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송강호 배우가 영화 ‘브로커’로 한국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송강호의 수상으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시 ‘가족 영화’ 3부작의 대미를 장식했다. 영화 제목인 ‘브로커’로 등장한 송강호는 베이비박스에서 놓인 아기를 데려가 입양을 알선하는 소시민 상현역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또, 브로커 공모자로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 ‘동수’로 출연한 배우 강동원과도 영화 ‘의형제’ 이후 10년 만에 다시 환상의 케미를 보였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고레에다 감독은 영아 유기와 불법 입양 등을 통해 종국적으로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베이비 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미혼모가 영아를 유기하지 않도록, 아기를 두고 갈 수 있게 만든 시설이다. 칸 영화제 상영 후 가진 인터뷰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 베이비박스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7년 일본 구마모토 현립 지케이 병원에 ‘갓난아기 포스트’(황새의 요람)를 알게 되면서다. 그리고 한국의 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고 영화 제작을 결심한 후 많은 사람들을 만나 취재를 했다”고 밝혔다. 또 “중세 유럽의 수도원 담장에 미혼모로 인한 영아 유기 및 살해를 막기 위한 유래로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비박스는 지난 2010년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에 의해 처음 설치되었고 한국 언론에 의해 널리 퍼졌다. 이어 2011년 6월 LA타임스가 보도한 주사랑 공동체 이종락 목사의 사역 스토리로 미주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담장을 뚫어 만든 아기를 둘 수 있는 공간인데 담장 벽에는 “당신이 이 아이의 새영을 지켰습니다” “끝까지 기도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누군가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가면 벨이 울리며 교회측에서 아기를 데리고 가서 보호해준다. 아기를 보호시설이나 입양기관에 맡기려면 신분 노출이 되고 절차도 밟아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신생아를 버리는 일이 없도록 ‘생명지킴이’의 역할을 한다. 베이비박스의 보호를 받다가 위탁가정이나 보호기관을 거쳐 국내외로 입양이 되거나 나중에 친부모가 아이를 되찾아갈 수도 있다는 찬성론이 있지만 아기를 죄책감 없이 버리는 행위를 조장한다는 반대론도 있다.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하고 유기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베이비 박스에 놓고 가는 것도 결국 아기를 유기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라는 거센 논란 때문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에 이어 ‘브로커’로 가족 영화 3부작을 완성한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베이비박스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갈린다. 현재는 그런 시설이다. 영화 속 브로커를 쫓는 형사 수진(배두나 분)이 ‘버릴 거면 낳지 말던지’라는 말에 담겨 있는 상징처럼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수진의 시선으로 이들은 범죄자 집단일 수 있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기존의 통념들이 흔들리고 수진의 대사에 내포된 생각이 변하고 보는 각도가 달라진다. 아기를 낳자마자 어머니가 된다는 생각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차에 함께 올라 탄 사람들의 여정을 다룬다. 동승한 사람들은 일반적인 가족 사회에서 배제된 채 살아온 이들이다. 그들이 함께 차를 타게 된 이야기를 구상했고 그로 인해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작은 악을 품은채 여정을 떠났지만 선을 행하게 되는 그런 영화”라고 설명했다.
과거 ‘세계 최다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한국에서도 요즘은 입양 자격과 절차가 까다롭다. 미국의 부모가 한국 아기를 입양하려면 약 4만 달러의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입양을 원하는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나이가 많아서 또는 건강상에 문제가 있어서 합법적인 입양이 거절되면 다른 경로를 찾는다고 한다. 입양 브로커들이 이런 심리를 이용해 불법 알선을 하는데 흥신소, 조산원, 산부인과, 입양기관 등을 통하거나 인터넷에서 미혼모들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미혼모의 아이를 팔아 수수료를 취한다. 지난 2009년 9월 대구에서 입양 브로커의 중개로 아이가 매매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을 통해 그간 암암리에 진행됐던 신생아 매매가 인터넷을 통해 간단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한 입양기관 사회복지사는 “브로커를 통해 입양이 이뤄지면 입양부모와 친모의 정보가 서로에게 노출된다. 입양부모가 친모에게 연락해 파양하거나 친모가 입양부모에게 친권을 주장할 때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박스와 불법 입양이라는 어두운 현실을 따스하고 밝게 풀어내어 프리미어 상영 후 12분 동안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송강호가 웃는 모습으로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면 ‘슬픈 엔딩’이라는 속설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7번째 칸 방문으로 최고 연기상의 영예를 안은 송강호의 함박 웃음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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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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