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싱크탱크 전문가들 “세계 경제 구조변화 가능성…러·중 제휴 강화”
▶ “민주 진영, 美 리더십 기대…中의 대만 무력통일 시도 지연시킬 것”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은 대(對)러시아 제재 등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정책을 지지하라는 더 큰 압력을 받을 것이다." (폴 손더스 미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 외교정책 선임연구원)
"러시아와 중국은 공격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민주 세계는 규칙 기반 질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베리 페이블 미 군사전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국가안보담당 총괄)
미국의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2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장기전으로 치닫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 대응이 세계 경제 질서를 혼란에 몰아넣었다면서 민주 진영과 권위주의 국가 간 대결 양상이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결속이 강화될 것이며, 세계 질서로의 귀환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중심으로 한 민주 세계의 단결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런 대결이 장기화하면 한국에 대러 제재 동참하라는 압박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견해도 나와 우리 정부의 대응책 마련도 더욱 중요해졌다.
다음은 전문가들과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장기전 양상인 이번 전쟁이 전 세계와 미국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평가해달라.
▲ (손더스) 이번 전쟁은 수많은 희생자와 수천억 달러의 기반 시설 파괴를 가져왔다. 대러 응징 시도 또한 식량과 에너지 등 세계 무역과 금융을 혼란에 빠뜨렸다. 전쟁 장기화로 세계 경제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럽과 러시아 간 무역·투자가 축소되고,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투자는 늘어나며, 달러·유로·엔화보다는 위안화 등 다른 통화의 거래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는 이제 유럽이 아닌 중국으로 눈을 돌릴 것이고, 이는 더 깊은 대중(對中) 의존을 이끌 것이다. 중러 간 제휴가 강화될 것이다.
(페이블) 이번 전쟁은 북미, 아시아, 유럽 등 민주 세계를 러시아, 중국이라는 권위주의 강국과 대항하도록 하면서 현재의 지정학적 추세를 가속했다.
군사적 측면에선 소국이 현대기술을 활용해 더 큰 플랫폼 중심의 군대에 대항해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음을 보여줘 군사 분야에서의 혁명이 현실임을 시사한다.
-- 제2의 냉전으로 불리는 이번 전쟁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갖는 함의가 뭔가. 미국의 외교·안보 주도권 확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 (손더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이 기억하는 냉전은 1970∼1980년대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쟁이었다. 현재의 경쟁은 미국과 소련이 상호 전술적인 규칙을 발전시키기 전인 1950년대와 유사하다. 그래서 훨씬 더 위험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이 국제적인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행동 또는 최근 대만해협에서의 군사훈련을 늘리고 있는 중국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미국의 동맹 등은 점점 더 미국을 리더로서 기대하고 있고, 바이든 정부는 그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많은 국가는 유럽이나 아시아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피하길 바란다.
(페이블) 미국은 러시아 침공에 대한 글로벌 대응을 주도하면서 동맹과 파트너십 전반에 걸쳐 단결을 강화하려는 미국 주도의 노력을 가속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위험을 감수하는 인물이다. 둘 다 매우 공격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민주 세계는 러시아 침공에 대응하고 규칙 기반 질서를 방어하기 위해 여러 영역에서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단합·확대가 세계질서 재편에 갖는 의미는.
▲ (손더스)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들에 대해 외교, 무역, 국내 정치 등에 대한 간섭으로 나토 단결을 약화할 방법을 지속해서 모색할 것이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안보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이들은 러시아에 취약하지만, 나토 가입만으로 발트해 국가 방어에 중요한 도움이 될 것이다.
(페이블) 우리는 새로운 역사 시대의 시작에 서 있다. 우리가 본 단결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된 규칙 기반 질서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정식 가입으로 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 식량난과 공급망 붕괴 등 전쟁 장기화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의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하는가.
▲ (손더스)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은 공급망을 재정비할 시간을 가지면서 일부 문제는 완화될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에너지, 철강, 식량 등의 가격 상승과 성장 둔화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유럽은 이번 겨울에 상당한 에너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전쟁이 기후 변화에 맞서는 노력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문제다.
고유가가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할지, 반대로 석탄 발전을 가속할지는 불분명하다. 지역에 따라 둘 다가 될 수도 있다.
-- 이번 전쟁이 대만 문제 등 미중 간 경쟁에 미치는 함의도 적지 않다. 미중 경쟁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주요 국가들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 (손더스) 대만과 관련한 미중 간 분쟁은 이번 전쟁과 직접 관련이 없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은 이번 전쟁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고, 군사·경제·정치적 교훈을 얻고 있다.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기로 했더라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러한 계획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러 경제 제재를 목도했고, 중국이 (자국에 대한) 미래 제재 가능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할 경우 그 결과 대만 경제가 마비되고, 중국 경제가 제재로부터 심각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례 없는 재건 비용이 들 것이라는 점을 중국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으면서 한국과 일본 같은 미국의 동맹은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한 제재 등 미국과 EU의 정책을 좀 더 완전하게 지지하라는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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