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지니아 토요산악회의 6박7일 원정산행기… 50대 후반-80대 중반 29명 대장정
▶ North Cascaded와 Mount Rainier National Park…북미의 알프스, 두 국립공원을 가다
Lake Ann.
Pass Cascade에서.
특별산행을 마치고 일상생활로 복귀했지만 아직도 산행지의 추억은 밤낮으로 나를 다시 그 장소로 인도한다. 장장 8개월에 걸친 정보수집과 준비과정, 산행지의 상황과 기후 등 만약에 대비한 비상 상황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우리 버지니아 토요 산악회원 29명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대장정의 길을 떠났다. 공항에서 서로 서로 출국수속을 도와주는 아름다운 손길들, 역시 산에서 만난 진정한 산악인의 모습이 이번 특별산행의 성공을 예고하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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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1일 Day-1
첫날 산행지는 북미의 알프스라 불리는 North Cascade National Park에 있는 Pass Cascade Trail 코스로 Trailhead가 문을 닫은 관계로 6마일 더하여 총 산행거리 약 13.5마일.
전날의 여독이 채 가시기도 전 아침식사를 일찌 감치 마치고 7시에 호텔을 출발, 8시 45분에 산행출발지에 도착했다. 배낭의 끈을 단단히 묶은 산우님들의 각오가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저 멀리 자연 그대로의 풍경과 함께 눈에 덮인 깎아지른 듯한 산봉우리와 깊은 계곡이 모두에게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이곳의 산들은 3백개가 넘는 활동 중의 빙하들이 침식이 추가되어 특이한 산의 모양과 계곡으로 형성되어 어느 산맥하나 같아보이지 않고 저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곳 서쪽일대는 연간 강우량이 1백11인치가 넘으며 겨울철 강설량은 46피트를 초과한다고 한다.
정상에 도달해서 내려본 U자형의 계곡과 깊고 길다란 호수들, 빙하에 의해서 깊게 파인 계곡의 물,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중간 중간 내려오는 길목에서는 충분히 더위를 식혀주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수고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었다(단점은 모기가 엄청 많았다.).
8월1일 Day-2
어제의 롱 코스를 전원 완주하여 피곤함 직도 한데 새벽시간부터 아침식사를 마치고 호텔로비에서 기다리는 산우님들, 참 대단한 산악회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째, 산행코스도 North Cascade National Park에 있는 Maple Loop Trail, 스케줄에는 7.2마일이라고 대장님이 적어 놓으셨지만 이제 우리는 항상Plus 2내지 3마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쁜 거짓말에 동참하는 산악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호텔에서 출발한지 1시간 50분, 산행지에 도착, 저마다 새로운 오늘의 산행역사를 계획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주차장에서 약 2마일 지점까지는 울창한 나무와 졸졸 흐르는 개울물을 따라 여유롭게 오를 수 있었다. 이후 Lake Ann까지는 비오 듯 흐르는 땀방울로 인해 시야가 흐려질 정도였고 모두가 지쳐갈 즈음에 우리는 KFC 닭다리를 점심으로 먹으며 지나는 등산가들의 부러운 눈길로 작은 위안을 받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오르는 길에 우리는 탄성을 토해냈다. 눈앞에 펼쳐진 Lake Ann의 에메랄드색의 화려한 호수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이 모두의 눈을 사로잡았다. 호수의 에메랄드색은 오랜 시간동안 빙하가 녹아 바위들을 갈아내는 과정에서 미세한 미네랄 가루들이 Creek을 지나 흘러 흘러 이 호수로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호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너무도 감사하고 고마웠다. Maple Pass를 지나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하산 길에 있는 호수 Rainy Lake과 야생화는 또 다른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주었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오늘도 약 10마일 산행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에, 차량에 오른 회원들의 영롱한 눈빛에서는 오늘 보았던 화려한 에메랄드의 호수빛깔을 머금은 듯 미소 지으며 웃는 얼굴과 어울려 참 보기 좋았다.
8월2일 Day-3
이틀간의 강행군에 약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대장님의 배려에 따라 오늘 산행지는 Deception Pass State Park(Headlands/Rosario Head/Lighthouse Point), 약 5마일 정도의 바닷가 근처를 산행하기로 했다.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을 듯한 산들은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었고 그 아래 길게 이어진 바다인 듯 호수인 듯 무어라도 상관없었다.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Joseph Whidbey State Park으로 다시 옮겼고 우리 회원들은 그곳에 도착, 시애틀 특유의 해산물을 자랑하듯 사람의 키보다 더 길게 늘어진 싱싱한 미역들이 우리들을 또 한 번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등뒤에서 들려오는 어느 산우님 왈 “초고추장을 가져왔으면 딱이었을 터인데…”.
파도에 밀려와 백사장에 널브러진 마른 나무가지를 품에 안고 악기삼아 기타 치며 하프를 튕겼고 관람객은 노래와 박수로 화답을 하며 오랜만에 철없던 여고시절로 돌아갔고 참으로 오랜만에 삶의 무게를 한껏 내려놓았다. 우리들의 모습을 관람하는 남성 산우님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고, 준비해온 샌드위치와 존경하는 어느 산우님께서 준비하신 맥주캔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다음날 산행을 위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8월3일 Day-4
오늘의 산행지는 Mount Rainier National Park에 있는 Sun Rise Rim Trail. 원래는 Paradise meadows Trail이 정해진 산행지이였지만 아직 눈이 많은관계로 무리하게 진입을 하는것보다는 현지 산악회원들의 추천으로 이곳 Sun Rise Trail를 산행지로 결정했다. 산행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워싱턴주 시애틀 산우회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현지 날씨와 정보를 도움받았으며 고맙게도 산행지까지 도착해서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지만 산을 좋아하는 회원들이라서인지 동질감이 생겼고 네 분의 안내로 함께 산행을 하게 되었다. 5년전, 이곳 산행을 계획했지만 눈으로 인하여 완주를 하지 못했던 곳이다.
이제까지는 그늘이 많은 장소가 있어서 가파르고 힘들었지만 쉬엄 쉬엄 올라갈 수가 있었는데 이곳 Trail은 그늘이 거의 없었고 무척이나 가파른 돌밭길이었다, 천길아래 낭떠러지가 보이는 좁은길을 따라 걷는 길이 쉽지 않았다.
주위의 모든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그리 화려하지도 않았고 빼어나지도 않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우리를 다독거리는 안정감을 주는 듯했다.
거의 정상에 도달했을 때 우리 모두는 또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험하고 볼품없는 산 정상에 앙증맞은 호수가 그 특유의 에메랄드 빛깔을 자랑하며 마치 예까지 오느라 수고했다며 손짓을 하는듯~ 이런게 바로 산행을 멈출수 없게하는 묘미인 것같았다.
9마일,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Visitor Center에 도착한 시간은 4시, 함께 산행을 하였던 시애틀 산우회원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다음에 또 다른 장소에서 함께 산행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숙소로 향해 자리를 떴다.
8월4일 Day-5
오늘의 산행지는 Mount St. Helens(Harry’s Ridge Trail) 산행거리 약 8.2마일.
이곳은 시애틀로 부터 남쪽으로 약 70마일 지점에 있는 활화산이다. 1980년 5월18일 오전 8시 32분에 폭발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00배의 위력으로 산의 정상부 400미터 이상이 완전히 사라졌고 반경 20마일 지점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으며 57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는 산행 시작 전에 Visitor Center에 들러 등록을 마친 후 이곳 안에 위치한 극장에 들러 화산폭발 시기와 폭발전후의 모습, 그 이후 변화된 화산지의 모습과 숲이 다시 회복되어가고 있는 장면들을 관람한후 산행지로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출발했다.
산행시작 약 1마일 후부터는 지천에 깔린 이름모를 들꽃들의 손짓에 이끌려 환호성을 지르며 각자 또는 함께 모델이 되어 꽃 향기에 취하고 그 화려한 모습에 도취되어 동심의 세계, 그야말로 꽃밭 속에서 한무리가 되어 뒹굴었다. 저마다의 색깔과 모습을 뽐내듯 한들거리며 속삭이는 그들의 모습은 아마 한동안 우리들의 머리속에 맴돌 것같다.
정상에 다가섰을 때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듯 그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는 산 정상의 머리부분, 어쩜 수줍은 듯 보일락 말락, 구름이 비켜 지날 때 산정상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던 일행들은 일제히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치며 상기된 얼굴이었다. 하산길에서 또 한 번 지천에 깔려있는 귀한 들꽃들을 바라보며… 안녕, 이쁜 들꽃님들, 참 반가웠고 고마웠어요, 다시 한번 만날수 있을까요?
8월5일 Day-6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언제 어디서이든 마지막에는 늘 아쉬움과 함께 긴 여운이 남는다. 다행히 오후 4시 공항 출발이기에 아침시간을 시애틀 근처 Public Market에 들러 관광과 점심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마켓근처의 주차장은 예상대로 만원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도 쉽게 우리의 12인승 차량이 함께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북적이는 인파들 사이를 행여 타주에서 미아가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차량별로 이동을 하였다.
서부에서만 볼 수 있는 이름모를 꽃들을 지날 때에는 서로가 꽃이 되었고 함께 식사를 하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번 산행에 참가한 29명의 연령대는 50대 후반부터 80대 중반까지 다양했지만 서로가 함께 산행을 할때는 전혀 세대간의 불편함이 없이 각자의 페이스에 맞추어 전원 완주를 했다. 우리는 벌써 다음 산행지에 대해서 의논하며 또 다른 미지의 산행지를 찾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버지니아 토요산악회의 선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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