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사 전후 대처·보고서 삭제 의혹…”증거인멸 우려”
용산구청장·소방서장 구속영장 여부도 조만간 결정
▶ “인파 끼임 11시22분 해소”…소방 구조지연 집중 수사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일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등 경찰 간부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수본이 지난달 1일(이하 한국시간) 출범 이후 한 달 만에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참사의 법적 책임을 가리는 이번 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특수본은 소방당국과 용산구청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신병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 "용산서, 현장 구호조치 제대로 안한 책임"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5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하는 등 고의로 늑장 대응한 혐의(직무유기)로도 수사받고 있다. 특수본은 다만 직무유기 혐의 소명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에서 제외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의도를 가지고 직무를 저버렸는지 명확히 확인한 뒤 검찰 송치 단계에서 직무유기 혐의 적용을 결정할 계획이다.
참사 초기 현장에서 경찰 대응을 지휘한 송병주(51)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송 전 실장은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차도로 쏟아져나온 인파를 인도로 밀어올리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참사 발생 이후에도 송 전 실장이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본다. 상관인 이 전 서장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아 용산서 차원의 구호조치가 늦게 이뤄졌고, 현장 통제를 미흡하게 해 구조를 지연시킨 혐의다.
특수본은 이들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함에 따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서장은 지난달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서울청 주무 부서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지만 (참사)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었다"며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김광호(58) 서울경찰청장에게 돌렸다.
참사 인지 시점과 관련해서도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이 오후 11시께"라며 보고를 늦게 받아 구호조치가 늦었을 뿐이라는 해명했다.
특수본은 용산서가 서울청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는지 수사한 결과 이 전 서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진술이나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 참사 인지 시점도 오후 11시 이전으로 보고 있다.
◇ "'보고서 삭제' 정보라인 말 맞출 우려"
특수본은 이른바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해 박 경무관과 김진호(51) 전 용산서 정보과장에 대해 각각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경무관은 참사 이후 김 전 과장을 비롯해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과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과장은 부하직원을 시켜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를 받는다.
박 경무관과 김 전 과장 역시 특수본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같은 의혹에 연루된 두 사람이 모두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전 과장의 지시로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를 받는 용산서 정보과 직원의 경우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데다 상관의 지시를 거부하기 힘든 사정이 있다고 보고 신병확보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울서부지검은 특수본의 신청을 받아 이들 4명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모두 청구했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오는 5일 오전 10시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 소방·구청 책임자도 조만간 구속영장
특수본은 박희영(61) 용산구청장과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 등 출범 초기 입건한 다른 피의자들 신병처리 방향도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박 구청장과 최 서장 역시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어 구속영장 신청 쪽에 무게가 실린다.
특수본은 특히 최 서장 등 용산소방서 간부들의 구조 지연이 인명피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본은 최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인파 끼임이 완전히 해소된 시각을 참사 당일 오후 11시 22분으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 발생 시점으로 추정되는 오후 10시 15분에서 1시간 7분이 지난 뒤에야 사상자들을 사고 장소에서 모두 빼냈다는 얘기다.
특수본은 최 서장 등 용산소방서 지휘부가 적절한 현장 통제와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구조가 더뎌졌고 이로 인해 충분히 살아날 수 있었던 피해자들이 사망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특수본은 참사 발생 이후인 오후 10시 42분과 11시 1분에 119로 신고한 시민이 결국 사망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의 사망과 구조 지연 사이 인과관계를 확인 중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인파 끼임이 계속되면서 사망한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며 "인파 끼임이 빨리 풀렸다면 사상자도 줄었을 것으로 보고 구체적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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