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화물연대 파업 닷새만에 마주 앉았지만 첫 협상 결렬
▶ 내일 국무회의서 업무개시명령 심의·의결 수순… “지체없이 집행”
항만 마비·건설현장 ‘셧다운’…일부 주유소 ‘휘발유 품절’
(의왕=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닷새째인 28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와 정부가 총파업 닷새 만인 28일(이하 한국시간) 마주 앉았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협상 결렬로 화물연대에 대해 정부의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9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과 관계없이 더 강력하게 파업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 윤대통령, 업무개시명령 직접 심의 예고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파업 참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부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노사 법치주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업무개시명령을 국무회의에서 직접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레미콘 운송 차량)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가 건설 현장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위기경보단계도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물차운수사업법상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생겼을 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는 만큼 전제 조건을 맞춘 것이다.
업무개시명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동하게 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면 지체 없이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바로 현장조사를 통해 화주의 운송 요청, 운송사의 배차 지시, 배차 지시를 받은 화물 차주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이어 운송 거부가 이뤄지는 현장에서 화물기사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직접 전달하거나 우편·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명령서를 전할 예정이다. 즉각적인 명령서 송달을 위해 화물기사들의 연락처와 주소를 상당수 확보해놓은 상태다.
화물차 기사 등이 업무개시명령을 전달받고 다음 날 복귀하지 않으면 30일 이하 운행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2차 불응 때는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돼 화물차 운행을 할 수 없게 된다.
◇ 화물연대 "투쟁 수위 더 높이겠다"…삭발투쟁 예고
업무개시명령 발동 압박 속에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협상은 1시간 50분 만에 종료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재차 밝히며 양측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동계는 이날 협상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화물차 기사를 개인사업자라고 하더니, 무슨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느냐고 반발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정부가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면 투쟁 수위를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29일 투쟁 결의를 다지는 삭발 투쟁을 예고했다. 이봉주 위원장과 전국 16개 지역 부위원장들이 삭발하며 정부 탄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는 계획이다.
노정은 30일에 2차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협상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 전국 건설현장 56% '셧다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산업계 피해도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시의 33% 수준으로 감소했다. 항만이 평소의 30% 정도만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수출입과 환적화물 처리에 본격적으로 차질이 빚어지는 중이다.
특히 광양항, 평택·당진항,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는 컨테이너 반·출입이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다만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의 비율을 뜻하는 장치율은 62.4%로 평시(64.5%)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산업 현장에선 시멘트·철강·정유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시멘트는 평시의 11% 수준만 운송됐고, 이로 인해 레미콘 생산은 평시의 15%에 그쳤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을 포함한 508개 건설현장에서는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전국 912개 건설 현장 중 56%가 멈춰 선 것이다.
정부는 4대 정유사(SK, GS[078930],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파악되며, 파업 장기화 시 주유소 휘발유·경유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과 경기도 일부 주유소에는 '휘발유 품절', '무연 휘발유 재고 없음' 등의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화물연대 7천80명(전체 32%)의 조합원이 전국 186곳에서 집회 및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단양 시멘트공장과 판교 송유관센터 등에서는 운송방해 행위가 신고됐다.
경찰은 업무개시명령과 상관없이 화물연대 노조원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첫 회의에서 "극소수 강성귀족노조 수뇌부가 주도하는 이기적 집단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28일 오후 4시 기준 경찰은 화물연대 노조원 12명(8건)을 화물차 손괴와 비조합원 폭행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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