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수감 유지… “송환 이의제기 권리 포기 않겠다”
▶ 교도소 악명 높아… “차라리 조기송환이 나을 것” 전문가 의견도
거래 규모로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였으나 지난달 갑자기 파산보호신청을 낸 FTX의 창업자이며 전 최고경영자(CEO)인 샘 뱅크먼-프리드(30)가 영연방 회원국인 바하마에서 체포된 후 보석을 청구했으나 13일 기각됐다.
이에 따라 뱅크먼-프리드는 열악한 수감 조건으로 악명이 높은 바하마의 폭스힐 교도소에 구속수감된 상태로 미국 정부의 범죄인 송환 요구에 대응해야 할 전망이다.
다만 그가 송환 요구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실제 송환이 언제 이뤄질지는 당장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하마 법원은 이날 재판을 열어 뱅크먼-프리드를 심문한 후 도주 우려가 크다며 보석 청구를 기각하고, 송환 재판이 열리는 내년 2월 8일까지 구속 상태를 유지토록 명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이날 재판 도중 '미국 정부 측의 범죄인 인도 요구에 따른 송환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포기하겠느냐'는 취지의 판사 질문에 "(이의 제기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재판장인 조이앤 퍼거슨-프랫 판사는 재판 도중 피의자 변호인 측의 법률 해석 주장을 듣고 "나는 어제 태어난 게 아니다"("내가 그런 말을 믿을 정도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라는 뜻)라고 말해 방청석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퍼거슨-프랫 판사는 재판 진행 도중 피의자의 이름을 부르려다가 '뱅크먼-프리드'라는 성 부분을 기억하지 못해 여러 차례 말문이 막혔다.
판사가 '새뮤얼'까지만 말하고 오래 머뭇거리자 피의자가 "뱅크먼-프리드(입니다)"라고 덧붙여 방청객들이 폭소를 터뜨린 적도 있었다.
짙은 푸른색 양복과 흰 셔츠를 입고 나타난 뱅크먼-프리드는 혐의를 부인했으며, 구속 유지를 명한 판사의 선고를 듣고는 고개를 떨궜다.
그는 이어 재판을 방청한 부모 조지프 뱅크먼과 바버라 프리드와 포옹하고 법원 청사 밖에서 대기중이던 밴에 실려 교도소로 향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후 피의자 변호인은 의뢰인이 법무팀과 함께 혐의를 검토 중이며 모든 법적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재판 전날인 12일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바하마 당국에 체포됐으며, 재판이 열린 13일 뉴욕 맨해튼 소재 뉴욕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뱅크먼 등에 대한 공소장을 공개했다.
공소장에는 금융사기·증권사기 공모와 선거자금법 위반 등 혐의 8건이 적시됐으며,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최장 115년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미국 뉴욕 남부 연방검사장은 뱅크먼-프리드의 사기로 고객들이 수십억 달러(수조 원)의 피해를 당했다며 "미국 역사에서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검사장은 "오늘 공개된 혐의 내용이 확실히 보여 주듯이, 이는 경영상 실수나 허술한 관리의 사례가 아니라 의도적 사기라는 점이 매우 명백하고 단순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뱅크먼-프리드가 송환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정 다툼을 벌일 경우 실제 송환이 상당히 늦춰질 수도 있다고 최근 선례들을 들어 지적했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브루즈 재거리스 변호사는 영연방 국가들은 최종심을 런던의 추밀원에서 심리하도록 한다는 점을 들어 "모든 단계를 따지면 5, 6, 7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미국 시민들 상당수가 여건이 열악한 외국 감옥에서 몇 년을 보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국으로 돌아가는 쪽을 택하는 점을 들어, 뱅크먼-프리드가 결국은 미국행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즈와이백 변호사는 뱅크먼-프리드가 바하마에서 호화 주택에 살았으나 송환 이의 제기 절차를 밟는 동안은 그런 생활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기자에게 지적했다.
만약 뱅크먼-프리드가 이의 제기권을 포기할 경우 바로 그 다음날 송환 동의서에 서명하고 1주 내에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고 즈와이백 변호사는 내다봤다.
미국 교도소 수감여건에 관한 전문가인 래리 러바인 월스트리트프리즌컨설턴츠 창립자는 로이터통신에 뱅크먼-프리드의 경우 송환 이의제기권을 포기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바하마에) 머물러 봐야 그에겐 좋을 게 없다. 결국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바하마의 유일한 피의자·피고인·범죄인 구금시설인 폭스힐 교도소는 비위생적 환경 등 열악한 수감 조건으로 악명이 높은 시설이다.
작년에 나온 미국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설은 적정 수감 인원보다 실제 수감자가 훨씬 많은 과밀 상태이며 쥐가 들끓을 뿐만 아니라 변기가 따로 없어서 수감자들이 양동이에 대소변을 봐야 한다.
돈 클레어 바하마 교정청장은 로이터에 시설 대부분의 개선이 완료됐다며 "설치류(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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