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루나 폭락 이어 세계3대 거래소 붕괴, 고팍스 고파이 이자 지급 지연 등 파장 커져
가상자산 시총 추락…1년새 3분의 1 토막
▶ 방만 경영, 보안시스템 부재로 연쇄 충격…불공정거래 처벌·공시제도 개편 등 필요
고객 예치금 관리 위한 규율도 마련해야
FTX 쇼크에 가산자산시장 ‘꽁꽁’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 절차에돌입하면서 산업 전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해 이맘때 7만 달러를 넘보던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테라·루나 사태와 미국 금리 인상 등 각종 악재에 휘말리며 1만 5,000달러 선까지 계단식 하락을 거듭했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핵심거래소로 꼽히던 FTX까지 붕괴하며 시스템 부재와 도덕적 해이 등으로 인한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시장 자체가 존폐 기로에 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산업 태동기부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가상자산이 이번위기를 극복하려면 결국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다시 얻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을 만한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업계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 활동을 통해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FTX 사태 여진은 진행 중=18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FTX 파산의 후폭풍이 계속해서 시장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고팍스는 전날 자사의 대출 서비스 ‘고파이’ 의 원금과 이자를 제때 지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협력 관계에 있는 암호화폐 대출 기업 제네시스트레이딩이 FTX 사태로 인해 신규 대출·환매를 잠정중단하면서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 셈이다. 세계6위권 암호화폐거래소 제미니 역시 같은 이유로고객 자금 상환을 멈췄다.
5월 테라 루나 사태로벼랑 끝에 내몰렸다 FTX의 긴급 지원 덕에 한숨돌린 기업들도 이번 파고는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대부업체 블록파이와 보이저디지털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핵심 거래소로 꼽히던 FTX가 파산에 이르자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생태계 전반이 극심한 홍역을 앓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같은 분산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던 기대가 사라지며 암호화폐를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 손실이 막대하고 시장 구조가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불안한 투자심리는 자산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약 8,372억 달러로 3조달러에 육박하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분의 1토막 났다. 불과 1년 만에 시가총액이 2조 달러 넘게 증발한 것이다. FTX 사태 직후 비트코인은20% 넘게 빠지며 2년 사이 최저 수준인 1만5,000달러 선까지 떨어졌고, 이더리움 역시 1,100달러 선까지 밀려났다.
◇코인신뢰깎는 내부의 적 =가상자산은 태초부터 늘 ‘존재’ 의 의미를 증명하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애써 자산의 한 축으로 인정받으려는 순간마다 마주한 건 바로 ‘내부의 적’ 이다. 5월에는 테라·루나가 그랬다.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테라·루나는 한때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10위 안팎까지 올랐으나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 깨지자 단 며칠 만에 0달러로 추락했다.
시가총액 58조 원의 테라·루나가 무너지면서 다른 암호화폐까지 ‘폰지 사기’ 구조가 아니냐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2011년과 2014년에는 해킹이 문제가 됐다. 당시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80%를 차지하던 거래소 마운트곡스 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으로 비트코인은 전 고점 대비 85% 하락하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비트코인 종말론’ 이 힘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자산 산업은 역설적이게도 주류 자산으로 편입될 만하면 내부 통제에 실패하거나 외부공격에취약하게 무너지는 등 자멸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에서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엿보는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은 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고 암호화폐가 이와 맞물려 순기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지만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나 잇단 부실한 체계가 산업 전반의 발목을 잡는다” 고 토로했다.
◇선진 체계 확립해 불신 걷어야=가상자산 생태계가 이번 FTX 사태를 잘 수습하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결국 불공정거래 처벌, 공시제도 개편 등 투자자 보호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자체 자정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FTX 사태에서 고객 예치금 돌려 막기 문제가 불거진 만큼 고객 자산 관리 역시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예치금 관리부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며 “이를 바탕 삼아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한다면 산업 진흥과 육성에 대한 분위기는 자연스레 형성될 것” 이라고 전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적극적인 실천도 과제로 꼽힌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거래소들이 신뢰를 쌓으려면 충분한 예비 자금을 확보하고 과도한 차입을 자제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더불어 ▲자체 발행 토큰 담보 사용 금지 ▲실시간 자산증명 공유 ▲보안 프로토콜 강화 등도 필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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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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