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브아트(LG 리바트) 에드워드 김 대표
▶ 80년대 구 금성사 제품 미·중남미 유통으로 급성장…김치냉장고·압력밥솥 첫 도입 “해외시장 개척 보람”
끝없는 혁신…“주거용 제품 망라한 빌더가 내 꿈”
‘리브아트’의 에드워드 김 대표가 자체 브랜드 안마의자 등 다양한 제품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멈추면 죽는다’라는 말입니다. 우리 같은 규모의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 역시 끊임없이 새 상품을 개발하고, 멈추지 않고 변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생활 가전제품을 한국에서 수입해 미국과 중남미에 유통판매하는 ‘리브아트’의 에드워드 김(한국명 김준경) 대표는 올해로 만 74세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관한 그의 꿈과 열정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김 대표는 18세 때인 1967년 고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에 왔다. LA의 한 야간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며 주경야독했다.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으려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미군 OCS장교로 임관해 군생활을 했다. 워싱턴주 타코마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던 중 MBA 과정에 등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1979년 제대 후 뱅크오브아메리카 감사부에서 잠시 은행원 생활을 했지만 틀에 박힌 업무가 답답하기만 했다.
은행을 퇴직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있던 그에게 1981년 운명처럼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경인일보를 운영했던 장인어른과 절친이었던 금성사(현 LG전자) 허신구 사장이 LA에 출장와서 “미국에 금성사 전자제품을 팔아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한 것이다.
지금이야 LG전자가 세계적인 가전제품 회사로 우뚝 섰지만 당시 금성사 연 매출은 1조원 정도에 불과했고, 마땅한 해외시장 판로가 없던 상태였다. 비즈니스 경험이 없었지만 일단 저질러 보자는 생각에 LA 한인타운 8가와 카탈리나 코너에 ‘SJ(신진) 아메리카’라는 작은 매장을 차쳤다.
라티노들에게 인기있던 금성사 줌박스를 판매했다. 줌박스는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냉장고와 에어컨 등 금성사에서 만든 모든 가전제품을 수입해서 유통하는 총판권을 획득했다. 한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LG 리바트’가 이렇게 탄생했다.
한국산 압력밥솥과 김치냉장고가 처음 미국에 선을 보인 것도 LG 리바트를 통해서였다. 한국서 만든 비디오테이프를 판매하다 보니 한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한국 방송사 비디오 총판을 따내기도 했다.
김 대표가 LG 제품만 취급한 것은 아니다. 당시 작은 중소기업이었던 도루코에서 만든 1회용 면도기와 다른 영세기업이 만든 1회용 칫솔을 수입해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라티노들이 1회용 위생제품을 한 달씩 사용한다는 점을 착안했다”고 김 대표는 회고했다.
지금도 1회용 면도기와 칫솔은 연 매출이 200만 달러에 이르는 효자 상품이다. 15년 전부터 한국의 대륙제관에서 생산한 부탄개스를 수입해 재미를 봤다. 부탄개스를 판매하다 보니 버너도 덩달아 팔렸다. 연간 50개 컨테이너 분량을 수입할 정도로 인기상품이다.
사업규모가 점차 커지자 LA 한인타운 매장을 버논으로 옮겼고, 25년 전 커머스에 있는 4만 평방피트 면적의 웨어하우스로 이사했다. 지금 그의 회사를 통해 유통되는 상품은 자체 브랜드 제품을 포함해 대략 300여가지다.
“5년 전 리빙(living)과 아트(art)의 줄임말인 리브아트(Livart)를 상표등록한 데 이어 비바르테, 볼카노스, 볼드, 셰프터치 등 자체적인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자체 브랜드 제품은 고장요인을 없애기 위해 가능한 기능을 단순화시켰고 대신 가격을 확 낮췄습니다.”
그는 ‘상생’의 힘을 굳게 믿는다. LG전자의 협력사 중에서 가습기를 만들었던 오성사는 현재 직원이 5만명 넘는 중견기업이 됐고, 전기밥솥을 OEM으로 공급했던 성광전자는 이제 쿠쿠라는 자체 브랜드로 한국시장을 석권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우리와 첫 거래할 때만해도 규모가 작었던 도루코는 연 매출이 1조원에 달하고, 부탄개스를 생산하는 대륙제관도 어엿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처럼 상생의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는 매년 4월과 10월 한국에 나가 유망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아이템을 찾고 있다. 한인 기업들은 중국에서 만든 값싼 제품에만 관심을 갖고 있지만 중국이 결코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한 중소기업들이 한국에 많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들 중소기업에 부족한 점 한가지는 해외시장을 개척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괜찮다 싶은 기업이 있으면 해외 판로를 뚫어주고 경우에 따라선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기업도 모두 ‘구멍가게’로 시작했는데 지금 중소기업이라고 큰 기업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동안 축적해 놓은 자본력과 시장개척 경험이 많은 그에게도 고민이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대형 백화점과 가전제품 매장들이 주도권을 코스코와 월마트에 넘겨줬다. 예전에는 고객들이 잘 꾸며진 고급매장에 가서 제품을 보고 물건을 샀지만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꼼꼼히 확인한 후 매장에선 구입하고 싶은 모델의 가격만 체크하기 때문이다. 리브아트와 같은 디스트리뷰터 역시 설 자리가 점차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고급 콘도나 아파트 빌더들을 대상으로 냉장고와 개스레인지, 에어컨 등으로 구성된 가전제품 패키지를 판매하는 것이다. 2013년 LA한인무역협회 회장 시절 인연을 맺었던 찰스 최씨를 2021년 파트너로 영입해 이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겼다. 아파트 건설과 주택 리모델링 붐에 힘입어 이미 5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 다음 단계는 직접 빌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바닥재를 비롯한 건축자재 업체들과 협업 관계를 구축 중이다. 김 대표는 “주거시설에 들어가는 모든 제품을 갖춘 원스톱 샤핑 네트웍을 만들어 경쟁력 있는 빌더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노세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