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간 함께 한 모든 분들과의 시간이 빛나고 행복했습니다”
▶ 메릴랜드의 자애로운 어머니 역할 위해 노력
주지사 관저 빅토리아룸에 걸린 유미 호건 여사의 초상화. 솔즈베리대 김진철 교수가 그린 한복차림의 초상화는 두고두고 한국을 알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4년 ‘블루 스테이트’인 메릴랜드에서 공화당 후보 주지사로 기적 같은 승리의 역사를 쓴 후 8년을 소외되고 그늘진 곳,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자애로운 어머니 역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주지사 부인으로 8년간 메릴랜드 주민들 그리고 워싱턴 지역 한인들과 함께 한 순간들이 모두 빛나고 행복했습니다.”
‘미주 한인 최초의 주지사 부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유미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부인이 4년씩 두 번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래리 호건 주지사와 함께 내년 1월18일 애나폴리스 주지사 관저를 떠난다.
지난 2일 애난데일에 있는 한식당에서 호건 여사를 만나 지난 8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었다.
#가족과 시간 보내며 텃밭도 가꿀 것
“지난 8년을 돌아보면 바로 어제 같은데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임기를 마친 후에는 우선 그동안 바빠서 챙기지 못했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생각입니다. 딸이 아기를 낳았을때도 바빠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고, 다섯 손자손녀와도 시간을 보내지 못했어요. 이제는 ‘내려놓기’를 하며 텃밭도 일구고, 한국음식을 만들어 가족과 함께 나누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또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메릴랜드 미술대학(MICA)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길에 더욱 충실할 계획이다. 8년간 많은 공을 들였던 ‘유미 케어스’ 재단을 통해 가난과 질병,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도 계속할 예정이다.
8년 전 주지사 취임을 앞두고 언급했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바탕으로 그동안 ‘공동선(The Common Good)’과 ‘선한 영향력’ ‘옳은 길’을 추구했다. 물의 겸허와 부쟁(不爭)의 덕을 바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겸손과 어머니의 자애로움으로 메릴랜드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적 약자 보듬는 유미 케어스 설립이 가장 큰 보람
임기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묻자 “사회적 약자를 위해 메릴랜드 병원에 설립한 ‘유미 케어스 파운데이션’을 통해 어린이 환자들을 도운 일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한국전 참전용사들, 입양아들 일이라면 바로 뛰어가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울고 웃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호건 여사는 매일 새벽의 기도에서 “보지 않은 곳을 보게 하시고, 듣지 않은 것을 듣게 해주실 것”을 간구한다.
남편이 암에 걸렸을 때 하나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임기 시작 5개월 만에 호건 주지사가 ‘비호지킨림프종' 이라는 암에 걸린 때문이다. 다행히 주지사는 1년 만에 완쾌됐다. 암 치료를 받으러 간 남편 대신에 나가야 했던 곳에서 호건 여사는 1세도 안 된 아기들부터의 어린 암환자와 난치병 환자와 마주하게 함으로 하나님이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았던 곳을 보게 했다’고 믿는다.
유미 케어스는 메릴랜드 소아병원에서 운영하는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아픈 1세부터 21세까지 환자들이 미술치료를 받고 희망을 되찾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코리안 타운 ’조형물, 한인 후세대의 터치스톤 되길
유미 케어스 파운데이션 외에 그가 공을 들였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엘리콧시티에 있는 ‘코리안 웨이’ 지정과 ‘코리아 타운 상징 조형물’ 건립. 코리안 웨이와 코리아타운 조형물 건립 건도 주정부의 반대가 심했으나 호건 주지사가 설득해 관철시켰다.
“코리아 타운 조형물이 한인의 다음세대, 후손을 위한 터치스톤이 되고 다양성 존중, 다민족 화합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최근에는 조형물에 메릴랜드 출신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새긴 동판을 붙여 그들의 희생을 기렸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용사들의 나이가 당시에 18, 19세였어요. 이들이 꽃 같은 나이에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전사한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슬프고 가슴이 먹먹해지는지 몰라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유권자 등록과 투표가 정치력 신장의 바탕
미주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한 조언으로는 유권자 등록과 함께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주의 정치는 투표로 결정되므로 무엇보다 투표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계 커뮤니티를 보면 부족하고 모자라도 차세대들을 위해 아낌없이 서포트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 개개인은 훌륭해도 다른 이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화합하는 힘이 부족해요. 중국계 커뮤니티의 단결심과 차세대에 대한 지원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자세라 생각해요.”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메릴랜드 주에서 공화당 후보인 호건 주지사의 당선이 기적이라 불리는 것처럼 공화당 주지사가 연임에 성공한 것은 243년 메릴랜드 역사상 두 번째일 정도로, 새 역사를 썼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당시 공화당의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소신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지지를 받는 정치인인 그가 2024년 열릴 차기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도 많다.
대선 출마에 대해 묻자 호건 여사는 “모든 건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흘러간다. 전남 나주 시골의 한 소녀가 미국의 주지사 부인이 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성경 속 에스더처럼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순종할 뿐”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주지사 관저에 김치 냉장고를 들여놓고 김장철에 김치를 하며 김치를 알리고 설(Lunar New Year) 기념행사, 태권도의 날 제정 등을 열며 주류사회에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주지사 관저 뜰에 무궁화와 동백꽃, 싸리나무의 일종인 낭아초(인디고페라)를 심어 한국정취를 살렸으며 한미 양국의 가교 역할에도 무게추의 중심을 기울였다.
호건 여사는 워싱턴 한인들에 대한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동안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8년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연방하원에 한국계가 4명 있고 제 둘째 딸인 제이미 스털링이 세인트 메리스 카운티 검사장에 당선되며, 메릴랜드 최초 한인 검사장이 됐어요. 이처럼 차세대 한인 정치인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한인사회가 힘을 모으길 바랍니다.”
<
정영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