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는 치질이 더 악화된다. 건강보험공단의 2019년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치질 수술이 17만 건, 이 가운데 30% 정도(4만9,000건)가 겨울철에 이뤄졌다. 치질은 항문 주변 정맥에 피가 몰려 발생하는 혈관 문제인데, 추운 겨울에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날이 추워지며 혈관이 수축되고,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치질은 민망한 질환이라 생각하여 주변에 말하기를 꺼릴 때가 많다. 이지혜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주변에 생각보다 치질 환자가 많다”며“특히 치질이 있다고 모든 환자에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먼저 보존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변 본 뒤 휴지에 피가 묻으면 치핵
치질은 크게 치핵, 치열, 치루 등으로 나뉜다. 치핵은 항문관 안 점막에 콩알 같은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치핵은 치질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다. 대변을 본 뒤 휴지에 피가 묻거나 변기가 피로 물들면 치핵으로 보면 된다.
치핵은 딱딱한 대변과 대변을 보려고 항문에 지속적으로 힘을 주는 것이 주원인이다. 치핵에는 통증 없이 대변을 본 뒤 피가 나오거나 치핵이 항문 밖으로 돌출하는 내치핵과 항문 근처에서 발병하며 단단한 콩처럼 만져지고 통증도 심한 외치핵으로 나뉜다.
치열은 항문 입구에서 항문 내부에 이르는 부위가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보통 굳은 변을 배출하면서 항문 점막이 손상돼 생긴다. 배변 후 휴지에 피가 묻고, 변을 볼 때 찢어지는 듯하게 아프다.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돼 수술해야 한다.
치루는 항문이나 직장 주위 고름이 터지면서 항문 안쪽에서 바깥쪽 피부 사이에 작은 통로가 생겨 분비물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항문 주위의 피부 자극과 불편감, 통증이 동반되고 거의 수술해야 한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치질 증상이 혈변, 하복부 불편감, 통증 등으로 대장암 증상과 비슷해 헷갈릴 수 있어 증상만으로 병을 예단하지 말고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치핵 억지로 집어넣어야 한다면 수술해야
치질 등 항문병은 진찰받기 껄끄러워 증상이 나타나도 참고 지내기 일쑤다. 젊은 나이에 잘 생기는 치열은 변비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항문 점막이 찢어진다.
이 때문에 항문 괄약근은 반사적으로 더 조여진다. 그러면 배변이 어려워지면서 더 많이 찢어지게 된다. 이런 원리로 참다 보면 병이 점점 악화되는 것이다.
이전보다 덜하지만 요즘도 치질 수술에 공포를 느끼는 환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요즘에는 치질 수술이 그다지 아프지 않을뿐더러 치질이 생겨도 모두 수술할 필요는 없다.
수술할 때가 따로 있다.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케이스도 있고, 수술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심지어 수술해도 깔끔히 치료되기 어렵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치핵은 진행 정도에 따라 1~4기로 나뉜다. 치핵 1기는 항문에서 피가 가끔 날 때고, 2기는 변을 볼 때만 혹이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정도다. 이럴 때에는 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5분 정도 담그는 좌욕을 하거나 약물 치료와 좌약 등을 삽입하는 것 정도로 증상에 대처할 수 있다.
3기부터는 항문 밖으로 나온 혹을 억지로 집어넣어야 항문 안으로 들어간다. 4기는 아예 혹이 들어가지 않는 단계다. 치핵이 3~4기로 진행되면 수술이 효과적이다.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은 어쩌다 찢어져 피가 나온다 하더라도 규칙적인 식사와 섬유질과 수분 섭취를 늘리고, 따뜻한 온수 좌욕에 더해 좌약 등의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1~2주 내에 증상이 대부분 사라진다. 그러나 이런 대증요법에도 별로 호전되지 않거나, 좀 좋아졌다가도 이내 증상이 반복된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살이 곪아 항문과 피부에 관이 뚫려 고름이 나오고 통증이 가장 심한 치루는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치루절제술과 치루절개술, 세톤법(배액선법) 등이 있다.
◇화장실에서 5분 넘기지 말아야
치질을 예방하려면 우선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바이오리듬도 그에 따라 잘 돌고, 배변도 원활해진다.
대변볼 때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면서 배변 시간을 5분 이상 넘기지 말아야 한다. 배변할 때 과도하게 힘을 주지 말아야 하고, 틈틈이 좌욕하거나 항문 주위를 청결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적당히 운동하면 장 운동에 도움이 된다. 평소 방석이나 쿠션 위에 앉는 것이 좋다. 뒤처리 시 휴지보다는 비데, 젖은 휴지로 닦는 것이 낫다.
이지혜 교수는 “조깅, 수경 등을 꾸준히 하면 좋다”며 “케겔 운동과 같이 골반저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이나 아기 자세 같은 요가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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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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