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안보협의회 확장억제 탄력…나토식 ‘핵기획그룹’ 벤치마킹
▶ 한국형 NPG·핵공유 안착 위해선 한국 잠수함에 미국 핵탄두 탑재해야
미국의 LA급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함. 한미 핵공유 추진 시 LA급 잠수함을 우리 해군이 리스한 뒤 미국 핵탄두를 탑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트라이던트 2 D5’가 수중에서 잠수함을 통해 발사되고 있다. 해당 미사일에는 유사시 전술핵 핵탄두 등이 탑재될 수 있다. [사진 제공= 나무위키, 미 해군]
8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이 선방하면서 한반도와 관련한 안보 이슈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됐다.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안보 공약(핵우산+재래식 전력 제공) 실행력을 높이려는 윤석열 정부와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순항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공약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한미 안보협의회를 통해 시동이 걸린 이른바‘한국형 핵공유’ 정책도 탄력을 받게 됐다. 한미는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협의체인‘핵기획그룹(NPG)’을 벤치마킹해 핵무기 등과 관련해 정보 공유, 기획, 운용 등에 대한 협의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한미판 NPG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어떤 전략자산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풀려면 나토의 NPG 창설 과정을 되짚어보고 시사점에 착안해볼 필요가 있다.
◆나토는 왜, 어떻게 NPG를 창설했나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프랑스 제외)은 1967년 미국과 함께 NPG를 창설했다. 양측은 NPG를 통해 미국의 핵우산 정책 방향과 핵전력의 기획 및 배치 등을 조율해왔다. 또한 유럽 나토 회원국에 공유된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평시에는 5개국(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튀르키예)의 주둔 미군이 관리하다가 유사시 해당 5개국의 전투기가 탑재해 운용한다.
이 같은 시스템이 대두된 배경은 옛 소련의 핵미사일 위협이었다. 소련은 1949년과 1953년 핵실험에 성공했다. 이어서 1957년 10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했다. 스푸트니크를 우주 공간으로 올려보낸 로켓(발사체)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 7’이었다. 위성 대신 핵탄두를 탑재하면 유럽 전역 및 미국을 핵타격할 수 있음을 뜻했다.
이에 유럽은 긴장했다. 미국이 유럽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한 것은 1952년부터였다. 하지만 유럽은 물론 미국에도 아직 실전 배치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없었다. 이는 미국의 핵우산 신뢰성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미국이 본토에 소련의 핵 ICBM 공격을 받을 위험을 무릅쓰며 유럽을 지켜주겠느냐는 것이었다.
미국의 미사일 전력이 개선됐음에도 유럽에서는 미국 핵우산에 대한 불신이 여전했다. 특히 프랑스는 자체적인 핵무장에 나서기로 했다. 서독 등은 자체 핵무장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핵무기에 대한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실질적 사용권을 요구했다.
딜레마 속에서 타협안을 발굴해낸 사람은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로버트 A 보위 하버드대 교수였다. 그가 1960년 제시한 해법은 ‘다국적혼합군(MLF·Multilateral Force)’을 구성하는 것이다. 미군과 유럽 나토 회원국의 병사들이 혼합된 부대를 창설해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및 수상 전투함의 운용을 맡기는 방식이다. 다만 비용 부담 등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으로 최종 도입에는 실패했다.
그러다가1966년 전기가 마련됐다. 나토에 핵방어위원회를 설립하고 그 하부 기구로서 NPG를 창설하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한국형 NPG 창설한다면
한미는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위기 협의, 연합연습, 전략자산 전개의 6개 범주에서 확장 억제 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범주에 대해 우리 정부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NPG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NPG 구축 방안에 대해 기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조직 편제를 개편·강화하는 것, 혹은 별도의 장관급 고위 협의체를 신설하는 것 등을 저울질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DSCG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협의체 산하에 신설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개최가 중단됐다가 올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복원됐다. EDSCG를 기반으로 한국형 NPG를 창설한다면 확장 억제 수단 중 핵무기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실무 보좌 조직 등을 EDSCG 산하에 설치하고 수시로 한미 간 정보 공유 및 물밑 조율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장관급 협의체인 NPG와 달리 2+2장관 협의체 하에 예속된 EDSCG는 차관급 협의체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국방뿐 아니라 외교 당국자도 참석하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민감한 핵 작전 보안 사안을 한미 국방 당국이 내밀하게 협의하는 데 한계가 있고 유사시 긴박한 군사적 결심이 필요한 상황에서 외교적 판단에 의해 의사 결정이 희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대안으로 양국 국방 당국 간 장관급 연례 채널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산하에 한국판 NPG를 두는 방안, 혹은 아예 나토처럼 한미 간 별도의 ‘핵방어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산하에 한국형 NPG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핵공유 위한 플랫폼 대비해야
한국형 NPG를 비롯한 한미 간 협의 및 의사 결정 체계가 안착되면 향후 나토처럼 한미 간, 혹은 역내 다자간 핵공유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핵무기를 동맹국의 플랫폼에 탑재하는 나토와 같이 우리 군도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지정학적 환경에 맞는 핵공유용 전략자산 플랫폼 확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영국식 해상 플랫폼 기반의 핵공유 방식을 조망했다. 우리 군의 잠수함에 미국의 핵탄두를 탑재하는 방식이다. 다만 핵미사일을 탑재하는 잠수함은 장기간 은밀히 수중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래식 잠수함이 아닌 핵추진 방식의 잠수함이어야 한다고 조 위원은 지적했다.
한국이 직접 자체적으로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해 전력화하려면 최소한 10여년 이상이 소요돼 당면한 북핵 위협에 대한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퇴역 예정인 미국의 LA급 핵추진잠수함 등을 우리 해군이 리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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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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