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시 보스찬치치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수석경제학자
▶ “인플레 낮아지지 않는한 9월에도 자이언트스텝 전망, 경기둔화 고려 11월부턴 0.25%p씩 속도 조절 할듯…연착륙 불가능하진 않지만 경기침체 가능성 높아져”
“6월에 9.1%까지 오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월까지는 8.5%를 웃돌 것으로 보입니다. 연말에도 7%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요.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속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어요.”
월가를 대표하는 여성 이코노미스트 중 한 명인 캐시 보스찬치치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열린 7월 FOMC 이후 가진 서울경제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계속 끈적끈적하고 높은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올해 5월 8.6%에 달했던 미국 CPI는 6월 9%를 돌파하면서 41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준이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6월에 6.8% 뛰었고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CE(4.8%) 역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보스찬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 결정은 전적으로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의해 이뤄진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구체적이며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연준이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앞으로 남은 3번(9월·11월·12월)의 FOMC에서 총 1.25%포인트의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스찬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측했다. 7월에 이어 9월에 또다시 0.75%포인트를 올린 뒤 11월과 12월에 각각 0.25%포인트로 속도를 늦추는 식이다.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물가 관리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다음에야 빠른 경기 둔화를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논리다.
다만 상대적으로 폭이 줄어들 뿐 금리 인상은 하반기 내내 유지된다. 보스찬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의 전망대로라면 연말 기준금리가 지금의 연 2.25~2.5%에서 3.5~3.75%로 높아진다.
인플레이션에 무게를 두는 그의 금리 전망은 시장의 예측보다 높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연준이 9월 FOMC에서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은 70.5%,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29.5%였다. 이르면 연내 금리 인상 중단을 기대하는 일부 증시 강세론자의 생각과도 차이가 있다. 그는 “금리 인상 축소 폭은 인플레이션 경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9월에도 9%에 가까운 물가 수준이 유지되고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하며 연준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무조건적인 약속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보스찬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는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물가가 빠른 속도로 내려갈 수 있다. 그는 “내년에는 연준의 통화 긴축에 따른 수요 둔화와 공급망 문제가 일부 풀려 인플레이션이 3%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내년 4분기에는 2% 밑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품 가격은 올해와 내년 물가를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강달러도 미국 내 물가 압력을 줄여주는 요소”라고 그는 덧붙였다. 여기에 주택 가격 상승세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어 내년에는 주거용 임대료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급격한 경기 둔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지 여부다. 경기가 빠르게 식을 경우 물가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에 비례해 침체 확률이 커진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정책 실수(과도한 금리 인상)가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보스찬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공격적이고 전면적인 연준의 금리 인상은 내년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준이 연착륙할 수 있는 길도 좁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아직까지 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그가 이끄는 옥스퍼드이코노믹스팀은 올해와 내년 모두 1%대 성장률을 예측하고 있다. 보스찬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현재 미국이 침체에 빠져 있지 않으며 침체 유발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며 “우리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핵심은 노동시장과 소비다. 노동시장과 소비가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둔화하되 가계와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칠 수 있다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 보스찬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강한 노동시장과 탄탄한 소비는 연준이 정책 금리를 빠르게 올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침체를 걱정하면서도 “노동시장 상황과 가계·기업의 재무 상황이 양호하다는 점은 연착륙이 가능한 독특한 역학 관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는 추가적인 경기 냉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 노동시장이 일부 약해졌다는 증거가 있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강세”라며 “임금 상승률도 아직은 높다. 연준이 원하는 대로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려면 노동 시장의 추가 냉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침체 우려에도 6월에 37만 2,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3개월 평균인 38만 3,000개와 비슷하며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연준은 노동시장 둔화가 필요하며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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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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