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미국에도 주화가 있다. 미국 주화는 모두 동그랗다. 어떤 나라의 주화 중에는 각이 진 것이 있는데 미국은 그런 주화가 없다. 주화 중앙에 구멍 뚫린 것도 없다.
주화 테두리 옆면은 아무런 무늬가 없이 매끄러운 민짜(plain)인 것이 있고 오톨도톨하게 처리(reeded)한 것도 있다. 주화 테두리 옆면 그 좁은 곳에 글자를 새겨 넣은 주화도 있는데 실제로 그 글자를 본 사람이 있을까 싶다.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것은 1센트, 5센트, 10센트, 25센트짜리 주화이고 가끔 50센트짜리와 1달러짜리 주화를 볼 수 있다. 대부분 은회색을 띠고 있는데 구리색이나 금색을 띤 것도 있다.
우리는 ‘100원짜리 동전’ ‘500원 동전’이라는 부를 뿐이고 각각의 동전에 따로 이름을 붙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미국 주화에는 이름이 따로 있다. 1센트는 페니, 5센트는 니클, 10센트는 다임, 25센트는 쿼터라고 한다. 그러면 각 주화에 그렇게 적혀 있는 것일까? 그런 것도 있고 안 그런 것도 있다. 1센트 주화에는 ‘ONE CENT’라고 적혀 있고 penny라는 표현은 없다. 5센트 니클도 ‘FIVE CENTS’라고 적혀 있고 nickel이라고 적혀 있지는 않다. 10센트 다임은 주화에 ‘ONE DIME’이라고 적혀 있다. 25센트 쿼터는 1달러의 4분의 1(quarter)이니까 주화에도 ‘QUARTER DOLLAR’라고 적혀 있다.
널리 통용되는 네 가지 주화를 들여다본다.
1센트짜리 주화, 페니(penny)라고 부른다. 직경 19.05mm, 두께 1.52mm, 무게 2.500g. 구리색.
다른 주화들이 주로 은회색을 띠고 있기에 구리색을 띤 이것은 한 눈에 구별된다. 테두리 옆면은 아무런 무늬가 없는 민짜이다. 실생활에서 사용되기는 하지만 유통되는 것 보다는 설합, 저금통으로 쓰는 유리병 등에 묶여 있는 것이 더 많은 주화이다. 길바닥에 떨어져 있어도 줍는 사람 보다는 안 줍는 사람이 더 많다.
5센트짜리 주화는 니클(nickel)이라는 이름이 있다. 직경 21.21mm. 두께 1.95mm. 무게 5.000g. 은회색.
1센트 페니보다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두껍고, 무게도 조금 더 나간다. 동전 테두리는 민짜이다. 오래전에는 하프 다임(half dime)이라고도 했다. 10센트 다임의 절반이니까.
10센트짜리 주화는 다임(dime)이라고 한다. 직경 17.91mm, 두께 1.35mm, 무게 2.268g. 은회색.
액면 가치로만 보면 크기가 5센트 니클보다 커야 하는데 실제 크기는 오히려 작다. 심지어 1센트 페니보다도 작다. 테두리는 오톨도톨하다. 주화 중에서 가장 작다.
25센트짜리 주화는 쿼터(quarter)라고 한다. 직경 24.26mm, 두께 1.75mm, 무게 5.670g. 은회색.
쿼터는 4분의 1(1/4)이란 뜻인데 이 주화의 가치인 25센트가 1달러의 4분의 1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지금까지 본 네 종류의 주화 중에서 가장 크다. 테두리 옆면은 오톨도톨하다.
이 쿼터가 다른 주화에 비해 더 널리 쓰인다. 1달러 밑으로 요금이나 사용료를 받을 때에는 25센트, 50센트, 75센트 하는 식으로 쿼터 단위로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리 주차를 할 때 주차 미터기에도 자주 사용한다. 이래저래 자동차에 쿼터 몇 개쯤은 항상 두게 된다.
주화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10센트 다임이다. 그 크기 때문이다. 10센트 주화가 5센트나 1센트 주화보다 작다. 왜 그럴까? You Tube의 ‘Why Are Nickels Bigger Than Dimes?’(www.teachertube.com)의 설명은 이렇다.
처음 주화를 만든 1793년에는 은으로 만든 은화 1달러 주화가 기준이었다. 그래서 이 1달러의 절반 가치인 하프 달러(50센트) 은화는 1달러 은화의 절반 크기로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10센트 다임은 1달러 은화의 10분의 1의 크기로 만들고, 다임의 절반인 5센트 하프 다임(half dime)은 1달러 은화의 20분의 1의 크기로 만들었다.
그런데 1센트 짜리는 문제가 생겼다. 같은 방식으로 하려면 1달러 은화의 100분의 1 크기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주화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사용하기가 불편한 것이다. 그래서 1센트 주화는 은보다 싼 구리로 만들면서 1센트 주화 크기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러다가 1866년에 하프 다임(5센트)을 크게 만들기 위해 은 대신에 니켈(nickel)을 사용해서 주화 크기를 키웠다. 이 때 원료로 쓴 니켈(nickel, 영어 발음은 니컬/니클) 때문에 ‘하프 다임’이라는 말 대신 ‘니클’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주화가 너무 작으면 사용하기에 불편해서 1센트짜리는 구리를 사용해서 크기를 키웠고, 5센트 짜리는 니켈을 사용해서 크기를 키웠다. 그렇게 1센트 주화와 5센트 주화는 크기를 키웠지만, 그런대로 사용할 만한 크기였던 10센트 다임은 크기를 바꾸지 않았다. 남들이 크기를 키울 때 10센트 다임은 그냥 가만히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5센트 니클보다 1센트 페니보다 작게 된 것이다. 다임의 크기 때문에 미국 생활 막 시작한 이민자는 많이 헷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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