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 점점 더 악화… 정점 찍나
▶ 에너지·식품 외 근원 CPI 6.6%↑… 82년 이후 최고. 연준 긴축에도 백약이 무효… 금리인상 무용론도
시장선 바닥론… 반발매수세에 증시 이례적 급반등
9월 소비자 물가도 전년 대비 8.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샤핑객이 마켓에서 가격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로이터]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 문제가 풀리기는 커녕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 급인상 등 긴축 기조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잡히지 않아 고물가는 지속되고 실물 경제는 나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LA 지역 인플레 더 심화
13일 연방 노동부는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2%, 전월 대비 0.4%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전년 동월 대비 8.1%, 전월 대비 0.3%)를 모두 상회한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석 달 연속 둔화세이긴 하지만 8월 8.3%에서 9월 8.2%로 0.1% 포인트 감소하는 등 둔화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여기에 더해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9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6.6%,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해당 근원 CPI 상승률은 8월(6.3%)보다 오히려 상승폭을 더 키워 1982년 8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폭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LA 카운티 지역만 살펴보면 9월 CPI는 전월 대비 0.5% 올라 미국 전체 상승률 보다 높게 나왔다. 렌트, 식자재, 의류 비용이 계속 올라 서민 경제에 시름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악화만 유도
이번 물가 지수가 충격적인 이유는 인플레를 잡기 위한 그동안의 연준 기준 금리 인상이 별 효과가 없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가장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9월 21일 까지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 금리를 3.00~3.25%까지 올렸다.
그런데 같은 달 데이터로 집계된 CPI 지수에서는 물가 하락이 아니라 오히려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긴축 정책의 효과가 당장 나타날 수는 없지만 연준이 연초인 3월부터 금리를 올려왔음을 고려하면 기준 금리 인상 효과가 실종됐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여파다. 금융 긴축 정책은 본질적으로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물가 하락 효과를 내는 동시에 경기를 악화시킨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는 잡히지 않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만 키우고 있다.
■금리 더 오를듯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향후 긴축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11월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을 추가로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날 CPI가 발표된 후 미국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연준이 0.75% 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할 확률을 99.3%로 반영했다. 연준도 긴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달리 다른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개펜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고용 시장이 버티고 있다는 것도 연준의 추가 긴축을 지지한다”며 “FRB는 11월에도 금리를 또 0.75% 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11월 1.0%포인트의 금리인상 가능성이나 12월까지 5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증시 롤러코스터 반등
뉴욕증시는 13일 시장 예상보다 더 나쁘게 발표된 미국의 물가지표에도 불구하고 롤러코스터 변동장을 연출하며 급반등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827.87포인트(2.83%) 급등한 30,038.72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0년 11월9일 이후 하루 최대폭 상승이다. S&P 500 지수는 92.88포인트(2.60%) 상승한 3,669.9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2.05포인트(2.23%) 오른 10,649.1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노동부 CPI 발표 후 장 초반 550포인트 급락 출발한 다우 지수는 장중 최고 950포인트 이상 급등, 하루 동안 위아래로 총 1,500포인트 출렁거렸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다우 지수가 장중 최소 5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가 800포인트 이상 상승 마감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3대 지수의 급등은 증시가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반발 매수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당수 투자자는 증시가 이미 과매도 상태라고 보고 장 초반 급락 후 대거 매수 포지션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반등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시티 인덱스&포렉스의 애널리스트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미국보다 금리를 덜 올린 국가의 통화들보다 달러화에 계속 힘이 실릴 것이고 주식과 금 가격은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 계속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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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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