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은 이제 캘리포니아의 자연 재해 중 하나로 추가돼야 할 것 같다. 가뭄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해가 없다. 주 정부가 강제 급수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우기의 강수량이 100년래 최저 수준인 반면, 사용하는 물의 양은 상당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정부가 지역별로 가뭄 경보를 내리고 절수를 당부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세차 제한 등 다양한 절수 조처는 카운티나 시 등 지방정부가 지역 사정을 고려해 자체 결정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가뭄 상태는 주 정부가 여태 피해 왔던 일괄 급수 제한 조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는 판단이다.
우리가 끌어 쓰고 있는 호수나 강 등의 물은 실상 지구에 있는 물 중에서 0.01%에 불과하다. 지하수의 양만 해도 지상의 담수(민물) 보다 100배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만성적인 물 부족 사태가 이어 지자 지상수의 100배나 된다는 지하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질학자들은 최소 지하 10킬로미터 아래까지는 지하수가 저장돼 있다고 본다. 지표 아래 암반층이나 광물, 바위 틈새 등이 물의 저장고가 된다. 정부 기관이나 산업계에서는 이 지하 공간을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나 액체 쓰레기 저장고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고, 일부는 실제 이런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과학자들은 지하수의 양과 지하수가 갖는 환경적인 기능 등을 측정하기 위해 지하수 연구 폭을 넓혀 왔으나 그 범위는 대부분 지하 2킬로미터 안이었다. 최근 이를 10킬로미터까지로 확장한 결과 우선 지하수의 양은 지금까지 추정했던 것보다 2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구의 최대 물 창고가 지하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오랫동안 최대 물 저장고로 생각되어 왔던 남극 대륙과 그린랜드 등의 얼음층 보다 더 많은 물이 땅 아래 저장된 사실이 확인됐다.
대부분 지표 가까운 암반층에 집중된 것으로 생각되던 지하수가 투수성이 있는 암반등을 통해 최소 지하 10킬로미터까지 퍼져 있고, 파악된 지하수의 양은 4,400만 입방 킬로미터, 그랜드 캐년 1만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생활용수, 관개용수, 산업용수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하수는 대부분 지하 100미터 이내에서 퍼 올려진 것들이다. 새로 파악되고 있는 심층 지하수를 끌어 올려 이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 마디로 “노”라고 할 수 있다.
지하 4킬로미터 아래 분포된 심층 지하수는 소금물, 일부는 바닷물 보다 몇 배나 짠 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시 물로 분류되는 이들 지하수들이 대기와 마지막 접촉한 것은 수 만년 전, 심지어 10억년이 넘은 것도 있다고 한다.
지하 1킬로미터 아래 분포한 지하수의 신상과 주거 환경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북미 대륙에 비나 눈이 내릴 경우 산간이냐, 들이냐 등에 따라 다르지만 침투력은 최대 지하 1~4킬로미터 정도라고 한다. 지하수도 순환된다. 순환의 정도는 지형과 암반의 투수성 등에 따라 다르다. 사암이나 석회암의 심층 지하수는 1년에 몇 미터씩 이동하기도 하나 변성암 등의 지하수 움직임은 연 1나노미터(10억분의 1 미터)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뭄이 아무리 심해도 이 심층 지하수를 활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파악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조사를 통해 지표 가까운 지하수와 원시 심층수의 현황과 성격 등을 구분하게 된 것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석유나 천연개스 등을 개발할 때 어느 깊이까지 지하수 보호 조처가 필요한지 등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 폐기물 저장 등 지질학적인 격리가 필요한 공간확보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심층 지하수는 다른 물의 순환계와는 약한 고리로 연결돼 있으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지하도 생명의 세계다. 섭씨 80도 아래쪽인 지하 3~4킬로미터 안에서는 많은 생명체가 발견되고 있다. 지하 미생물은 지상 미생물의 10% 정도라고 한다. 우주뿐 아니라 지하세계 탐구도 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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