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에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큰 딸이 학교에서 통지문을 가지고 왔다. 수업시간에 동성연애자를 강사로 초빙하여 동성연애에 대한 강의를 할 계획에 대해 부모의 의견을 듣겠다는 통지문이었다.
당시는 미국에서 동성간의 결혼이 합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동성애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한 것이었다. 딸이 건네주는 통지문을 받고 불만스러웠지만 자신이 없었고 용기도 나지 않아서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다.
얼마 전 플로리다 주에서 소위 ‘Don’t Say Gay’ 법률이 제정되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 까지의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동성연애와 성정체성에 대해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법률이다. 학생들의 질문에 선생님이 대답할 수 있고 학생들이 토론도 할 수 있지만, 선생님이 계획을 세워서 동성애와 성정체성에 대해 가르쳐서는 안되는 법률이다. 그런데 동성연애를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동성연애와 성정체성에 대해 선생님이 입도 뻥끗해서는 안되는 법률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최근 플로리다 주에서 제정한 다른 법률 중에 월트디즈니 사의 지자체 특권을 배제하는 법률도 있다. 지금까지 월트디즈니 사의 디즈니월드는 플로리다 주에 있지만 플로리다 주 법에 저촉을 받지 않았으며 세금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플로리다 주가 이 특권을 빼앗은 것이다.
월트디즈니 사는 그 동안 동성연애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와 홍보를 해왔으며 “Don’t Say Gay” 법률 제정도 반대했다. 그래서 보수 진영에서는 플로리다 주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반면에 진보 진영에서는 디즈니월드가 플로리다 주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 한다.
학교에서 동성연애와 성정체성 교육에 대한 논쟁이 있다면 미국 교회에서는 게이 크리스천에 대한 논쟁이 있다. 게이 크리스천은 자신이 동성연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을 말한다.
이들 중에는 동성과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금욕을 하는 기독교인들도 있다. 이들은 성경이 금하는 것은 동성간의 성행위이기 때문에 동성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동성연애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금욕을 하면서 신앙 생활을 하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기독교인들 중에는 금욕하는 동성연애자들은 물론 동성 결혼까지 인정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그래서 동성연애자들에게 목사 또는 장로 안수를 받을 수 있게 하여 이성연애자들과 구별하지 않는다.
반면에 보수 기독교인들은 동성간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욕하는 동성연애자들에게 목사 또는 장로 안수를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수 기독교인들 사이에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은 동성애 성향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을 게이 크리스천 이라고 밝히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게이 크리스천이라는 용어를 교회에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이 그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성경의 로마서 1장에서 동성연애는 “순리를 역리로 쓰는” 죄라고 말씀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기 때문에 이성간의 애정이 순리이지 동성간의 애정은 순리가 아닌 역리라는 것이다.
반면에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진보 기독교인들은 태어날 때 부터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동성간의 애정이 순리라고 주장한다. 로마서 1장에서 말씀하는 순리를 역리로 쓰는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 이지만 쾌락을 위하여 동성연애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로마서를 쓴 바울이 태어날 때부터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동성연애를 죄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일 바울이 오늘날 로마서를 쓴다면 선천적 동성애 성향은 물론 동성연애자들 사이의 결혼도 죄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바울은 몰랐을 지라도 하나님은 아셨다. 태어날 때부터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하나님은 아셨지만 바울을 통해 동성연애는 죄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성경 전체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보수 기독교인들은 비록 선천적이라고 할 지라도 동성애 성향 자체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어긋나는 잘못된 것이라고 믿는다. 잘못을 고쳐주려 하지 않고 부추기는 것은 결국 본인을 포함하여 사회 전체에 해가 될 것으로 보수 기독교인들은 믿는 것이다.
<옥승룡 / 목사 갈보리장로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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