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터빌 권 선생’ 쿠킹 클래스, 3년 만에 재개
지난 12일 버지니아 쿠킹 클래스에서 에스더 권 쉐프(위 사진)와 13명의 수강생들이 배워 만든 요리를 보여주고 있다.
“음식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할 뿐만 아니라 서로를 하나로 묶는다. 요리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 행복을 나누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 ‘센터빌 권 선생’으로 불리는 에스더 권 쉐프의 쿠킹 클래스(Kweon’s Cooking Class)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글이 그가 요리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짐작하게 한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버지니아 센터빌에 있는 권 쉐프의 자택. 30-50대의 한인 여성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피어나는 봄의 정원에 생기를 불어넣는 듯 했다. 집안에 들어선 이들은 아침을 거른 수강생들을 위해 권 쉐프가 미리 준비해 놓은 스콘과 찰떡, 커피를 먹으며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앞치마를 두르고 권 쉐프가 미리 프린트해 놓은 ‘오늘의 요리’ 레시피를 받은 후 요리 시작에 앞서 권 쉐프의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이날 13명의 수강생 중에는 30대 중반의 미혼 남성도 있었다. 보통은 6-10명 내외의 스몰 클래스로 진행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벗어나 재개된 이날 강좌에는 수강생이 몰려 그동안 강좌에 대한 ‘목마름’을 가늠하게 했다.
한식 배우려는 30-50대 주부들로 붐벼
‘건강한 밥상’ 만들며 위로와 힐링의 시간 가져
VA에 이어 내달부터 MD도 강좌 시작
버지니아 수강생들이 12일 배워 만든 요리들.
권 쉐프는 “팬데믹 기간 동안 아무것도 못했어요. 코로나가 좀 누그러들며 주변 분들의 요청으로 지난달 3년 만에 처음으로 쿠킹 클래스를 1회 했고, 이달에 2일간의 강좌가 잡혀 있어요. 또 27일에는 김치를 먹어 본 수강생들의 요청으로 김치 만들기 특강이 갑자기 추가 됐어요”라고 밝혔다.
수강생들의 요청으로 내달 9일, 10일에도 요리강좌가 잡혀 있다. 메릴랜드에서도 강좌가 재개된다.
팬데믹 기간에 요리연구와 메뉴 개발, 요리책 발간 검토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권 쉐프는 “음식을 하고 나눌 때 위로와 힐링을 받는다. 행복을 나누는 요리 교실로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에서만 20여년간 한식 쿠킹 클래스를 진행해 온 그는 ‘건강한 한상 차림’에 포커스를 맞춘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직업특성상 손님 접대가 많은 외교관 부인들을 위한 클래스도 진행했었다.
권 쉐프는 수강생들에게 친정 엄마 또는 큰 언니 같은 존재다. 파티도 많고, 학교나 직장에서 음식을 만들어가는 팟럭(Potluck) 모임과 뷔페식이 많은 미국 음식 문화에 맞게 한식을 기본으로 일식, 양식은 물론 퓨전요리와 떡, 베이커리와 디저트까지 두루 가르친다. 요리뿐만 아니라 요리재료는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등 수강생의 질문에 답해 주는 살림의 지혜 어드바이저 역할도 한다.
“음식은 사람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어요. 요리기술보다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요리를 가르치고 싶어요. 그러면 저도 저절로 행복해져요.”
이날 수강생들은 오이 카나페, 유부 초밥 시리즈(연어, 장어, 튜나, 볶은 돼지고기), 해물냉채, 소프트 크랩 튀김 등 4개 요리를 배웠다.
권 쉐프는 “클래스는 매번 메뉴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서너 가지 코스 요리로 구성해요. 그날 요리만 제대로 배워도 어느 자리에서건 솜씨를 낼 수 있게요. 그리고 요리를 배우러 오신 분들을 손님 대하듯 정성을 다해요. 그 기운으로 집에 가서도 가족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면 이보다 보람찬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그는 2002년 워싱턴 지역으로 이민 와 이듬해 요리 클래스를 시작했다. 여느 엄마와 마찬가지로 두 아들의 ‘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택한 이민이었다. 두 아들을 뒷바라지 하며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가’를 찾다가 요리에 푹 빠졌다.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서 한국에서 직장생활 할 때도, 남편과의 영국 유학 시절에도 틈틈이 쿠킹 클래스를 찾아다녔어요. 요리가 ‘힐링’ 자체였어요. 그러다 주변 분들의 권유로 외국 생활을 하는 한인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요리 선생이 되기로 마음먹었죠.”
그는 인공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와 천연소스로 만드는 계절별 요리를 가르친다. 또 생일 파티 등 각종 이벤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요리들을 쉽고 빠르게 준비할 수 있도록 비법을 전수한다.
요리강좌 후에는 수강생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그날 만든 요리를 차려놓고 시식 하며 일종의 평가회(?)를 겸한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넉넉히 해서 남은 요리는 수강생들이 집으로 가져가도록 한다. 그의 클래스가 유독 출석률이 높은 이유는 그저 레시피를 익히는 요리 수업이 아니라 이런 배려와 힐링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끔 케이터링 출장이 있을 때는 쿠킹 클래스 회원들이 실습을 겸해 돕는다. 그에게 쿠킹 클래스 회원들은 제자이자, 동료이며, 친구다.
이날 요리를 배운 후 자원해서 뒷정리를 돕던 30대의 김보해씨는 “전혀 한식을 못했는데 권 선생님께 배운 후 자신이 생겼다.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는 버지니아 성정바오로 한인성당의 원주교구 주교 방문 만찬 케이터링을 부탁받고 랍스터 테일, 잣소스 냉채, 삼치 강정, 찜갈비, 소프트 크랩 튀김, 주먹밥 등의 깔끔하면서도 격조 있는 요리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권 쉐프가 직접 집에서 만든 다마리 만능간장과 ‘아는 사람들끼리만 안다는’ 고급 선물용 한과 세트, 스콘과 찰떡 콤보 세트가 30-27달러에 준비돼 있다.
권스 쿠킹 클래스 홈페이지는 www.cookingclassva.com
문의 (571)212-9705, cookingclassv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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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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