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세대 사람 두창 백신 보유중이지만, 구형에 부작용 우려
▶ 3세대 백신 7월중 도입 추진…당국, 위험군 중심 백신 전략
▶ 전문가들 “밀접접촉 그룹 대상 포위접종, 예방·치료 효과 기대”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글로벌 보건 위기 우려를 낳고 있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의 확진자가 한국에서도 발생한 가운데 23일(한국시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모니터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각국에서 확산하는 원숭이두창이 최근 국내에도 처음으로 유입된 가운데, 차세대 예방 백신의 신속한 도입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과거 사람 두창(천연두)에 적용했던 백신이나 기존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원숭이두창에 일정 수준 대응이 가능하고, 호흡기 감염병처럼 전파력이 크지 않아 과도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잠복기가 긴 원숭이두창의 특성상 입국 검역에서 발견하기 어려워, 확진자와 접촉자를 빠르게 찾아내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 확산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원숭이두창 유행이 확산하면 위험군은 선제적으로 백신을 맞게 하는 '포위접종'(ring vaccination)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 3세대 백신 협의 중, 7월 도입 목표…"일반인구 대규모 접종은 없어"
26일(이하 한국시간) 방역당국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3세대 원숭이두창 백신을 신속히 도입하고자 제조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유일하게 원숭이두창 치료용으로 허가를 받은 치료제인 테코비리마트 500명분을 7월 중 들여올 예정이다.
원숭이두창은 원래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만 발견되던 풍토병이었기 때문에 각국이 백신과 치료제를 미리 확보해두긴 어려웠다. 5월부터 유럽, 미국 중심으로 확산이 시작된 이후 방역당국은 해외 상황을 주시하며 3세대 백신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이 감염자(동물)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 옮는 질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파력이 호흡기 감염병처럼 높지 않아 일반 인구 대상 대규모 접종은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2일 원숭이두창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공중보건 위기에 대비해 비축한 2세대 사람 두창 백신 3천500만여명분으로 원숭이두창에 대응하고 있다. 원숭이두창 확진자와 접촉한 고위험·중위험자 중 희망자는 2세대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 한국내 1978년생까지 백신 접종…2세대 백신 보유 중이지만 부작용 우려
두창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에서 종식·퇴치됐다고 1980년 선언한 질병으로, 국내에서는 1978년생까지 두창 백신을 맞고 1979년 접종이 중단됐다.
2세대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하게 만들어서 체내에 투여하는 생백신으로,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는 약 85%라고 알려져 있다.
과거 두창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원숭이두창을 예방하는 면역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두창 백신 접종이 중단되며 두창 면역이 없는 젊은 인구 비율이 늘어나 있는 것이 이번에 원숭이두창이 각국에 확산한 중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며 "결국 이 질병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2세대 백신의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없고, 접종 후 40년 이상이 지난 시기라 면역이 현재 어느 정도로 지속되고 있는지 장담하기 어렵다.
2세대 백신은 원숭이두창용으로 직접 인정을 받진 않았으며 접종 방법이 까다롭고, 부작용 등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도 있어 3세대 백신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세대 백신의 이런 단점 때문에 최근 독일에서 입국한 첫 확진자(30대 내국인)와 같은 비행기 내 인접 좌석에 앉았던 승객, 일부 승무원 등 중위험 접촉자 8명 모두 백신 접종에 동의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2세대 백신과 기존 치료제로 우선 대응하되, 부작용이 덜하고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인정된 3세대 백신·치료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 전문가들 "3세대 백신으로 확진자 주변 '포위 접종'" 제안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행 규모가 커지면 영국 사례처럼 위험군인 밀접 접촉 그룹을 백신을 맞도록 하는 포위접종도 제시된다. 통상 확진자를 중심으로 위험군에 해당하는 100여명에게 접종을 하는 것이다.
3세대 원숭이두창 백신은 바이러스 노출 4일 이내에 백신을 맞으면 감염 예방이 가능하고, 만약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완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순영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2세대 백신은 부작용 위험도에 비해 이득이 크지 않다"며 "위험도가 덜한 3세대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확진자 주변 사람들에 대한 포위접종시 감염 확산 차단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혹시 지역사회 유행이 확인되면 확진자를 중심으로 밀접 접촉자에게 포위접종 하면 예방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포위접종은 영국 등에서 실행되고 있는데, 방역당국은 실제 발생 상황과 해외 동향,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국내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 당국·전문가들 "일반 인구 백신 접종 필요는 없어"
다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위험군 외에 일반 인구까지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며 방역당국과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
김탁 교수는 "고위험군 접촉자를 대상으로 접종 한다는 정부 방침이 현재로서는 제일 합리적"이라며 "나중에 유행 정도가 달라지면 접종 대상 조정을 고려는 하겠지만 전혀 그럴 단계가 아니다. 일반 인구 접종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원숭이두창 감염은 직접 접촉 기반이라 단순히 근처에 있는 접촉으로는 감염 위험이 거의 없다"며 "3세대 백신을 조속히 도입해 확산세를 따라 위험군에게 포위접종을 실시하고, 나머지 인구 집단은 면밀히 관찰하는 정도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은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지역별 감염병전담병원에서 맡는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원숭이두창 특성상 백신 접종은 실제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 한명 한명의 예방·증상 완화를 위한 '개별적' 조치"라며 "고위험군 중 희망자 대상으로 한다는 접종 계획은 현재 짜여져 있고 3세대 백신도 기본적으로 같은 방침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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