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三國遺事) 고조선 편에 있는 단군신화 내용을 보면, “신웅이 웅녀에게 신령스런 쑥(艾애) 한(1) 단과 마늘(蒜산) 스무(20) 매(枚;통마늘을 여러개 동여 매어 놓은 묶음을 세는 단위. 꾸러미.)를 주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신화(神話)대로라면 우리 배달민족의 시조는 쑥과 마늘을 통해 생명을 얻었다. 우리 몸의 DNA에는 마늘 냄새가 배어있어야 한다. 그리스 로마신화처럼 신화는 어디까지나 신화에 불과하다.
단군신화에서 나오는 마늘은 지금 우리가 먹는 마늘처럼 밭에서 재배하지 않는 쑥처럼 자연에서 자생하는 야생마늘(Wild Garlic) 또는 산마늘(Wild Ramp)이 아니었을까?
옛날 울릉도에서는 춘궁기에 식량이 떨어지고 먹을 것이 없을 때, 쌓인 눈이 녹으면 마을 산에 올라가 산마늘을 캐서 먹으면서 목숨을 이어갔다고 해서 ‘명이(茗荑)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본에서는 ‘수행자(修行者)의 마늘’이란 뜻으로 행자호(行者葫, 교쟈닌니쿠)라 부른다. 옛날 산중 수행자가 활력을 얻기 위해 먹었던 데서 나온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산마늘을 달래 각자와 파 총(葱)자를 써서 각총이라고 한다. 달래나 파와 맛이나 냄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산마늘은 명이나물로 인기가 많다. 잎, 줄기, 뿌리에서 단맛과 마늘의 매운맛이 어우러진 특유의 맛과 향이 난다. 산마늘의 넓적한 잎을 보면 독특한 향의 풍미에 쌈 생각이 절로 난다. 산마늘 어린 잎은 보통 두세 잎이 나온다. 한 번 자르면 그 해엔 그 자리에서 다시는 싹이 나오지 않는다. 씨를 파종하면 4-5년 후에 발아하여 자란다. 그래서 재배하기 어렵고 귀하고 비싸다.
춘분이 지나면 산과 들에서 나물을 캐기 시작한다. 산마늘로 유명한 캐나다 토론토 지역은 5월 초에 산마늘을 채취하지만, 웨스트 버지니아 지역의 산마늘은 대개 4월 중순경 2주 정도에 걸쳐 뜯어야 연하고 부드럽다. 이때가 지나면 꽃이 피고 잎이 누렇게 되어 억세져서 먹기에 좋지 않다.
미국은 자연보호를 위해 사유지를 제외한 산에서 산마늘뿐만 아니라, 산삼, 고사리, 고비, 취나물, 달래, 돌나물, 참나물 등의 채취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 법이 강력하다. 그러나, 4월이 되면 동네 주말 파머스 마켓에서 산마늘을 구할 수 있다.
또한 산마늘 채취시기에는 아마존(Fresh Wild Ramps)이나 엣시(Etsy) 등에서도 판매한다. 관련기관의 채취 허가(License)를 받고 채취할 수 있는 지역도 있고, 버지니아에서 산마늘을 소규모로 재배하는 한인 농가도 있다.
울릉도는 남획을 막기 위해 울릉도에서 3년 이상 거주자로서 허가받은 주민만 채취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곳곳에서 개인이 재배하여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산마늘은 식물의 모든 부위를 이용할 수 있다. 예로부터 구황식물(救荒植物; 흉년 등으로 기근이 심할 때 농작물 대신 먹을 수 있는 야생식물)이나 약용식물로 이용되어 왔다.
그리고 호텔을 중심으로 고급 쌈 채소용으로 쓰였다. 지금은 손꼽는 웰빙식품으로 소문이 나서 폭발적인 인기식품이 되었다. 고품질 고기를 파는 식당에서도 간혹 밑반찬으로 산마늘반찬을 내놓는다. 값이 비싸다보니 산마늘반찬은 새로운 메뉴를 시키지 않으면 리필을 해주지 않는다. 리필할 때마다 추가 요금을 받는 곳도 있을 정도로 비싸고 특별 대접을 받는다.
산마늘이 각종 요리에 다양하게 쓰이지만, 한국식으로 담근 오래된 산마늘김치는 곰삭아서 때때로 밑반찬으로 내놓으면 귀한 별미이다. 식초 또는 매실엑기스와 간장에 장아찌로 담가 놓으면 오래 먹을 수 있는 보관음식이 된다. 흔하지 않아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음식이다.
상추 위에 산마늘 잎을 얹어 구운 고기를 싸서 먹으면 그 맛은 환상적이다. 특히 돼지고기, 그 중에서도 삼겹살과 궁합이 잘 맞는 천연 식재료이다. 된장찌개나 생선찌개 등을 끓일 때, 한웅큼 썰어 넣으면 향기와 감칠 맛이 기막히다. 산마늘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새콤달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변변한 반찬이 없는 날은 냉장고 안의 뒤쪽으로 밀어둔, 알맞게 숙성된 산마늘장아찌를 꺼내 뜨거운 밥에 얹어 먹으면 엄지척이다. 생각만 해도 입안에서 군침이 돈다.
산마늘은 몸속의 기생충도 없애주고, 위를 튼튼히 해주며,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만성피로에 좋고, 해독작용도 해준다. 섬유질도 많아 장운동에 좋고 소화도 잘 된다. 마늘과 마찬가지로 항암작용을 하며, 스트레스와 자양강장 효과도 있다.
흐드러진 꽃소식과 함께 봄바람 타고 실려온 4월의 싱그러운 산마늘 냄새도 5월 앞에서 숯불처럼 사그라지고 내년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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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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