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위 회의록 등 공개협의 가능성…대통령기록물은 장기 대치할듯
▶ 與, 文 전 대통령 정조준…민주 “文정부 공격하는 신색깔론”
(서울=연합뉴스)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 씨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유족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 이 씨,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2022.6.24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원 구성 문제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뇌관으로 부상했다.
특히 현재 공개되지 않고 있는 국방위 회의록이나 당시 첩보로 입수한 SI(특별취급정보), 나아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묶여있는 청와대 회의록을 열어보느냐가 핵심 쟁점이 된 모양새다.
이 가운데 국방위 회의록의 경우 표면적으로나마 여야가 모두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이 진전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SI정보를 공개하는 문제, 나아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을 공개하는 문제의 경우 엇갈린 셈법 속에 쉽사리 접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탓에 전체 자료열람 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 국방위회의록, 여야 모두 "공개"…"월북몰이" vs "신색깔론"
우선 국방위 회의록 및 감청정보를 포함한 SI 정보를 공개하는 안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안이 이슈로 부상한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비공개 정보를 모두 열람하고 진상을 하루 빨리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국회 전반기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당시 사건 정황이 담긴 국방위 회의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역제안을 했고, 우상호 비대위원장 역시 "기록물 공개에 거리낌이 없다"며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하태경 단장은 "국방부 답변만 담긴 회의록이 아닌, 당시 감청 내용 전부가 담긴 '진품'을 보자"고 화답했다.
이처럼 국방부 회의록 부분에는 양측의 의견차가 노출되지 않고 있어 조만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는 사건의 비공개 자료가 공개되는 것이 결코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양측의 '자신감'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자료 공개를 통해 이전 정부의 '월북몰이'가 드러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여당은 당국이 2020년 9월 22일(이하 한국시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최초 보고했을 때는 '월북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했다가, 23일 두 차례의 청와대 관계장관대책회의를 거친 뒤인 24일부터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입장을 바꾼 점을 주시하고 있다.
육군 중장 출신으로 TF 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신원식 의원은 "9월 23일 오전 10시 관계부처 장관회의가 열리는 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월북으로 몰아가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민주당이 공격했던 점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건 당시 행적을 집중적으로 추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내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인이 생존해있던) 6시간 동안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키려는 노력을 다했느냐의 문제"라며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구조 활동을 제대로 했느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것은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 시스템이 작동했느냐를 보려는 것이지 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사건 직후 문 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하는 연설을 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국방위 회의록 공개가 나쁘지 않다는 입장은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실체가 없는 '신색깔론' 정치공세라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설령 공개를 하더라도 진상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월북몰이'와는 거리가 있을 뿐더러 오히려 적절한 조치를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생각이다.
친문(친문재인)계인 의원 13명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는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당시 국방위 회의 후 국민의힘 한기호 국방위 간사가 '월북으로 보인다'고 발언한 것을 부각하며, 회의록 공개가 오히려 당시 정부의 판단이 옳았다는 걸 입증해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 역시 "굳이 (공개 요구에) 맞장구를 칠 필요는 없지만 공개를 거리낄 이유도 없다"며 회의록 공개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 靑 회의록·SI 등 민감사안…'협상 장기교착' 관측도
그렇다고 회의록 공개 협상이 마냥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여야 사이에서 거론되는 기록물 중에는 SI 정보,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청와대 회의록 등 민감한 기록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힘에서는 이들 역시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민주당 역시 우 위원장이 "우리 입장에서는 공개를 꺼릴 이유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입장과 달리 양당의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청와대 회의록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며 내용에 따라 오히려 정쟁을 키우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여권의 공세에 밀려 이전 정부의 비밀기록을 공개하는 '선례'를 남긴다는 것 역시 두고두고 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역시 군 보안정보인 SI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일부에서는 미군과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정치공방 속에 군 기밀 정보를 노출시킨다는 것이 집권 여당의 행동으로 옳지 않다는 공세에 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SI 공개에 대해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지 않나"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인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대통령기록물인 청와대 회의록의 경우 여권에서는 SI 정보에 비해서는 보다 강하게 '공개필요' 주장을 펴고는 있지만, 이 역시 국가기밀 공개라는 점에서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여야의 복잡한 속내 속에 SI나 대통령기록물은 물론 국방위 회의록에 대한 협상까지 장기교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기록물 공개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고 했고, 민주당 관계자 역시 "국민의힘 측이 대통령기록물은 물론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 공개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내주에도 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을 계속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는 오는 28일 통일부, 29일 외교부를 찾아 사건 당시 문서를 추가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가정보원 방문 일정은 조율 중이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는 27일 고인의 형 이래진씨를 면담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대통령기록물 공개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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