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사전 대책 따로 없어…구청·경찰은 당일 안전관리 소홀
▶ 좁은 골목이라 사고 위험 상존…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 주장도
30일(한국시간)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9일(이하 한국시간)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초유의 압사 참사를 놓고 미리 대비하지 않은 행정당국에 비판이 향하고 있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젊은 층이 대거 운집할 것이 예상됐고, 실제로 하루 전인 28일부터 수만 명이 몰려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때문에 시청이나 구청, 경찰에서 사전 대책을 세우지 않아 안전을 소홀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 '10만 인파' 운집 예상에도 대책 없어
3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이번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시 관계자는 "이태원에서 주최 측이 있는 대규모 행사가 예정된 것은 아니어서 핼러윈에 대비해 따로 특별대책을 마련하거나 상황실을 운영하지는 않았다"며 "자치구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8일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당시 100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인근 도로 통제와 안전요원 배치 등 안전대책을 수립해 실행한 것과 비교된다.
이태원을 담당하는 용산구는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앞두고 27일 핼러윈 대비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구청장이 아닌 부구청장 주재였다.
회의 논의 내용도 인파 관리가 아닌 방역, 시설물 점검, 음식점 지도점검 등에 맞춰졌다. 10만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도로 통제와 일방통행 등의 안전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핼러윈 행사가 집중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엔 좁은 골목이 많지만 통행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용산구는 "27∼29일 28개 조, 직원 150여 명을 동원해 비상근무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수만 명에 달하는 인파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후 박희영 구청장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박 구청장 명의의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에 게시된 콘텐츠도 모두 사라졌다.
용산구는 공식 대응을 자제한 채 사고 수습에 집중하려는 조처였다고 설명했지만, 비판을 일시적으로 면하려는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또 지역 경찰과 관계기관이 핼러윈을 앞두고 모여 미리 회의까지 했으면서도 적극적인 현장 통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발생 사흘 전인 26일 경찰과 용산구, 지역 상인단체 관계자,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 등은 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당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가능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평소 주말보다 많은 200명을 이태원에 배치했지만 안전 관리가 아닌 성범죄, 마약, 절도 등을 단속하는 임무에 치중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핼러윈을 맞아)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이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며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 "좁은 골목길 인파 쏠림 위험…적극적으로 대비했어야"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으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로, 가로 폭이 3.2m로 매우 좁아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했다.
게다가 금요일인 28일부터 이태원 골목 곳곳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사고 위험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8일 밤에도 인파에 떠밀려 사람이 넘어졌다가 다행히 사람들이 이동을 멈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목격담이 SNS에 올라왔다.
이때도 '이태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 걷기가 힘들 정도'라고 현장 방문자들은 전했다.
핼러윈 파티가 절정인 29일은 오후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해 사고 직전인 밤 10시께는 사고 골목과 그 주변이 한 발자국 내딛기조차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게다가 사고가 난 지점이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골목이다 보니 세계음식거리 쪽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나와 이들과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동선이 엇갈리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태원 일대 통행량을 조정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나마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여의도 불꽃축제 때는 여의나루역 등 승강장에 인파가 몰리자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불꽃축제처럼 시작과 종료 시각이 정해진 행사와 달리 핼러윈은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것이 아니어서 무정차 통과가 적절하지 않다"며 "오히려 시민의 귀가를 방해할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지 약 1시간 뒤인 오후 11시 10분께 이태원역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고 오히려 귀가 수송이 필요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공사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사고 후 현장에 있는 시민을 조속히 귀가시키기 위해 이날 새벽 셔틀버스와 임시 열차를 편성해 투입하기도 했다.
사고 전후 상황에 비춰보면 지하철역 무정차가 아니라 역 주변에서 골목길 진입 통제 등 조처가 필요했다는 것이 공사 측 입장이다.
핼러윈 파티가 절정에 이르는 토요일 저녁부터 왕복 4차로인 이태원로 일부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사람들이 모일 공간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날까지 유럽에 체류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길에 올라 이날 오후 4시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이태원으로 직행해 사고 현장을 살피고 일부 희생자가 안치된 서울 순천향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서울시청에서 사고 수습대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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