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샀다. 플라스틱 백으로 3개였다. 차로 가는 도중에 하나는 쓰레기 통에 던져 버리고 나머지 2개만 싣고 집에 왔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런 식으로 장을 보고 있는 것으로 비유된다. 산 식료품의 3분의1은 먹지 않고 내다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렇게 버려지는 식료품은 연 1,600억달러 어치가 넘는다고 한다. 특히 그 중 20%는 팬트리나 냉장고 등에 보관하고 있다가 유효기간이 지나면서 곧장 쓰레기 통으로 향한다고 한다. 연방 식품의약국(FDA)에서 하는 추산이다.
소득의 평균 12%를 식품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미국 가정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음식 낭비, 요즘처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을 때에는 줄일 방도가 없을까 더 고민하게 된다. 기아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계층이나 지구 반대편의 굶주린 이웃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백악관이 앞장서고 FDA, 환경보호청(EPA), 농무부등 정부기관이 식품 낭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식품 낭비의 원인 중 하나로 “best by” “use by” “best if used by(before)”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기되는 식품의 유효기간이 꼽힌다. 이 날짜는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근거로 정해지는 것일까. 이 날짜가 지난 후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다는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각 식품의 유효기간을 정하는 데 FDA는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그 과학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외적인 식품은 유아용 이유식(formula)으로, 여기만 영양분 등과 함께 유효기간(use by) 표기를 FDA가 점검하고 있다. 일정 기간을 넘겨 유아들에게 양분, 특히 단백질 함량이 떨어지는 포뮬러가 공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지난 1938년 관련 법이 통과된 후 미국서 판매되는 가공식품에는 재료와 영양 등을 명기한 레이블이 붙어 있다. 식품에 함유된 지방, 소금, 설탕의 양도 의무적으로 밝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유효 일자의 표기는 생산업체에 맡기고 있다.
유효 일자는 예컨대 이렇게 결정될 수도 있다. 제품을 출시한 식품회사가 고객중에서 포커스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출하된 지 6개월이 지난 것은 맛이 떨어진다는 응답이 60%에 이르렀다면 유효기간을 그 날짜로 잡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다른 업체는 이를 따라 하게 된다. 유효기간을 정하는 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꼭 식품의 안전성 여부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식품업계의 관련기관에서는 ‘언제까지 사용하라(use by)’기 보다 ‘언제까지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best if used by)’는 식으로 표기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버드 대학의 한 식품관련 연구소 등에서는 소비자 대상의 유효기간 대신, 가공업체에서 생산이나 포장 일자, 아니면 판매 유효기간(sell by)을 표시하게 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식품의 영양분을 검사하기는 비교적 쉽다고 한다. FDA는 정기 검사를 통해 영양분이 레이블에 표기된 것과 다를 경우 생산업체에 경고장을 보낸다. 하지만 유효일자를 정하는 것은 이와는 다른 문제여서 일괄적인 가이드 라인 제시가 어렵다.
안전도 유지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 상대적으로 영양분이 풍부하고 습기가 있는 제품은 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퍼지기 쉬운 반면 건조 제품은 그렇지도 않다. 식품업계나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의미있는 유효기간’을 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일괄적인 기간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보관방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소비자로서는 오래된 식품은 유효기간을 살피되 그것만 믿지 말고 눈과 코 등 오감을 동원해 안전한지 챙겨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라면을 끊여 먹고 난 뒤 우연히 봉지를 보니 유효기간이 몇 달 지난 것임을 알게 되는 일도 있지만 생각 보다 빨리 상하는 식품도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 안전과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이 필요하다면 FoodSafety.gov 를 참고하면 되겠다. 최근 리콜된 제품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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