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리버마크 플라자의 세이프웨이에서 신상품 코카콜라를 유심히 살핀다. 얼마 전 코카콜라는 메타버스에서 태어난 맛(flavor born in the metaverse)을 출시했다. 메타버스에서 태어난 맛은 어떤 걸까? 실리콘밸리에서 생활한 지 1년 반, 아직도 메타버스에 대한 감을 잡지 못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메타버스 하면 사람들은 마크 저커버그와 사티야 나델라가 말한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미래다”는 말을 떠올릴 것이다. 아니면 비디오게임을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혹은 줌(Zoom)으로 대표되는 화상회의 서비스의 다음 버전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각기 다른 그림이 나온다는 사실은 현재로서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단언하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메타버스는 모호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편리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도구적 접근이 필요하다. 메타버스를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로 치환해보자. 대중적 커뮤니케이션에 아무 무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메타버스가 특정 유형의 기술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술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의 광범위한 변화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테크기업에서 언급하는 메타버스의 핵심기술은 가상현실(VR)이다. 특히 게임을 하지 않거나 접속 중이 아닐 때도 지속되는 가상현실을 강조한다. 또한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동시에 결합한 증강현실(AR)도 포함한다. 물론 VR 또는 AR을 통해서만 해당 세계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PC, 게임콘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액세스할 수 있는 포트나이트(Fortnite)는 이미 자신들의 서비스를 메타버스라 부르기 시작했다.
다양한 담론이 존재하는 미국답게 현지에서는 메타버스 개념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반응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나요?”다. 게임부터 떠올려보자.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는 플레이어가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영구적 가상세계를 예전부터 구축했다. 오큘러스(Oculus) 헤드셋을 끼고 휴식을 느끼는 가상공간의 집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 재반박할 수도 있겠다.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단일 통합장소인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통합된 하나의 메타버스(the metaverse)를 만들기 위해 기업은 수익성이 낮거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텔(Intel)은 “단일화된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1,000배 향상된 컴퓨팅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메타버스에 대한 전지구적 관심에 비해 기술적으로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타버스 개념을 두고 변화된 기류도 감지된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과 개발자들은 단일 게임이나 플랫폼도 이제는 메타버스(a metaverse)라 부른다. 이에 따르면 VR 콘서트 앱에서 비디오게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메타버스로 간주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정의하는 일은 역설적이다. 메타버스가 미래라면, 미래를 규정하기 위해 우선 현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본질적으로 온전한 가상세계라 할 수 있는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MMO)’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다. 디지털 콘서트, 글로벌 화상통화, 온라인 아바타, 상거래 플랫폼이 MMO의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서비스를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비전(vision)으로 제시하려면 반드시 색다른 요소가 있어야 한다.
테크 산업은 태생적으로 미래주의(futurism)에 의존한다. “통신기기를 팝니다”보다는 “미래를 팝니다”가 사용자를 사로잡는다. 현재 ‘메타버스’ 개념은 오래된 기술을 재포장하고 신기술의 이점을 내세우며 투자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3D 텔레비전, 아마존(Amazon)의 배달드론, 구글 글래스 등 기대에 못미친 시장의 반응도 분명히 존재한다. “메타버스가 VR과 디지털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현재 인터넷의 한 단계 진화된 버전에서 그칠지 모른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는 까닭이다.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패러다임 전환이 임박했는지는 통시적으로 지켜볼 일이다. 물론 분초가 다르게 진보하는 테크놀로지를 애써 부인하려는 태도는 맹목적인 기술 낙관주의만큼 위험하다. 메타버스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일까? 또다른 종류의 비디오 게임일까? 시간이 증명해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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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진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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