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공장 매연 등 대기오염물질
▶ 햇빛에 화학반응 일으키며 오존 발생
미세먼지 자욱했던 봄이 지나가고 화창한 나날들입니다. 때마침 실외 마스크 의무도 해제됐으니 쏟아지는 햇볕을 마음껏 즐기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십니까. 이럴 때 바로‘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오존이 내리쬐고 있다는 걸.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는 위협이고, 마스크를 쓰면 그래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스 형태로 존재하는 오존은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마스크 쓴다 해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노출됐다 하면 우리 신체, 특히 폐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급성 폐부종 등 치명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날 여름철, 오존 피해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요.
■생태계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두 얼굴의 오존’
오존은 지구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없었습니다. 녹색식물이 생기고, 이 식물들이 산소를 뿜어내면서 비로소 만들어졌습니다. 대기 중에 퍼진 산소가 태양에너지의 영향으로 분자에서 원자로 분해됐다가 결합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겁니다. 오존의 화학기호도 O₃로 산소분자(O₂)에 산소원자(O)가 결합한 형태입니다.
오존은 참 고마운 녀석입니다. 대기 중 오존의 90%는 10~50㎞ 사이 성층권에 존재하는데 자외선을 99% 정도 흡수합니다. 자외선은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체에 위험합니다. 사람에겐 피부암, 백내장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성층권에 있는 오존이 이를 막아주는 겁니다.
반면 지상 10㎞ 이내 대류권에 존재하는 오존은 인체에 해를 끼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대기오염물질 대부분은 지상에서 1~2㎞에 존재하는데, 이게 햇빛에 화학 반응을 일으켜 오존을 만들어냅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자동차 등 이동오염원에서 많이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나 석유화학, 정유, 주유소 저장탱크 등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대기 중 오존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오존농도 상승에 따른 초과사망, 초미세먼지보다 많아
문제는 기후위기로 오존층은 계속 줄어들고, 대기 중 오존 농도는 짙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연합(EU)이 운영하는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에 따르면, 남극 하늘에 있는 오존층 구멍은 이미 남극 대륙 크기보다 커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존층이 10% 줄면, 지구 전체적으로 피부암 환자가 30만4,500명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기 중 오존농도는 2011년 0.023ppm에서 2020년 0.030ppm으로 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대기 중 오존농도가 1시간 평균 0.030ppm 이하일 때 ‘좋음’, 0.031~0.090ppm일 때 ‘보통’, 0.091~0.150ppm일 때 ‘나쁨’으로 분류합니다. 호흡기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온 고농도 오존은 기침, 숨참에서부터 폐기능 저하까지 다양한 증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오존으로 인한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초미세먼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3월 처음 발간한 ‘기후 보건영향평가 결과보고서’를 보면, 초미세먼지 단기 노출에 의한 초과사망은 2015년 4,988명에서 2019년 2,135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반면 대기 중 오존농도 상승에 따른 초과사망은 같은 기간 2,267명에서 2,890명으로 야금야금 늘고 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과 남성이 고농도 오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죠.
■식량 생산·산업 활동에도 영향 미쳐
오존은 사람뿐 아니라 농사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지난 1월 과학저널 ‘네이처 푸드’에 실린 중국 난징대 등 공동연구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존 농도가 0.031~0.051ppm일 때 밀과 쌀, 옥수수 연간 수확량은 각각 7.1%, 4.4%, 6.1% 줄어듭니다. 한중일 3국 기준 오존으로 인한 밀·쌀·옥수수 등 곡물의 연간 생산량 감소는 자그마치 75조 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옵니다. 오존 때문에 전 세계가 식량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산업 활동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존 농도가 0.01~0.03ppm만 돼도 고무에 균열이 생깁니다. 페인트는 0.02ppm에서 제품 수명이 5.7년, 0.03ppm에서 3.8년으로 줄어듭니다. 뿐만 아닙니다. 고농도 오존은 작업장 인부나 야외 노동자들에게도 치명적입니다. 그들의 눈과 피부, 기관지를 자극하고, 두통과 복통, 흉부 통증 등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존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오후 2~5시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줄여야 합니다.
■여름철 2~5시 야외활동 피해야… 실내도 환기 필수
오존 피해 위험은 계절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오존 농도는 일사량과 기온에 비례하고, 습도와 풍속에 반비례합니다. 5~6월쯤 대기 중 오존 농도가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장마철인 7월에 잠시 줄고, 8~9월 화창한 날씨에 다시 높아지는 패턴을 보입니다.
하루 기준으로는 일사량이 많은 오후 2~5시에 가장 짙고 저녁이나 밤 시간대엔 광화학반응이 없어 오존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고농도 오존 노출을 줄이려면 여름철 오후 2~5시에는 야외활동을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다만 실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일부 공기청정기나 레이저 프린트 및 복사기, 오존 살균세탁기 등은 오존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기청정기처럼 오존으로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제품을 장시간 사용하면 실내 오존 농도가 높아질 수 있으니, 반드시 일정 시간 사용 후 환기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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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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