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2차 안 가는 건 많은 직원이 알고 있어…도망 가는게 소문 다 나”
▶ ‘거취 결단’ 요구에 “부덕의 소치 제가 비난받아야…새겨듣고 열심히 하겠다”
김대기 “10년 넘은 일, 대가 다 받았다”…’조치 할 생각 없나’에 “그렇다”
(서울=연합뉴스)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성비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2.5.17 [국회사진기자단]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17일(이하 한국시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검찰 재직 시절 자신을 둘러싼 성비위 의혹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 과정에서 나온 해명이 되레 논란을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운영지원과장을 맡아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윤 비서관은 검찰 재직 당시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언행으로 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며 이른바 '안살림'을 속속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로, 대통령실측은 이날도 발언의 부적절성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도 경질론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날 운영위는 대통령실 소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를 위해 열렸기 때문에 윤 비서관이 자리했다는 게 대통령실 측 설명이다.
윤 비서관은 이날 "국민들에게 상처가 되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당연히 사과를 드려야 맞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 먼저 사과드리겠다"며 90도 인사를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윤 비서관을 발언대로 불러세운 뒤 "(성비위 의혹) 기사에 나온 내용 중 경위 등 다른 부분이 있느냐"고 한 데 따른 대답이었다.
윤 비서관을 재차 발언대로 부른 것은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양금희 의원은 "20년 내지 30년 된 오래된 일이고, 경미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했다"며 "검찰에 있을 때 어떠한 상황으로 어떠한 징계를 받았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성비위 의혹 사건과 맞물려 윤 비서관 의혹도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만큼 '사과와 해명'을 통한 퇴로를 마련해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역시 "또 다른 불씨가 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만…"이라면서도 윤 비서관은 비교적 자세히 2003년에 발생한 사건 당시 경위를 밝히기 시작했다.
윤 비서관은 "그때 사실은 제가 윗분들로부터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격려금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제 생일이었다"며 "직원들이 한 10여명 남짓 될 것인데요. 소위 말하는 '생일빵'이라는 것을 제가 처음 당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하얀 와이셔츠에 까만 초콜릿케이크가 얼굴에 뒤범벅이 됐다. 그러면 '생일날 뭐 해줄까?' 해서 제가 화가 나서 '뽀뽀해주라'고 했던 말은 맞는다"며 "그래서 볼에다가 (뽀뽀를) 하고 갔던 것이고…"라고 했다.
비교적 상세히 해명했지만, 부적절한 접촉이 있었던 점에 대해서 일정 부분 인정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윤 비서관은 "그런데 제가 어떤 성추행을 했다고 조사받은 것도 아니고, 2003년에 조사가 되는지도 몰랐다. 조사가 뒤에서 이뤄졌더라. 그리고 10개월인가 1년인가 지나서 '감찰본부장 경고'로 대검에서 서부지검으로 전보 조치가 됐다"고 말했다.
윤 비서관은 또 "제가 주로 (검찰에서) 활동했던 곳이 서초동인데요. 제가 식사하면서 2차를 안 간다는 것은 많은 직원이 알고 있다"며 "다른 간부들이 끌고 가더라도 거기 모셔다드리고 저는 도망가는 게 소문이 다 나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요즘 어떤 언론사를 보니까 저에 대해 2차에서 어쨌다는 둥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일일이 대꾸를 하면 정말 진흙탕 싸움이 되기 때문에 아무 말씀 안 드리고 제가 잠자코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비서관은 "다만 저로 인해 상처 입고 피해 입은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제가 사과를 드렸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송구하다"고 말을 맺었다.
여권 일각에서도 윤 비서관에게 거취를 압박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조은희 의원은 "훌륭한 참모로 성공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억울하더라도 본인이 희생할 수 있는 결단도 내려야 한다"며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본인이 거취 결단을 내리는 게 어떻겠나"라고 물었다.
이에 윤 비서관은 "인사권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더 열심히, 더 잘하라는 의미를 받아들이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자숙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더 열심히 하겠다"며 자진 사퇴론을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운영위에 참석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뽀뽀해주라' 발언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고 묻기도 했다. 윤 비서관의 '상관'인 김 실장은 "저도 처음 들었다"며 "적당하다고 보지는 않다"고 답했다.
김 실장은 다만 '어떠한 조치를 취하겠느냐'고 고 의원이 묻자 "그런 행위에 대해서는 대가라 그럴까요, 그것을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조치도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비서관 본인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데 대해 여기서 사과를 드렸다. 10년이 넘은, 한참 전의 일이 아니겠냐"며 "앞으로 다른 사람을 임용할 때 비슷한 경우가 있다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처리하겠다"고 경질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이 윤 비서관의 '해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던 기존 기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윤 비서관은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 "제가 어떠한 행동을 했든 부덕의 소치이기 때문에 제가 오롯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더 반듯하게 대통령을 모시고 보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더 새겨듣고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비서관은 2002년 11월 출간한 시집의 '전동차에서'라는 시에 '전동차에서만은 짓궂은 사내 아이들의 자유가/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보고/엉덩이를 살짝 만져보기도 하고' 등 구절을 넣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윤 비서관이 2001년 출간한 '석양의 찻잔' 시집에는 해당 시의 원문이 실리기도 했는데 이 구절 또한 왜곡된 성 인식으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문 마지막 구절에는 '요즘은 여성전용칸이라는 법을 만들어 그런 남자아이의 자유도 박탈하여 버렸다나'라는 구절이 있다. 시 제목에도 '전철 칸의 묘미'라는 괄호가 달려 있다. 윤 비서관은 후속 시에서는 마지막 문장과 괄호 내용을 삭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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