의 75%는 열성 홍조와 야간 발한을 경험하고, 50대 중반엔 급격한 기분 변화, 기억력 감퇴, 성기능 장애 등을 겪다가 후반엔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치매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급격한 신체·심리적 변화, 질병 도미노로 이어져
갱년기가 되면 특히 여성에게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우선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량도 일정치 않게 되며 결국 폐경에 이르게 된다. 주름살이 부쩍 늘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자신감을 잃고 우울해하기 쉽다.
갑자기 가슴을 시작으로 목·얼굴·팔에서 오한과 발한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뇌 속에 온도를 조절하는 중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시력이 점차 흐려지고 안구가 쉽게 건조해진다.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하기도 한다. 특히 이 시기는 자녀가 집을 떠나는 시기와 맞물려 더 심해진다. 또 기억력이 떨어져 자주 깜빡 하는 일이 생긴다. 인지ㆍ기억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에 많은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질과 요로계도 영향을 받는다. 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탄력성을 잃고 위축된다. 호르몬 부족 상태가 계속되면 질은 더욱 건조해져 성관계 시 통증이 생기고 손상을 받거나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돼 자연히 부부 관계를 피하게 된다.
아울러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요로 상피가 얇아지고 탄력성이 감소되며 방광을 지지하는 조직 이완으로 방광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밤에도 여러 번 일어나 화장실을 찾게 된다.
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긴장성 요실금이 나타나고 요도염이나 방광염에 쉽게 노출된다. 여성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부족해 근육량이 적은 편이다. 특히 갱년기 여성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심혈관 질환 발생에도 주의한다. 폐경 전 여성은 같은 나이의 남성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 빈도가 3배 정도 낮다. 이는 여성호르몬이 보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은 낮아지고, ‘나쁜’ LDL 콜레스테롤은 높아진다.
이러한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화로 폐경 후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 즉 고혈압ㆍ협심증ㆍ심근경색 등에 노출되는 비율이 남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진다. 심혈관 질환은 폐경기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의 하나로 폐경 후 여성은 심혈관 질환 사망이 암으로 인한 사망보다 2배가량 많다.
골다공증도 조심해야 한다. 골다공증은 갱년기 증상 가운데 가장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뼈의 교체 속도가 증가하고 뼈 흡수와 형성 사이의 불균형이 커지지는 것이 원인이다.
폐경 1년 전부터 뼈 소실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후 3년간 지속된다. 뼈 손실이 많이 일어나는 부위는 척추ㆍ대퇴부ㆍ골반부ㆍ장골 등이다.
최세경 교수는 “골다공증이 심하면 척추 압박 골절로 요통이 생기고 키가 줄거나 등이 굽기도 한다”며 “특히 전에는 미끄러지면 고작 멍이 들었을 정도도 엉덩이뼈가 부서질 정도로 약해지는데 대퇴부 골절은 사망률이 15~20%에 이른다”고 했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부족은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발생과도 관련 있다. 대한폐경학회는 폐경 후 10년내 비교적 젊은 폐경 나이에 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 대체 요법(HRT)’을 시작하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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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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