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복역 중이던 사이드 씨가 석방돼 지난 19일 볼티모어 법원을 나서면서 기뻐하고 있다.
◆볼티모어 한인여고생 살해사건 일지
유죄선고 받고 복역 중인 아드난 사이드 전격 석방
“피해자 가족들 배신감 느껴…정의 바로 서길 원해”
1999년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한인여고생 이혜민 양 피살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유죄판결을 받고 20년 넘게 복역 중이던 아드난 사이드(Adnan Syed) 씨가 지난 19일 석방됐기 때문이다.
줄곧 무죄를 주장해온 사이드는 그간 수 차례 재심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기각됐다. 그러다 최근 메릴린 모스비 볼티모어 시 검사장이 새로운 증거와 함께 다른 용의자를 지목하면서 지난 19일 열린 재심에서 유죄판결이 뒤집혀 23년 만에 석방됐다. 17살에 수감된 사이드 씨는 41살 장년이 돼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1999년 이혜민 양에게 무슨 일이?
▲당시 이 양은 볼티모어 우드론 고교에 재학 중이었다. 매그넷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우수한 학생으로 라크로스와 필드하키 선수로도 활동했다. 이 양은 1999년 1월 13일 사촌 동생과 만나기로 했으나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
가족들의 실종 신고 이후 그녀는 한 달이 지난 2월 9일 인근 공원((Leakin Park)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그녀의 전 남자친구였던 아드난 사이드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체포했으며 일급살인으로 기소해 2000년 2월 25일 종신형을 선고했다.
-유죄판결이 뒤집힌 이유는?
▲종신형을 받고 수감된 사이드는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했으며 2014년 한 온라인 팟캐스트(Serial)가 이 사건을 재조명하는 다큐를 제작해 방송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볼티모어 선의 전직 기자인 새라 코에니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빈약한 증거, 부실한 수사를 지적하며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신뢰하기 힘든 증언만으로 판결이 이루어졌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를 입증하듯 모스비 검사장은 당시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DNA 분석을 의뢰했으며 당시 통화기록이 사이드가 범죄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다른 용의자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23년 전의 유죄판결을 뒤집었다.
-이 양 가족의 반응은?
▲피해자 이혜민 양의 가족은 현재 볼티모어에서 미 서부로 이주해 살고 있다. 지난 19일 재심에서도 피해자 가족은 서부에 살고 있는 이 양의 남동생(Young Lee)이 참석할 수 있도록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판사는 이를 거부하고 온라인 화상으로 참가하도록 했다.
피해자 측 스티브 켈리 변호사는 “피해자 가족들은 이번 재심 결과에 실망했다”며 “제대로 심리가 진행되기도 전에 너무 빨리 판결이 내려졌고 우리는 이와 관련해 미리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피해자 가족들은 누가 이혜민 양을 살해했는지 알고 싶고 뿐만 아니라 정의가 바로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볼티모어 검찰은 20년 넘게 사이드가 범인이라고 하다가 갑자기 그가 범인이 아니라며 석방했다”면서 “그 동안 무엇을 수사했는지 의심스럽고 이제와 모두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피해자의 남동생 영 리 씨는 “끝나지 않는 악몽의 연속”이라며 “이는 팟캐스트의 이야기 꺼리가 아닌 끔찍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앞으로 어떤 법률적 옵션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진범은 누구인가?
▲이혜민 양 살인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범인이 석방됐다. 그렇다면 진범은 지금 어딘가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18살 여학생을 목 졸라 살해하고 암매장한 범인은 누구인가? 재심 심리에서 검사장은 다른 용의자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언론에서는 2명의 유력한 용의자를 거론하고 있다.
팟캐스트는 이미 여러 건의 전과기록이 있는 로날드 리 무어(Ronald Lee Moore)를 잠재적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는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살인, 성폭행 사건 등과 연관이 있으며 이 양이 살해되기 10일 전에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1999년 발생한 이향숙(Annelise Hyang Suk Lee) 씨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으나 복역 중이던 2008년 감옥에서 자살했다.
또 다른 용의자로 2003년 발생한 18세 여학생 살인사건과 연관된 로이 데이비스(Roy S. Davis Ⅲ)가 거론되고 있다. 이 사건의 피해자도 이 양과 마찬가지로 목이 졸려 살해된 다음 암매장됐다. 또한 데이비스는 이 양이 살해되기 직전 같은 경로로 운전하는 것이 목격됐다.
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청취자의 일부는 사이드의 범행을 증언한 그의 친구 제이 와일스(Jay Wilds), 사건 당시 이 양의 남자친구였던 단(Don), 사이드의 모친(Shmim Syed) 등도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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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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