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경제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다. 미국의 1년 국내 총생산량(GDP)은 25조 달러고 미국내 주식의 시가 총액은 36조 달러지만 채권 시장의 규모는 46조 달러에 달한다. 채권에다 은행 융자금까지 합친 크레딧 마켓 총액은 100조 달러가 넘는데 금리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이 거대한 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금리는 이런 직접적인 영향말고도 주식과 실물 경제에 간접적이지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주식의 매력은 떨어진다. 사람들이 불안정한 주식보다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채권을 원하기 때문이다. 금리는 또 돈의 가격이다. 돈값이 오르면 돈으로 살 수 있는 다른 물건의 값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지난 주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는 예상대로 단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연방 금리를 0.75% 포인트 올렸다. 0.75% 포인트 인상을 세차례 단행함으로써 연초 0에서 0.25%이던 연방 금리는 3에서 3.25%로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차례 더 0.75% 포인트 인상한 후 또 0.5% 포인트씩 올려 연말에는 4.5%, 내년에는 최고 5%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 금리가 이처럼 급속히 오른 것은 40년래 처음이다.
지금까지 주식 시장과 실물 경제는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되는가를 교과서에 써있는 것과 똑같이 보여주고 있다. 올초 3만6,000이 넘었던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지난 주 20% 하락한 2만9,590을 기록했으며 나스닥은 1만6,000에서 30% 이상 하락한 1만1,311로 마감했다.
상품 가격도 마찬가지다. 올초 온스당 2,000달러가 넘었던 금값은 1,650달러로 떨어졌고 역시 배럴당 120달러가 넘었던 유가도 80달러대로 내려왔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며 급등세를 보였던 곡물가도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상승일로를 걷던 집값도 내려가고 있다. 모기지 정보 회사인 블랙 나이트에 따르면 지난 7월 미 전국 주택 중간가는 전달에 비해 0.77% 떨어졌는데 이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한 달 사이 집값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11년만에 처음이다.
집값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모기지 금리가 급속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연방 국채 수익률은 연초 1%대에서 3%를 훌쩍 넘어섰고 이에 따라 올초 3%대이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6%를 돌파했다. 이로 인해 40만 달러짜리 집을 산 사람의 월 페이먼트 부담은 700달러가 늘어났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버티기 힘든 형편이다.
FRB가 당분간 금리를 계속 올리고 인플레가 목표치인 2%대로 내려올 때까지 이를 유지할 방침임을 확언했기 때문에 고금리는 당분간 계속된다고 봐도 된다. 고금리가 지속되는한 주식과 부동산, 상품가 모두 하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기간이 얼마나 걸릴까 하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물가가 이미 고점을 지났고 FRB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만큼 인플레 기대 심리가 꺾이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잡히지 않을까 하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인플레는 단지 상품 총량과 통화 총량의 비율이 아니라 심리적 현상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앞으로 인플레가 계속될 것으로 믿으면 돈이 생기는대로 사재기를 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아무리 물건을 많이 만들어내도 수량은 부족하고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다. FRB가 물가 관련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풀린 돈의 양이 워낙 많아 불경기 등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인플레를 잡을 수 없으며 그 시기도 2025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제롬 파월 FRB 의장은 지난 주 불황이 올 것인지 아닌지, 인플레가 얼마나 더 지속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FRB 의장은 미국 경제에 관한 가장 많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알 수 없다면 불황과 인플레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고금리가 계속되면 경기는 둔화되고 실업자는 늘어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5%대의 금리가 유지될 경우 30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현재 3.7%인 실업률은 5.6%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팬데믹 확산을 막기 위한 경제 봉쇄와 이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데는 성공했으나 인플레라는 괴물을 무덤에서 소환하는 우를 범했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옛말이 진리임을 보여준다. 앞으로 미국과 세계는 인플레를 다시 무덤으로 보내기 위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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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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