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공중지휘통제기(E-4B)가 한반도 인근으로 날아들었다. 미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과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전진배치와 함께 훈련 모습이 공개됐다. 주한미군은 전방 지역에서 도하 훈련을 실시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시작된 날 전해진 뉴스다. 같은 타이밍에 대만주변에서는 중국은 잇단 무력시위에 나섰다. 중국인민해방군 J-16 전투기 4대, Y-8 전자전기, H-6 등 총 7대의 군용기가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것.
한국 방문에 바로 뒤이은 도쿄 쿼드정상회담 참석. 이렇게 짜여 진 바이든의 아시아국 순방 일정이 시작되면서 서태평양의 파고는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 질서에 어떤 변화가 일 것인가. 관련해 던져지는 질문이다.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처에 집중했다. 이번 순방은 그 바이든 행정부 외교의 관심과 역량이 ‘중국 견제’로 재정렬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쿼드 동맹을 준 군사동맹으로 강화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공식 출범시켜 새로운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한다.’- 바이든의 아시아국순방의 대체적인 전략 테마다. 베이징은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도발순방이라고 규정하는 등.
동북아 정세변화의 강력한 변수는 그러나 정작 다른데서 찾아지는 것은 아닐까. 오미크론 변이 창궐과 관련해 일각에서 대두되는 관측이다.
코비드 팬데믹은 전 지구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중국에서 팬데믹은 중증의 경화증세랄까, 그럴 정도의 체제경직을 불러왔다. 이와 함께 엄청난 경제, 사회적 백래시(backlash)가 예상된다는 것이 대다수 관측통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제로 코비드’라는 목표를 위해 2년 반 동안 싸워온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시진핑의 중국은 급속한 패배를 겪고 있다. 그 현장이 상하이다.”포린 어페어스의 진단이다.
한 달 이상 끌어온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박멸에는 실패했다. 1명의 오미크론변이 확진자가 나오면 20만의 지역주민 전체를 최소 14일 간 강제 격리시킨다. 그 같은 철저한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는 오히려 늘어만 난 것. 왜.
‘제로 코비드’방침과 함께 격리와 봉쇄에 치중하면서 베이징당국은 고령자 백신접종을 회피해왔다. 백신접종에 따른 부작용이 두려워서다. 그 결과 4월 중순 현재 상하이 일원의 60세 이상 연령층 중 1회 이상 백신 접종자는 3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미크론변이 대확산을 경험한 홍콩의 경우 고령층의 백신 미접종이 바로 그 원인으로 판명됐다. 같은 상황의 중국본토에서 오미크론변이가 계속 창궐할 경우 사망자수는 앞으로 3개월간 최소 160만에 이른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다.
상하이에서의 그 가차 없는 봉쇄조치는 식량부족, 집단자살, 의료대란에 따른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사망급증(월 1,000명 사망) 등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베이징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증가하자 베이징은 ‘제로 코비드’방침에 따라 역시 봉쇄조치에 돌입했다.
상하이 봉쇄조치가 그렇다. 당중앙의 강력한 메시지를 무언으로 전하고 있다고 할까. 그러니까 우한 봉쇄조치에 따른 바이러스 퇴치는 시진핑의 최대 업적으로 ‘제로 코비드’는 이제 체제의 이데올로기라는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중앙의 메시지에 바로 반응, 지방정부들은 더 강력한 봉쇄조치를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스지의 보도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코비드-19은 공중보건 문제다. 시진핑의 중국에서는 정치 문제다. 때문에 과학적, 의학적 설명은 필요 없다. ‘제로 코비드’만 고집하는 당중앙의 의지만 중요할 뿐이다. 그 결과 4월18일 현재 45개 도시, 14억 인구 중 30%, 4억이 넘는 중국 인민은 봉쇄조치로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문제는 도시 중산층들이 베이징의 ‘제로 코비드’정책을 불신,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경제는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다가 강력한 봉쇄조치로 성장 동력이 멈추면서 사회적 불만은 톈안먼사태이후 최악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난은 단기적으로 시진핑 3기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공산당 체제 통치의 정통성에 심각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인권을 무시한 봉쇄조치로 중국의 고립은 심화된다.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지면서 천하대란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 시진핑 체제는 요지부동이다. 그 모습이 러시아의 푸틴과 너무 흡사하다. 권력의 눈치만 보는 참모진에 둘러싸여 있다. 그 체제는 변화에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포스트 팬데믹의 상황이다. 펜데믹 기간 중 베이징은 인민의 삶 구석구석을 통제해왔다. 팬데믹이 끝나면 통제가 완화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민을 개, 돼지나 범죄자로 취급하는 철저한 관리통제체제의 출현이 가능하지 않을까.” ‘제로 코비드’ 정책을 통해 중국 내 자유민주주의 성향 학자들이 우려 가운데 내다본 미래의 청사진이다.
이 정황에서 김정은의 북한에서는 대대적 숙청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악의 오미크론 감염사태. 이는 ‘고난의 행군’에 버금가는 재앙으로 체제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속죄양이 절실히 필요하다. 전염병 만연의 책임을 물어 처형의 광란극을 벌일 것이란 흉흉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에서 만연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이는 아무래도 동북아 정세 변화의 가장 강력한 돌발변수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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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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