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개혁 완수론, 대선패배 후 급물살… “선거 패착” 신중론에 한때 공전
▶ ‘檢반발’ 결정타, 강행론 힘 실려… 박지현 ‘제동’에도 만장일치 당론채택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2.4.12 [국회사진기자단]
집권 말기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은 '직진'이었다.
민주당은 12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마라톤 의원총회 끝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입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172명 의원 모두가 이의를 달지 않은, 사실상 만장일치 당론 채택이었다. 국민의힘이 이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강력 반발을 예고했지만 결국 입법강행 카드를 꺼내 들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앞선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2차 검찰개혁 과제로도 불린 검수완박은 3·9 대선 패배 후 급물살을 탔다.
당내 초선 강경파를 중심으로 현 정부 임기 내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가 불 보듯 뻔한 만큼 때를 놓쳐선 안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온건파를 중심으로 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게 형성되면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내홍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당장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 피로도가 극심한 중도층 표심을 대거 잃을 수 있다는, 다시 말해 검찰개혁 강행이 선거의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지도부 내에서도 "몸에도 안 좋고 맛도 없는 것"(조응천 비대위원) 등 입법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내 논의는 잠시 공전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12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2022.4.12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이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실형을 구형한 것을 계기로 당내 여론 지형은 서서히 강경론 쪽으로 기울었다.
검찰의 보복 수사가 노골화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이 검찰개혁의 적기라는 주장이 지지층 사이에 퍼졌고 이는 문자폭탄 등을 활용한 '입법 압박'으로 이어졌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의 집단반발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청와대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했던 중간지대 의원들이 입법강행으로 돌아선 데는 검찰의 집단행동이 결정적이었다"며 "오늘 의총에서 반대 토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의원들이 별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당 지도부가 의총을 통해 검수완박 추진을 강행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1만5천여명 대의원들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전날 전국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투표를 실시, 검찰·언론개혁 입법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투표율 약 53%에 찬성표가 9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밤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 "여론조사를 해봤는데 놀랍게도 대의원의 90% 가까이가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중도층에서도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0%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4시간이나 이어진 마라톤 의총이기는 했지만 '4월 국회 처리안'이 만장일치로 추인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던 소위 '샤이 반대파'들이 의총장에서 줄줄이 반대 의사를 던지며 찬반 갈등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현실화하지 않았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의총 모두발언에서 "누군가는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반대파 의견의 물꼬를 틔웠지만 지원 사격은 없었다.
서울의 한 재선의원은 "4월 입법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말한 의원은 2∼3명 있었지만 반대 의사는 아니었다"며 "정권은 잃게 됐지만 180석을 준 국민의 뜻에 비춰 개혁은 후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검수완박을 전면에 내세운 당내 개혁 드라이브는 언론개혁 입법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질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언론관련법도 당론으로 채택,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민주당이 이날 당론으로 추인한 법안은 ▲ 포털규제법(정보통신망법) ▲ 1인 미디어 허위조작정보 규제법(정보통신망법)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법 등) ▲ 가짜뉴스 규제법(언론중재법)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미 본회의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9월 민주당은 이 법안을 단독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처리를 요구해 무산됐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후 브리핑에서 언론개혁 입법의 4월 국회 처리 가능성에 대해 "그것을 어떻게, 어느 시기에 처리할 것이냐는 지도부가 전략적·정무적 판단을 통해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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