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둔화 우려 커지며 투자심리 급랭, 오늘 5월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 전망치 8.2% 웃돌면 긴축 가속도…신흥국 위기·금융시장 요동 불가피
10일 연방 노동통계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3월(전년 동월 대비 8.5%)을 정점으로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물가 지표가 예상치(8.2%)를 웃돌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자산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는 것은 물론 세계경제에 침체 공포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전날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이어 백악관에서도 높은 CPI 수치를 경고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금융시장은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 역력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 넘게 하락하는 등 3대 지수가 줄줄이 약세를 보였고 시장 불안 속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3%를 재돌파하며 3.021%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10일 5월 CPI 수치 공개를 앞둔 시장의 긴장감을 반영한 결과다. 웰스파고의 전략가 스콧 워렌은 “CPI 수치가 긍정적이라면 성장 둔화 공포를 덜 수 있다”며 5월 CPI 수치에 시장의 이목이 쏠려 있음을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5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8.2%를 기록하며 3월과 4월(8.3%)에 이어 두 달 연속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3월을 정점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연준의 긴축 행보가 현재 예고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연준은 6·7월 0.5%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9월에는 상황을 지켜본 뒤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록을 공개한 바 있다. 시장의 시각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준이 6월과 7월 0.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각각 94.8%, 83.2%로 보고 있다. 9월에는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64.4%로 낮아진다. 5월 CPI가 시장 예측치와 일치하거나 최소한 3월을 정점으로 인플레이션이 꺾인 것이 확인된다면 금융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CPI 공개를 목전에 두고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옐런 재무장관이 전날 의회 청문회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한동안 높은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은 데 이어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CPI수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언하면서다.
실제로 시장 일각에서는 5월 CPI가 8.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관련 파생상품을 다루는 가르다캐피털의 팀 매그너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5월부터 9월까지 전년 대비 CPI 수치가 8.5%를 넘어설 것”이라며 “이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가르다캐피털파트너스는 지난해 4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구조적 저물가에서 벗어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의 물가연동국채(TIPS)와 관련된 파생상품도 5월 CPI를 8.5%로 가정한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8~9월 CPI는 8.8%로 상승한 뒤 10월에 8%로 안정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이처럼 물가 수준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을 경우 하반기 이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PI애셋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 파트너는 “암울한 글로벌 성장 전망과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 추진 간 상반된 흐름이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이사는 “현재 세계의 경제 상황은 예상보다 빠른 긴축으로 일부 국가에서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위협 요소가 실재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직격탄을 입는 것은 신흥국 경제다. 실제 브라질의 경우 긴축 발작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3월 2%였던 기금리를 1년 사이 이미 10차례나 올렸다.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잦아들고 있다는 데이터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D램 가격과 해운 운임, 북미 비료 가격이 하락 추세”라며 “이는 세계의 장바구니 물가도 낮아진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CPI가 예측치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경우 경기 침체론은 한층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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