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서 2명 부상, 7천여 가구 정전 뒤 대부분 복구…위험지역 850여 명 대피
▶ 강풍에 신호등, 가로수 등 꺾이고 쓰러져…항공·여객선 등 곳곳 운항 차질
(울산=연합뉴스) 태풍 난마돌 영향으로 강풍이 불면서 19일 울산 동구 한 도로에 신호등이 추락해 소방관들이 안전조치하고 있다. 2022.9.19 [울산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14호 태풍 '난마돌'은 우리나라를 스치듯 지나갔지만, 영남지역은 그 영향권에 든 것만으로도 피해가 적지 않았다.
태풍이 몰고 온 강한 바람에 2명이 다쳤고, 신호등이 꺾이고 골프장 철탑이 넘어지는 등 각종 시설물이 파손됐다.
영남권 각급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거나 등·하교를 미뤘고, 높은 파도와 강풍에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기도 했다.
◇ 부상 2명, 850여 명 일시 대피…강풍에 신호등 꺾이기도
난마돌 영향에 따른 인명 피해는 부상 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부상자 2명은 모두 부산에서 나왔다.
전날 오후 8시 41분께 부산 동래구 지하철역 출구 화분이 쓰러져 40대 여성이 종아리에 상처를 입었다.
이어 이날 오후 1시 9분께 동래구 아파트와 인도 사이 외벽면(아크릴)이 떨어져 10세 아동이 눈 주위를 다쳤다.
다만 난마돌이 북상하던 전날 오후 7시 47분께 제주시 용담 해안도로 인근 갯바위에서 60대 낚시객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3시간여 만에 구조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번 태풍에 대비해 일시 대피한 사람은 부산·울산·경남·경북에서 854명 나왔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719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공공시설이나 경로당, 친척 집 등에서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힌남노'가 많은 비로 큰 피해를 낸 것과 달리, 난마돌은 비보다는 바람이 무서웠다.
울산은 최대순간풍속(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불면서 각종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5시 15분께 울산 북구 중산동 한 도로에 가로수가 쓰러져 소방관들이 출동해 안전조치 했다.
오전 7시께 동구 서부동에서는 신호등이 꺾여 지주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119소방대가 조치했다.
오전 7시 30분께 동구 방어동에서는 주차된 승용차 위로 나무가 넘어져 차량이 피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
경남과 부산에서도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오전 7시 6분께 김해시 서상동 한 도로에 있던 전신주 통신선에 낙하물이 걸려 소방당국이 제거조치를 했다.
앞서 오전 5시 53분께는 거제시 사등면 한 골프장에서 철탑이 넘어졌고, 오전 4시 42분께는 양산시 주진동에서 강풍에 나무가 쓰러졌다.
밀양시의 사과·대추, 진주시의 배 재배 농가에서도 일부 낙과나 잎이 찢어지는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힌남노 내습 당시 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과 경주에서는 이번에 다행히 큰 피해가 없었다.
다만 태풍 중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충북에서 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강풍의 위력이 컸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제천시 장락동의 한 주택에 설치된 지붕이 강풍에 날아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붕이 날아가면서 고압선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괴산에서는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도로에 방치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태풍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429㏊로 경북이 337㏊, 경남이 92.1㏊다.
울산과 포항 등에서 7천65가구의 정전 피해가 있었는데, 복구는 95.8% 완료됐다.
◇ 원격수업 등 학사 일정 조정…울산에선 일부 학생 등교했다가 귀가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학생들 안전사고를 우려해 학사 일정도 대폭 조정됐다.
부산지역 모든 어린이집은 이날 휴원했으며,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원격수업을 했다.
울산시교육청은 당초 각 학교장 재량으로 학사 일정을 조정하도록 했으나, 태풍이 근접하면서 이날 오전 8시께 모든 학교가 원격수업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원격수업 결정 통보가 일부 학교에 다소 늦게 전파되면서, 태풍을 뚫고 등교했던 학생들이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는 혼선도 빚어졌다.
경북과 경남지역에서는 각각 학교 142곳과 41곳이 등교 대신 원격수업하거나, 등·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학교 시설 피해도 발생했다.
교육부는 울산 7곳, 경남 3곳, 강원 1곳 등 총 학교 11곳이 시설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체육관 옥상 지붕 패널이, 같은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야외 울타리 50m가 파손됐다.
울산의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교사동 건물 2∼4층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 교량·둔치 일부 통제, 뱃길·하늘길도 차질…난마돌 일본으로 물러가
강한 바람에 교통 통제도 잇따랐다.
해상교량인 부산∼거제 간 거가대교는 이날 새벽 한때 양방향 교통통행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지만, 오전 6시를 기해 해제됐다.
울산대교 남구에서 동구 방향 도로는 화물차(탑차) 화물 덮개가 강풍에 열리면서 휘어지는 사고가 발생, 안전조치 차원에서 오전 6시 50분부터 9시 30분까지 통제됐다.
서해남부와 남해서부 해상의 물결은 2∼4m로 매우 높게 일면서 여객선 운항도 통제됐다.
이날 오전 통영∼삼천포, 완도∼여수 등 전국 78개 항로 104척 운항이 중단됐다.
김포에서 김해·울산 등을 오가는 항공기 7편도 결항했다.
열차는 41회 운행이 중단되거나 단축됐고, 영남권을 중심으로 10곳의 도로와 47곳의 둔치주차장·지하차도가 통제됐다.
강원도는 설악산, 태백산, 오대산 등 국립공원 탐방로 48개 구간의 출입을 통제했다.
난마돌은 이날 오전 10시 한반도 최근접점을 지나갔다.
당시 난마돌 중심 위치와 부산과 거리는 200㎞였고, 울산과 경남 통영시에서 거리는 각각 210㎞와 240㎞였다.
전국에 내려졌던 태풍 특보는 모두 해제됐으며, 중대본 비상근무도 해제되고 풍수해 위기경보 수준은 '경계'에서 '관심'으로 하향 조정됐다.
난마돌은 오후 6시 기준 일본 오사카 북서쪽 약 200㎞ 부근 해상에서 시속 45㎞로 동북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피해 상황 점검회의에서 "추가 피해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밤새 초속 30m 이상의 강풍이 불었음에도 부상자 2명 이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는 국민이 피해 예방 조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추가적인 태풍이나 국지성 집중호우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배수로와 배수펌프장 같은 수방 시설을 다시 정비하고 태풍, 호우 사전 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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