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벨3’ 자율주행 시대, 기대반 우려반…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하는 시스템
최대 300m 거리 사물까지 감지, 연내 현대차 제네시스 G90에 장착
▶ 고속도로서 시속 80km 가능하지만 사고 대비 법^보험 부족 불안 여전
올 연말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 ‘HDP’ 탑재 예정인 제네시스 최고급 헤단 ‘G90’ [현대차 그룹 제공]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장거리 여행이 한결 편해질 전망이다. 먼 미래처럼 느껴졌던 자율주행차를 올 연말부터 실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되는 차량은 아니지만, 고속도로에서만큼은 잠시 손과 발을 쉬면서 차창 밖의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만 볼 수 있던 자율주행차를 국내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점도 여전히 많다.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법과 제도가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여전히 걱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 ‘G90’ 레벨3 자율주행 HDP 출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연말까지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 ‘G90’에 자율주행 시스템 ‘고속도로 자율주행’(Highway Driving Pilot·HDP)을 장착, 판매할 계획이다. HDP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J3016’ 기준 ‘레벨3’를 충족한다. 레벨3는 특정 환경에서 시스템이 운전 주체가 되는 ‘조건부 자율주행’이다.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에서만 운전자 개입 없이 달릴 수 있다. HDP는 전국 주요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 고속화도로에서 최고 시속 80㎞까지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레벨3 자율주행을 위해 G90에 갖가지 센서를 단다. 대표적으로 ‘라이다’(레이저스캐너)는 초당 수십 번의 빛을 주변 사물들과 주고받으며 정밀하게 거리 정보를 파악한다. G90는 전면 그릴에 프랑스 전장업체 ‘발레오’의 라이다 2개를 넣는다. 각각의 라이다는 16채널(16개 층으로 주변 파악)로 최대 300미터(m) 거리에 떨어진 사물을 감지한다. 또 전·후·측면에 레이더와 카메라도 적용,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덕분에 HDP가 작동하는 동안 운전자는 잠시 다른 곳을 봐도 된다. 이 부분이 기존 ‘레벨2’ 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현재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차 등 대부분 양산차에 적용된 ADAS는 레벨2 수준으로, 운전자는 반드시 ‘전방주시’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레벨3 자율주행차의 운전자가 잠을 자거나, 뒷좌석으로 이동해서는 안 된다. 긴급 상황에서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GV80, G80 등 제네시스 모델 중심으로 HDP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벤츠 레벨3 질주…BMW·볼보 ‘추격’
해외에선 레벨3 자율주행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5월부터 ‘S클래스’와 ‘EQS’의 ‘드라이브 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했다. 드라이브 파일럿은 2021년 12월 독일 연방자동차교통청(KBA)의 승인을 받은 유럽 최초의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라이다(1개), 레이더(5개), 카메라(7개), 초음파 센서(12개) 등과 고정밀지도(HD맵)까지 들어 있다. 현재 독일 아우토반에서 최고 시속 60㎞까지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벤츠코리아는 한국에서도 드라이브 파일럿 상용화를 위해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와 논의 중이다.
레벨3 자율주행차가 최초로 판매된 국가는 일본이다. 혼다는 지난해 3월 고급 세단 ‘레전드’ 100대 한정으로, 리스 형태로 판매했다. 혼다가 개발한 ‘트래픽 잼 파일럿’ 시스템은 라이다 5개, 레이더 5개, 카메라 2개, HD맵 등을 조합, 레벨3 자율주행을 보여준다. 혼다는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130만㎞의 고속도로 시험 주행과 1,000만 개의 가상 시험을 진행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아깝게 빼앗긴 곳도 있다. 아우디는 2017년 대형 세단 ‘A8’ 신형을 출시하며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 ‘트래픽 잼 파일럿’을 탑재했다. 하지만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아, 상용화를 잠정 중단했다. 아우디는 이르면 내년 독일에서 레벨3 자율주행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BMW(신형 7시리즈), 볼보(EX90) 등 다른 업체들도 내년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판매에 나선다. 또 중국의 △니오 △샤오펑 △지리자동차 등도 레벨3 자율주행 경쟁에 뛰어들었다.
‘레벨3’ 안전기준 3년 됐지만…사고조사·보험 부족
이처럼 자율주행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책적인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토부는 2019년 레벨3 자율주행 안전기준, 2020년 4월 관련 보험제도를 정비했다. 하지만 가장 민감한 사고 관련 후속조치에 대한 정책은 완벽하지 않다. 특히 사고·과실에 대한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또 기존 교통사고를 담당하던 경찰과의 역할 분담도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신현성 국토부 첨단자동차과 사무관은 “자율주행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에 대한 책임은 제조사가 지지만, 운전에 대한 제어권이 사람에게 넘어가는 순간부터 발생한 사고는 운전자 과실이 될 것”이라며 “사고 당시 기록 정보를 바탕으로 책임 여부를 판단하겠지만 누구의 잘못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보험도 완성되지 않았다. 최근 금융 당국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9조2항’에 따른 레벨3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 특약을 공개했다. 특약에는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에 대한 책임이 제조사에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융감독원에 심사가 접수된 관련 보험상품은 전혀 없다. 연내 레벨3 자율주행차 보험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기술이기 때문에 편의보다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기술, 정책 등이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상용화하면 큰 사고와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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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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