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82년도에 미국에 유학와서 동부에 2년간 있다가 캘리포니아 북가주에 왔다. 교포였던 아내와 결혼해 그 이후로 잠시 공부와 목회를 위해 위해 로스엔젤레스에 있던 4년을 제외하고는 북가주에 줄곳 살았다. 거의 40년이 다 되어간다. 내가 1984년에 이 지역에 왔을 때에 기이했던 점은 대부분의 한인들이 전자회사에 에셈블러로 다닌다는 것이었다. 교회 교인의 대부분이 에셈블러였다. 매일 신문에 어셈블러 구한다는 광고가 도배되어 있고 일찍 도시락 싸 가지고 출근하는 교포들의 모습을 보며 그분들의 애환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하루종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그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 첨단 IT 산업으로 변모한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대학원에 진학을 준비하고 있던 때라 여기저기 시립 도서관을 다닐 때였다. 가장 시설이 좋고 마음에 드는 도서관이 써니베일 라이브러리였다. 지은 지 얼마되지 않아 보이는 그곳은 새 카펫에 새 서고, 가구 등 환경이 너무 쾌적했다. 갓 결혼한 나는 아내를 회사에 출근시키고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다가 퇴근할 시간이 되어 나오는 아내를 픽업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써니베일 라이브러리에는 그 당시 한국 서적이 꽤 있었다. 교포들이 조금 살기는 했지만 미국 시립 도서관에 한국 책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 거의 모든 책을 훑어 본 것 같다. 소설류, 수필, 여행 정보, 이민생활 가이드까지 2년 여 동안 동부 시골에서 전혀 접하지 못했던 한글로 된 책들은 얼마나 반가웠던지. 지금 다시 보니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우리 한국 서적들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중국 서적은 도서관 한 섹션을 거의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고 인도 책도 상당히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 외에 일본, 러시아, 베트남, 스패니쉬 등 각종 외국 책들이 즐비해졌다. 지금 대한민국의 위치를 생각할 때 우리가 조금 더 신경써서 많은 책과 정보들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써니베일 도서관은 주변 경관도 아름다웠다. 주변은 온통 넓은 잔디밭이 있는 파크였다. 나는 책을 읽다 조금 무료해지면 그 주변을 걸으며 사색하곤 했다. 도서관 입구에 한 젊은이 동상이 있는데 사람 실물 크기로 벤치에 앉아 햄버거 먹는 모습이었다. 얼마 전 그 도서관에 갔다가 그 동상이 그대로 앉아있는 것을 보고 환호를 올렸었다. 그 때 동상이 아직도 있구나. 저 청년과 내가 비슷한 나이였는데 지금의 나는 60대가 되었구나. 38년 전 생각이 나서 여기 저기를 둘러보는데 그 사이 세월이 흘러 카펫도 서고도 낡았으나 오히려 변하지 않은 모습이 더 정겨웠다. 그 도서관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19세기부터 영국에서 발간한 “The Cambridge World History” 전집이 꽂혀있는 것이었다. 세계를 경영하던 영국인들이 세계사를 1세기 전부터 연구하여 지금까지 기록을 인류 유산으로 남겼다는 것이 대단했다. 세계 일류 국가가 된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나아지고 공업 생산을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것이었다. 그 책에서 한국 역사 부분을 찾아 보았다.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었다. 중국과 일본 역사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지금은 한류가 대세가 되어 한국 문화, 한국의 전통, 한식이 외국인에게 호감받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여기에 그치지 말고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역사와 문학과 철학 등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하여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지금 써니베일 라이브러리는 주변이 새롭게 개발되고 있다. 옛 추억이 없어지는 것같아 아쉬움이 많다. 그래도 도서관 내부는 그대로여서 반가웠다. 이 북가주 산호세는 나에게는 제2의 고향이다. 엘카미노 거리가 30여 년전보다 많이 바뀌긴 했으나 그 추억의 도서관이 건재하여 가끔 들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요즈음은 한국에 가도 변한 곳이 많아 낯설다. 오히려 산호세 한인타운이 더 정겹다. 하나 아쉬운 것은 타운이 제대로 채 형성되기도 전에 이리저리 업소들이 옮겨져 마음 붙일 곳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단결하여 제대로 된 한인타운을 세우면 좋겠다.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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