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게이트 한쪽엔 지금 능소화가 한창이다. 연주황 빛깔의 꽃송이들이 무더기로 어루러져 있는 모양은, 여름에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선물들 중 하나이다. 처음엔 게이트 한쪽에 몇 송이 안 피던 것이, 점점 자라, 지금은 숲을 이루었다. 덕분에 게이트 걸쇠를 걸어야 하는 지점이 꽃으로 뒤덮여서, 걸기가 좀 어렵게 됐다. 꽃 반, 꿀벌 반인데, 그 속을 뚫고 손을 뻗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쪽 꽃덩굴만 조금 잘라버리면 되지만, 한국의 절 굴뚝에 피어오르던 그 정겨운 추억과, 또 너무 싱싱한 그 생명력과 아름다움과...때문에 잘라버리지 못하고, 꽃 질 때까지만 잠그는 걸 안하기로 하였다. 수년 동안 게이트가 없었다. 부처님 석상을 두 번 도둑 맞은 후 게이트를 만든 건, 아는 이는 이미 알 것이다. 절에 왔던 신도 중, 맨 나중 가는 이가 게이트를 닫고 가게 되어있는데, '스님 게이트를 못 걸고 가니 왠지 불안해요. 전엔 대문 없이 어떻게 살았죠?' 하며 간다. 게이트 없이 산 까닭에 도둑도 맞았고, 마당에서 풀 매다 도둑을 코앞서 맞닥트린 일도 있었지만, 심각하게 여기진 않았었다. 미국을 잘 모르는 무식이 그럴 수 있게 했던 것같다. 덕분에 도둑이 있단 걸 알았으니, 게이트를 세우고 단속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안심을 얻었으니, 좋은 경험이라 여긴다. 살아가는 동안 문단속 없이도 살 수 있고, 있이도 살 수 있다. 단속 못했으면 도둑을 맞으면 되고, 단속하고 걱정 없이 평온히 지내도 된다. 되고 안되고 문제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현명한가, 는 다른 문제이다. 게이트를 못 걸고 지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인 '마음챙김'을 새삼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요즘 불교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이다. 즉, 마음 단속, 이다. 도둑이 들지 않게 만들어주는 그 단속, 굳이 도둑 때문이 아니라도,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신의 문단속이 필요하다. 왜냐, 우리에겐 안,이,비,설,신,의,라는 육문이 있기에, 매순간, 이 육문을 통해 들어오는 탐심과 욕심같은, 알음알이, 즉 육적의 침입을 받고 산다. 그 육적을 침입하지 못하게 육문을 단속하는 것을 일러, 마음챙김이라 부른다. 그 단속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면, 하는 것이 지혜롭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 가르침이 없었다면, 아직도 육적에 휘둘리며 살고 있을 것이니, 새삼 감사한 가르침이다. 게이트를 세웠다고 해서, 그 게이트가 직접 나서서 도둑을 때려잡거나 도와주는 건 아니다. 도둑이 침입할 수 없게, 미리 방지를 해주므로 해서 안심을 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챙김 또한, 번뇌를 직접 때려잡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번뇌의 침입으로 부터 무력하지 않도록, 미리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그 어떤 대상에도 흔들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확립된 퍙안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본인이 육적에게 침해당하고 있음을 번뜩 알아서, 그 괴로움의 실체를 가감 없이 보고, 그것이 허상이며, 영원하지도, 진실도 아님을 알면 된다. 그것이 자신의 그릇된 욕심에서 비롯된 그릇된 생각이며, 진실이 아니다, 라고 받아들이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든 선법을 수호하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게이트 같은 것이다. 마음에 게이트를 세우고 있는 한은, 도적이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갑자기는 안 된다. 필요할 때 바로 꺼낼 수 있는, 지속할 수 있는, 갖추어진 힘이 필요하다. 정진이다. 불교 수행은 그 수행법이 무엇이라 불리든, 수행 그 자체, 게이트, 그 자체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수행을 실천하고 있는 그 시간, 그 마음자리가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도에 목적이 있는것이 아니라, 깨달음으로 인해서 얻어지는 밝은지혜가 중요한 것이다. 때로 이것을 전도해서, 도트는 것이 마치 수행 목적의 다인양, 혼동하기 쉽지만, 도 터도 별 거 없다. 다시 살 뿐이다. 그 새로 사는 삶은, 매순간 마음챙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과 다를 뿐이다. 그 자유와 고요가 얼마나 좋은 지, 알고 싶다면, 스스로 게이트를 세워보면 된다. '감각기능의 단속은 마음챙김으로 성취된다.'
<동진 스님 (SAC 영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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