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벙 제작에 엄청난 열과 에너지 사용되지만 재활용 미흡
▶ 탄소발자국 남기며 온실가스 배출
유리병은 역사적으로 완벽한 와인 용기로 사용돼왔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쉽게 밀봉되어 몇 년이고 숙성되며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운반 및 보관이 용이한데다 750밀리리터 한 병은 두 사람이 마시기에 딱 좋은 사이즈다. 그러나 글로벌 무역혼란과 기후위기의 시대에 유리병은 크나큰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병의 공급은 줄고 비용은 높아졌다. 팬데믹 시기의 공급망 문제와 함께 미국의 주요 공급원인 중국의 병에는 2018년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사용하는 병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데, 이 역시 전쟁으로 공급이 감소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과 상황의 흐름에 따라 적응할 수 있는 문제다. 훨씬 더 시급한 장기적 문제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환경 이슈다. 와인병은 생산에서 배송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탄소 발자국을 남기며 업계 최대치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완벽한 와인병이 지구에 골칫거리가 돼버린 것이다.
유리병을 만드는 데는 엄청난 양의 열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깨지기 쉽기 때문에 와인이 담긴 병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포장 재료가 사용되고, 무겁기 때문에 운송에도 많은 연료가 들어간다. 병이 무거울수록 더 많은 연료가 연소되고 더 많은 온실가스가 생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와인을 마시고 나면 병은 버려진다. 따라서 다시 와인병을 만들어 공급해야하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해야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유리병을 재활용하면 문제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파소 로블스에 있는 타블라스 크릭(Tablas Creek) 포도원의 총책임자 제이슨 하스가 최근 블로그 포스트에서 설명했듯이 미국의 유리 재활용 현황은 몹시 실망스럽다.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미국에서 재활용되는 유리는 31%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74%, 스웨덴, 벨기에, 슬로베니아에서는 95% 이상을 재활용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31%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이, 재활용되는 유리의 많은 양은 녹여서 새 유리를 만들기보다는 잘게 부숴 도로를 건설하는 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규칙을 부과할 수 있는 작은 나라들과는 달리 미국은 여러 관할지역으로 나뉜 크고 복잡한 국가여서 재활용에 대해서도 규칙과 요건이 각기 다르다. 문제는 이마저도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재활용이 대부분 정부와 소비자에게 맡겨져 있다. 하지만 일부 주장처럼 유리 제조업체가 재활용을 책임진다면 와인 업계의 자발적인 협조와 함께 시스템이 더 잘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스는 제안했다.
재활용보다 더 낫고 더 광범위한 해결책은 병을 반환하고 재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사람들은 물건을 버리는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런 최근의 몇몇 시도들이 완전히 실패했다. 하나는 통에 담긴 와인(keg wine)을 바와 레스토랑에 판매하는 가섬 프로젝트(Gotham Project)사가 2021년 초 뉴욕, 매사추세츠, 콜로라도의 소매업체 및 레스토랑 그룹과 함께 시작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와인을 병에 담아 판 후 여러 번 반환하며 재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섬 사는 수많은 어려움에 부닥쳤다. 소매상들이 빈 병을 어디에 보관할까? 병을 리턴하기 전에 씻어야 할까? 레이블은 어떻게 하나? 레이블을 현대식 영구 접착제보다는 구식의 수용성 접착제로 부착해야하는 등 각종 도전들이 훨씬 더 큰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010년 파트너 찰스 비엘러와 함께 가섬을 설립한 브루스 슈나이더는 “환경문제와 탄소 발자국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소비자들도 자신의 몫을 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1년 동안 거의 수익을 보지 못했다. 병이 돌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인 굿 굿즈(Good Goods)도 와인병을 리턴하는 테스트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두 회사 모두 병을 반품하는 소비자를 위해 스토어 크레딧, 소액적립, 자선 기부 등 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뉴욕의 수입 및 유통업체(Communal Brands)의 최고경영자이며 ‘매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인 멜리사 몬티 손더스는 가장 큰 문제가 실행계획(logistics)이라고 생각한다. 병을 반환하고 보관하는 시스템이 더 쉽게 만들어진다면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와인 팟캐스트 ‘포 탑’(Four Top)의 최근 에피소드에서 손더스는 다이애나 스노든 시세스와 리사이클링 문제를 논의했다. 나파 밸리의 ‘스노든 빈야드’와 버건디에서 ‘도맨 뒤작’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스노든 시세스는 유럽에는 병을 재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존재한다면서 재사용을 위한 병 세척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뒤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고,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큰 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뒤작과 스노든은 모두 숙성용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유리병을 써야한다. 그러나 세계의 대부분의 와인은 구입 후 1년 이내에 소비되기 때문에 굳이 유리병에 담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유리병을 품질 좋은 와인의 상징으로, 박스와인(bag-in-box)과 같은 다른 용기는 싸구려 와인과 연관시키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불필요한데도 와인을 병에 넣는다. 캔은 병보다 더 낫지 않다. 재활용하기는 쉽지만 생산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여성은 모두 재사용 가능한 병이 궁극적으로 필수적인 단계가 될 것이라면서도 일회용 박스와인과 같은 대체 용기가 제조 및 배송에 훨씬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환경적으로 더 좋다고 믿는다. 게다가 3리터 박스와인은 일단 개봉해도 병에 든 와인을 개봉한 것보다 훨씬 긴 4~6주 동안 와인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손더스는 팟캐스트에서 “박스와인이 싸구려라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라며 “이같은 포장의 신화를 깨뜨리려면 박스에 좋은 와인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더 좋은 와인이 박스와인으로 판매될수록 소비자가 기꺼이 와인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포맷으로 판매되는 좋은 와인 중에는 타블라스 크릭의 2021년산 로제(Patelin de Tablas ros?)가 있다. 하스는 레스토랑에서 잔으로 파는 이 로제의 112케이스에 해당하는 와인을 박스에 담아 출시했는데 거의 즉시 매진되었다고 했다.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파텔린 드 타블라스 화이트 와인도 출시했고 곧 레드 와인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노든 시세스는 산타 크루즈 마운틴의 멀로로 만든 세컨드 레이블 ‘스노든 커즌스’(Snowden Cousins)에 재사용 가능한 병을 사용하는 또 다른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가 아니라 직접 레스토랑으로 배포될 것이다.
닥쳐오는 기후 위기의 규모와 지금 당장 너무 어려워 보이는 작은 조치들을 보면 낙심하기 쉽다. 때로는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재사용 가능한 병들은 언젠가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유리병은 완벽한 용기”라고 말한 하스는 “재사용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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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Asim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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